[Case Study] 마니아층 탄탄한 국산 등산화 캠프라인 성공 비결 | 한국 지형과 한국인에게 맞춘 기술 개발..100% 국내 제작, 반세기 한 우물로 입소문

김문관 기자 2020. 6. 29.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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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화 시장의 작은 거인 캠프라인의 등산화. 이 회사는 100% 국내 생산으로 등산화를 만든다. 사진 캠프라인 페이스북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국내 등산 문화를 바꾸고 있다. 기존에는 각종 산악회 중심으로 버스를 대절해 대단위로 움직이는 산행이 대부분이었다면, 최근에는 사회적 거리 두기가 보편화하면서 개인 또는 친구와 가족 등 소단위로 근교 산행을 하는 경우가 대폭 늘어나고 있다. 답답한 실내 생활에서 벗어나 탁 트인 하늘을 가까이서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등산 트렌드를 잘 보여 주는 곳이 서울 북한산국립공원이다. 국립공원공단의 3월 국립공원  탐방객 수 분석 결과에 따르면, 전 국민이 여행을 자제하면서 18개 국립공원에선 지난해 3월보다 탐방객이 25.1% 감소했지만, 서울 중심에 있는 북한산은 오히려 41.7% 증가해, 한 달간 67만5900명이 방문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런 상황에서 등산 초보와 마니아층의 고른 주목을 받는 국내 중소기업이 있다. 부산에서 46년째 등산화를 생산하고 있는 ‘캠프라인’이 그 주인공이다. 캠프라인은 직원이 50명도 되지 않는 중소기업이지만, 등산 마니아 사이에선 유명한 곳이다. 일각에서는 캠프라인 제품을 ‘국민 등산화’ 또는 ‘알짜 명기’로 부른다. 서울 남대문에서 등산용품 판매점을 수십 년째 운영 중인 정진두 사장은 “캠프라인 등산화는 일반인에게는 덜 알려진 국산 제품이지만, 마니아층이 탄탄해 한 번 신은 고객이 계속 찾는 경우가 많다”라고 했다.

캠프라인은 과거 신발 공장이 밀집했던 부산에서 등산화만 생산·제조해 성공을 거둔 회사다. 1974년 창립해 올해 46주년을 맞은 비상장사다. 신용평가사인 나이스평가정보에 따르면 캠프라인 매출액은 2016년 92억원에서 지난해 110억원으로 20% 증가했다. 이 회사 제품을 한 번 신으면 다른 회사 제품을 못 신는다는 말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 돌고 있다. 유명 모델을 기용한 TV 광고도 없고 전용 제품 판매처도 거의 없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괄목할 만한 성과다. 등산화 시장의 작은 거인 캠프라인의 성공 비결을 알아봤다.

6월 20일 서울 북한산을 찾은 등반객들.

성공비결 1│한국 지형과 사람에게 맞는 기술 개발

첫손에 꼽을 수 있는 비결은 한국 지형에 특화한 제품을 개발했다는 점이다. 착용자의 안전과 직결되는 등산화의 생명은 바로 아웃솔(outsole·바닥 면)이다. 캠프라인은 암석으로 이뤄진 산이 많고, 특히 미끄러운 화강암 비율이 80%가 넘는 한국 지형에 최적화한 아웃솔 제조 기술 ‘릿지엣지’를 2000년 자체 개발했다. 등산화의 경우 아웃솔에 새겨진 조각 모양만으로 미끄럼을 감소시키는 게 일반적인데, 캠프라인은 특수 고무로 제작된 아웃솔로 등반 각이 큰 암벽에서도 미끄러짐을 최소화했다. 이는 ‘릿지엣지’가 자동차 타이어의 접지력을 연구해 개발된 기술이기 때문이다. 캠프라인은 아웃솔에 자동차 타이어와 같은 성분인 부틸 고무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유명 등산 동호회 회장은 “라스포르티바, 트렉스타 등 국내외 유수의 등산화를 신어 봤지만, 접지력에서는 캠프라인 제품을 따라잡기 힘들다”고 평했다.

아울러 족형(足形)도 발볼이 넓은 편인 한국인에게 맞춰 제작해 발이 편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리고 이는 해외 유명 브랜드 제품과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제품 리뷰에서도 발이 편하고 덜 미끄럽다는 평가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다만 캠프라인 등산화는 디자인 측면에서는 다른 유명 브랜드보다 세련미가 떨어진다는 평가가 많다. 외관보다 기능에 집중한 것이다.

캠프라인 등산화 디자인 과정. 사진 캠프라인

성공비결 2│높은 가성비와 100% 국내 생산 제품

캠프라인을 알린 것은 광고가 아니라 산(山) 현장이었다. 여럿이 산에 갔는데, 국내외 유명 브랜드 등산화를 신은 이들도 넘어지는 코스에서 캠프라인 등산화를 신은 사람만 멀쩡했다는 일화가 쌓여 갔다. 이렇게 해서 캠프라인은 등산화 전문 중소기업으로서 내로라하는 국내외 대기업 브랜드들이 각축하는 등산화 시장에 안착했다. 덜 알려졌지만, 이 회사는 가죽 소재의 경우 독일 하이넨(Heinen)에서 생산하는 최고급 제품을 수입해 사용한다. 미국 정보기술(IT) 기업 애플의 스마트워치 스트랩(시곗줄)에 사용될 만큼 정평 있는 품질을 자랑한다. 아울러 대부분 아웃도어 제품에 적용하는 고어텍스(방수성과 투습성이라는 상반된 특성을 동시에 지닌 소재)도 적용했다. 그런데도 가격은 해외 유명 브랜드 및 국내 대기업 등산화보다 20%가량 저렴하다. 대부분의 등산 마니아가 첫손에 꼽는 게 바로 캠프라인의 뛰어난 가성비다. 한 유명 산악회 회장은 “캠프라인은 마케팅에 돈을 안 쓰기 때문에 가성비가 높은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캠프라인은 100%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 제품이라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대부분의 아웃도어 브랜드와 달리 캠프라인은 하청 공장을 통한 OEM(주문자 상표 부착) 방식이 아니라 자체 생산을 한다. 2007년 중국 칭다오에 설립한 공장에서 가죽과 고어텍스 원단을 재봉해 보내면 부산 사상구 본사 공장에서 창을 붙이고 꿰매서 신발을 완성한다. 생산부터 애프터서비스(AS)까지 본사가 직접 하므로 시장 상황과 소비자의 요구에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

국내에서 수작업으로 제작하는 캠프라인 등산화. 사진 캠프라인

성공비결 3│46년 한 우물로 입소문

이 회사의 모태는 장정선 대표가 운영하던 서울 남대문 시장 인근 등산용품 판매점이라고 한다. 장 대표는 이후 부산에 본사를 세우고 등산화 생산에 집중했다. 등산객의 니즈를 오랜 시간 파악한 후 한 우물만 파 성공을 거뒀다. 특히 업력이 긴 만큼 생산 후 10년이 지나 이미 단종된 제품까지 AS가 가능한 점도 마니아층 형성에 도움 됐다는 평가다. AS 비용은 발목까지 올라오는 중등산화의 경우 아웃솔 교체 포함 약 5만원이 든다. 페이스북 등 SNS에는 “이 정도로 새것처럼 고쳐주면 회사 망하는 것 아니냐”는 등 ‘감동 AS 후기’가 적지 않다.

단점은 캠프라인은 별도 전용 매장이 적고 주로 등산용품 판매점에서 다른 브랜드 제품들과 함께 판매돼 눈에 잘 띄지 않는다는 점이다. 등산 업계 관계자는 “캠프라인 등산화는 유통망이 비교적 넓지 않지만, 온라인 가격과 오프라인 가격이 별 차이가 없다는 특징이 있다”라며 “반드시 직접 신어보고 사는 걸 권한다”라고 했다. 유통 마진이 적은 제품이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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