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전 합의 지켜진 건데 '알바몬' 비난"..인천공항 보안검색원 '피눈물'

김양진 2020. 6. 25.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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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 전환 추진 때부터 공사 정규직 반발 극심
공사 "'자회사 임시 편제 뒤 직고용' 변함없다"
노조 "자회사 보내려 전방위적 압박했다" 반박
지난 2017년 11월23일 오후 ‘인천공항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방안 공청회’가 열린 인천국제공항공사 서관 대강당의 출입문 옆 벽에 인천공항 정규직 노조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 직접고용에 반대하는 손팻말을 붙여놓았다. 전국공공운수노조 제공

“오늘 오전에 휴게시간에 단체복을 입고 쉬고 있는 보안검색원들에게 공사 정규직들이 대놓고 ‘알바몬’이라고 하더라. 피눈물이 난다.”

김대희 한국노총 공공노련 인천국제공항보안검색노조(보안검색노조) 위원장은 25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보안검색노조는 직고용이 결정된 비정규직 보안검색원들로 구성된 노조다. 김 위원장은 “기존 정규직이랑 똑같이 대우해달라고 한 적도 없고 3년 전 합의가 지켜진 것뿐인데 이런 무시와 차별을 당한다. 더는 참을 수 없어 앞으로는 법적 대응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실, ‘알바가 어떻게 공사 직원이 되느냐’는 비하 발언은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가 정규직 전환을 약속한 이후 시작된 공사 정규직과 청년층의 반감에 가까운 정서가 반영된 결과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찬성하는 여론 이면엔, 젊은층을 중심으로 한 ‘공정성’ 침해 논란이 들끓었다. 무엇보다도 공사 정규직들이 거세게 반발했다. 2017년 11월 정규직화 관련 공청회에 등장한 손팻말은 상징적이다. ‘정규직-비정규직 손잡고 같이 가요’를 들고나온 보안검색원 비정규직들에 맞서, 정규직들은 ‘결과의 평등 노, 기회의 평등 예스’, ‘무임승차 웬 말이냐 공정사회 공개채용’을 손에 들었다.

당초 인천공항공사는 2017년 12월 1기 노사전문가 협의회에서 보안검색원 전체(1900여명)를 공사 정규직으로 직고용하기로 합의했었다. 김대희 위원장이 “3년 전 합의”라고 한 게 이 내용이다. 하지만 인천공항이 보안검색원을 직고용할 경우 경비업법 등 관련 법률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올 2월 3기 노사전문가 협의회는 이들을 ‘임시 편제’인 자회사로 채용하기로 결정했다.

공사 쪽은 “당시 자회사 채용은 임시편제로 직고용 추진에는 변함이 없었다”는 설명이지만, 보안검색노조 쪽은 “자회사행 동의 서명을 받으려는 공사와 용역업체의 전방위적 압박이 있었다”고 주장한다. 최근 공개된 공사 정규직 박아무개 감독의 막말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는 지난달 29일 보안검색원들의 전문성을 비하하고, 지난 3월 보안검색원 1200여명이 인천지법에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을 제기한 것을 비꼬기도 했다.

“(자회사로 가는데 사인을 안 한 보안검색 요원은)1년을 쉰다고 생각하고 근무를 안 하고 나머지 인원으로 공항을 돌리는거야. 사인 한 직원들만 한해서 그리고 승객이 늘어나면 신입을 뽑아서 두 달만 큐앤에이(Q&A) 시키면 되잖아. 여기 몇 명이 남는다고. 이 직원들은 말 그대로 짧게 1년 3년을 투쟁을 해야 되는 거야. 출근해서 청와대 가고 이걸 해야 된다는 거야”

그에 앞선 지난 4월22일 용역업체가 보안검색 요원들을 대상으로 자회사로 가는 데 동의해야 한다며 열었던 설명회에서 한 관리자는 이렇게 말한다. 그는 보안검색 요원들을 ’개’로 비유해 자회사로 가지 않는 요원들을 ‘지도할 수 없는 견종’이라며 ‘안락사’시켜야 한다고 한다.

나는 그 프로가 제일…개는 훌륭하다 개는 훌륭해요. 잘못 훈련과 잘못된 행동들을 계속 오냐오냐해주니까 그게 OOO하고 있는 것뿐이에요. 근데 그걸 지도할 수 있는 견종들과 지도할 수 없는 견종이 있듯이 나는 지도할 수 있는 OOO OOO 그러면 아까 얘기한 OOO 필요 없어요. 근데 지도할 수 없는 견종이면 강형욱 조련사가 뭐라고 하잖아요. 뭐라고 하죠. 안락사시키라고 하잖아요. 강형욱 조련사가 그렇게 얘기를 해요. 본인이 바꿀 수 없고 행동을 바꿀 수 없는 개에 대해서는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견종에 대해서는 안락사를 시키라고 해요 바꿀 수 없으면. 저는 그거에요. 이게 바뀌고 변화가 안될 거 같으면 이 조직을 죽여야 한다는 거에요.

인천국제공항이 2017년 12년 연속 세계공항서비스 1위를 차지했지만 그 이면엔 정규직의 7배가 넘는 1만명 가까운 용역업체 비정규직들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 건 제19대 대선 때다. 인천국제공항 같은 공기업들마저 비정규직을 남용하는 비정상적인 구조에 대해 당시 후보들이 앞다퉈 ’공공부문 비정규직 처우개선’을 공약으로 내걸고 바꾸겠다고 공약했다. 노동계 한 핵심 관계자는 “인천공항 보안검색은 사실 공기업 직원이 아니라 공무원인 줄 알았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다루는데 용역업체 직원이라는 사실은 사실 믿기 힘든 일이었다”고 말했다.

지난 6월23일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라 온 ’공기업 비정규직의 정규화 그만해주십오’에 올라온 국민청원의 내용은 이렇다.

알바처럼 기간제 뽑던 직무도 정규직이 되고, 그 안에서 시위해서 기존 정규직과 동일한 임금 및 복지를 받고 있습니다. 그러던 와중 이번 인천국제공항 전환은 정말 충격적입니다. 정직원 수보다 많은 이들이 정규직 전환이 된다니요. 이들이 노조를 먹고 회사를 먹고 이들을 위한 회사가 되겠지요. 이 곳을 들어가려고 스펙을 쌓고 공부하는 취준생들은 물론 현직자들은 무슨 죄입니까? 노력하는 이들의 자리를 뺏게 해주는게 평등입니까? 사무 직렬의 경우 토익 만점에 가까워야 고작 서류를 통과할 수 있는 회사에서, 비슷한 스펙을 갖기는 커녕 시험도 없이 그냥 다 전환이 공평한 것인가 의문이 듭니다. 그리고 이번 전환자 중에는 알바몬 같은 정말 알바로 들어온 사람도 많습니다.

이에 대해 지난 24일 보안검색 요원들의 노조는 이런 성명서를 냈다.

우리 보안검색노동자는 소속만 협력사 직원이었으며 실질적으로 공항 내의 핵심조직으로서 상당한 책임성과 전문성을 요구하는 직업입니다. (중략) 결코 정규직과 다르지 않은 확고한 사명감을 갖고 임해야 할 업무를 알바라고 폄훼하는 일부 시선으로 인해 보안검색노동자들은 눈물을 흘리고 있습니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직결된 업무는 몇 년마다 바뀌는 하청 용역사가 아니라 책임 있는 기관이 직접 운영하는 것이 옳은 일입니다.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더 이상 거짓과 왜곡보도로 진실을 가리고, 보안검색노동자를 공격하는 모든 행위를 멈춰 주시기 바랍니다.

정이환 서울과학기술대 교수(기초교육학)는 “(인천국제공항 비정규직 직고용에 대해)취업준비생들의 걱정과 우려에서는 고려할만한 점이 많지만 정규직들의 반발은 우선 논란이 벌어질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정규직들이 ’공정성’을 강조하려면 자회사로 채용하는 것도 공정성을 문제 삼았어야 하는데, 그게 아니라 직고용만 문제 삼은 건 자신들이 받아야 할 몫이 깎일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인 것 같은데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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