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웨이는 어떻게 렌탈산업을 대표하는 기업이 됐나 (하)

이덕주 2020. 6. 25.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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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야사-42]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전인 2005~2007년은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규모의 버블이 발생하던 시기였습니다. 중국 경제의 호황, 사상 최고를 기록하는 유가, 미국 부동산가격 급등 등 버블은 전 세계에서 각각 다른 모습으로 나타났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면서 '버블세븐'이라는 말도 나왔습니다.

전세계 유가는 2008년 한때는 배럴당 100달러를 넘기도 했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때 급격하게 떨어졌지만 2012년까지는 어느정도를 유지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2016년 바닥을 모를 수준까지 떨어졌고 코로나 사태로 인해 올해 새로운 바닥을 보았습니다. /사진=인베스팅닷컴

당시 높은 유가로 인해 태양력·풍력 같은 재생에너지가 상업적인 가치를 인정받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각국 정부에서 보조금을 주면서 태양광 발전을 의도적으로 확대하면서 태양광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태양광 시장의 다양한 분야에 뛰어들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당시 뛰어들지 않은 대기업을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웅진그룹을 비롯해 OCI, KCC, LG, 한화, 현대중공업, SK까지 어떻게 보면 참여하지 않은 대기업을 찾기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건설업도 국내 아파트 가격 급등과 해외건설 수주가 이어지면서 호황을 맞고 있었습니다. 때마침 대형 건설사들이 인수·합병 시장에 매물로 나왔습니다. 대우건설은 2006년 금호아시아나그룹에 팔렸고 극동건설은 2007년 웅진그룹에 팔렸습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우건설 인수에 쓴 돈만 6조원이 넘습니다. 현재 대우건설의 시가총액은 1조5000억원 정도인데 당시 금호아시아나 그룹이 인수에 쓴 돈만 6조원이 넘습니다. 웅진그룹이 극동건설을 인수하는 데 쓴 돈도 6600억원에 달했습니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태양광산업과 건설산업은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유가가 폭락했고 태양광 설치가 줄어들었습니다. 건설 프로젝트들도 줄줄이 어려움에 처했고 빚을 내서 극동건설과 대우건설을 인수했던 웅진그룹과 금호아시아나그룹도 유동성 위기에 몰리게 되었습니다. 건설사의 부실이 그룹으로 이전된 것입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대우건설(2009년)과 대한통운(2011년)을 다시 매각했을 뿐만 아니라 그 이후 사세가 계속 기울었습니다.

윤석금 회장은 1년만에 웅진그룹을 법정관리에서 졸업시키고 3년만에 빚을 모두 갚습니다. /사진=2012년 9월28일자 매일경제신문

2012년 위기에 몰린 웅진그룹은 돈이 되는 코웨이를 팔아서 돈을 갚는 쪽을 선택합니다. 꾸준히 1000억~2000억원씩 수익을 내는 코웨이는 특히 사모펀드들에 매력적인 기업이었습니다. 2013년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에 1조2000억원에 매각하고 다만 이를 다시 사올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해 놓습니다.

웅진그룹은 코웨이를 판 돈으로 태양광 사업과 극동건설에 올인하게 됩니다. 내수산업이고 시장이 정체되어 있는 가전렌탈보다는 글로벌 시장에서 고속성장하고 있는 태양광을 선택한 것이었습니다.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이 승부수를 던진 것입니다.

하지만 2013년 이후 태양광 시장은 치열한 경쟁과 중국의 독주로 인해 결국 수많은 한국 기업들이 퇴출됩니다. 특히 한국 기업들은 태양광 소재인 폴리실리콘과 잉곳·웨이퍼에서 대부분 철수했습니다. 잉곳·웨이퍼를 만드는 웅진에너지도 결국 지난해 법정관리를 신청했고 올해 상장폐지까지 됩니다. 이는 어떻게 보면 경영에 실패했다기보다는 우리나라 태양광 산업이 중국과의 경쟁에서 밀린 결과입니다. 마치 반도체산업에서 한국 기업들에 다른 나라 기업들이 밀린 것과 비슷해 보입니다.

결국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소중함을 깨달은 걸까요? 이 사이 웅진그룹은 다시 사올 수 있는 권리를 이용해 MBK파트너스로부터 다시 코웨이를 사들입니다. 이번에도 엄청난 빚을 들여서 말입니다. 하지만 2013년 매각할 때보다 웅진그룹 상황은 크게 좋아지지 않았고 3개월 만에 다시 코웨이를 매물로 내놓게 됩니다. 뜬금없게도 코웨이를 사들인 회사는 게임회사인 넷마블이었습니다.

폴리실리콘과 웨이퍼의 국내 생산은 사실상 중단되었고 태양광 모듈도 수출이 감소하는 추세입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렌탈산업은 어떻게 돈을 버는 걸까요? 일단 똑같은 렌탈이라고 해도 서비스가 결합된 경우와 아닌 경우가 좀 다른 것 같습니다.

(상)편에서 말씀드렸듯이 코웨이는 렌탈과 함께 AS를 코디에게 맡겼습니다. 렌탈비용에는 정수기 필터를 교체하는 등 서비스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정수기를 일시불로 구입한다고 해도 멤버십이라고 불리는 관리비용을 매달 내야 합니다. 코웨이의 다른 렌탈 제품들도 공기청정기나 매트리스처럼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제품이 많습니다.

반면 서비스와 결합 없이 제품만을 렌탈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안마의자인데요. 안마의자는 일단 구매하면 정기적으로 서비스를 받아야 할 것이 없습니다. 이런 식으로 제조사가 아니지만 다양한 제품을 렌탈로 구매할 수 있도록 서비스하는 렌탈 전문회사들도 있습니다.

렌탈과 일시불 중 어느쪽이 더 고객에게 이득일까요? 보통 정수기를 렌탈하게 되면 5년 후에는 소유권이 고객에게 이전됩니다. 그전에는 회사의 기계를 고객이 빌려 쓰지만 그 이후에는 고객의 소유가 된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5년을 기준으로 렌탈했을 때와 일시불로 구매했을 때를 비교하는 것이 제일 간편합니다.

코웨이처럼 서비스와 제품이 결합된 경우, 렌탈료의 총합(렌탈료×50개월)과 일시불로 구매하고 50개월의 서비스이용료(멤버십)를 낸 경우를 비교해보면 전자(렌탈+서비스)가 고객이 지불하는 비용이 더 낮거나 큰 차이가 없습니다. 이것은 제품만을 렌탈했을 때와 비교하면 더 두드러지는데요.

커피머신도 기계와 함께 원두를 계속 공급받아야하기때문에 서비스와 제품이 결합된 렌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사진=브라운백커피

제품만을 렌탈하는 경우 렌탈료의 총합은 일시불로 지불했을 때가 훨씬 더 낮습니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것이 판매하는 회사 입장에서는 물건을 미리 준 것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고객이 할부로 구입했다면 내야 했을 할부이자료를 회사가 대신 지급해준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결국 서비스가 결합된 코웨이의 경우 일시불보다는 렌탈 쪽에 더 혜택을 줘서 고객을 렌탈 쪽으로 유도하고 있는 것입니다.

어째서일까요? 렌탈은 고객의 구매에 대한 장벽을 낮추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인데 서비스를 결합해서 판매할 때 고객의 이탈률이 더 낮아지기 때문입니다.

할부와 비교해보면 렌탈의 큰 장점과 단점이 드러납니다. 할부의 경우 제품의 소유권이 본인에게 넘어오기 때문에 할부금을 갚지 못한다면 제품을 팔아서든 어떻게든 할부금을 갚아야 합니다. 반면 렌탈의 경우는 소유권이 기업에 있기 때문에 고객은 언제든지 계약해지를 통해 제품을 반납할 수 있습니다.

이는 양날의 칼인데요. 언제든지 해지를 할 수 있다는 생각에 고객은 쉽게 구매를 선택합니다. 똑같은 제품을 판다고 했을 때, 일시불로 파는 경우, 할부로 파는 경우, 렌탈로 파는 경우가 있다면 가장 영업에 용이한 것은 렌탈입니다.

그러나 기업 입장에서는 이탈 가능성이 높은 렌탈 고객이 서비스를 오래 쓰도록 붙잡아둬야 합니다. 회사 입장에서 현금흐름에서 가장 큰 부담이 되는 것은 렌탈이기 때문입니다. 아래의 현금흐름을 보면 알 수 있는 것처럼 렌탈 사업은 초기에 많은 현금이 투입됩니다. 장사가 더 잘될수록 돈이 더 많이 필요한 것입니다. 하지만 렌탈을 통해서 더 많이 팔고, 고객의 이탈률을 낮출 수 있다면 충분히 남는 장사가 될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렌탈회사들은 코디와 같은 대면 방식의 방문판매 조직을 계속 유지하는 것입니다. 고객 이탈을 막고, 신규 상품 판매를 가능하게 하고, 신규 고객 유치도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코웨이 같은 방판 전문회사들은 백화점, 전문매장 같은 시판 채널을 통해 제품을 판매하지 않기 때문에 거기서 아낀 유통수수료를 방판 채널에 사용하고 있습니다. 반면 LG전자나 SK매직처럼 시판과 방판 조직을 모두 운영하는 회사의 경우에는 양쪽에 모두 투자하면서 균형을 잡는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렌탈사업은 초기에 많은 비용이 듭니다. 제품원가, 설치수수료, 판매수수료, 유지관리수수료 등이 첫 1년에 몰아서 나가기때문입니다. /사진=삼성증권

모든 회사들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렌탈채권을 유동화시킬 수 있다는 것도 기업들이 렌탈서비스에서 얻을 수 있는 장점 중 하나입니다. 렌탈은 정해진 약정기간 의무적으로 사용해야한다는 점에서 일종의 빚입니다. 채권자 입장에서는 월 이자가 들어오는 채권과도 같습니다. 렌탈 전문회사들은 렌탈서비스 초기에 많이 드는 비용을 유동화시켜 충당합니다. 이를 채권으로 묶어서 금융기관 등에 싸게 할인해서 판매하는 것입니다. 3~5년이 지나야 받을 수 있는 돈을 일시불로 먼저 받고 이 돈으로 다시 고객을 유치하는 구조입니다.

이처럼 대면채널을 통해 성장해온 렌탈 시장도 최근에는 우리 사회에 닥친 비대면과 온라인이라는 변화의 영향권에 있습니다.

최근 정수기 시장은 직수정수기가 많이판매되고 있습니다. 역삼투압 방식 정수기와 달리 저수조가 없는 직수정수기는 크기가 작아서 차지하는 공간이 적고 무엇보다 관리가 편합니다. 최근에는 아예 필터를 고객이 직접 교체할 수 있는 제품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되면 제품을 계속 관리해주는 코디가 필요없거나 아니면 그 역할이 크게 줄어들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 젊은 소비자들은 주기적으로 관리를 위해 찾아오는 코디를 부담스러워하기도 합니다. 인터넷 검색으로 최저가를 찾아서 구매하듯이 정수기도 온라인으로 구매해서 스스로 관리하는 것을 선호하기도 합니다. 이런 소비자들이 늘어나는 것은 '코로나'로 낯선 사람과의 접촉을 기피하는 경향이 늘어나면서 더욱 빨라지고 있습니다. 이런 소비자들이 많아질수록 코웨이처럼 렌탈과 서비스가 결합된 회사들은 불리해지고 렌탈만을 제공하는 회사들이 더 유리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오늘도 월급은 통장을 스치운다

특히 서비스를 받는 것보다는 렌탈을 통한 구매 수요가 더 늘어나고 있는데요. 소비자들이 점점 목돈을 저축하기가 힘들어지고, 월 단위로 지불해야 하는 돈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매달 우리가 고정적으로 지불해야 하는 것이 어떤 것이 있는지 한번 적어보겠습니다.

주거 관련(월세, 전세대출이자,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유틸리티(아파트관리비, 전기료, 난방비)
통신관련(휴대전화+TV+인터넷)
구독서비스(넷플릭스, 웨이브 등)
자동차(자동차할부, 리스 등)
금융 관련(보험료, 적금)

이외에도 세금, 학자금대출 등 개인의 현금흐름에서 매달 지불해야 하는 항목은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렌탈은 필요한 제품을 바로 사용할 수 있는 편리함을 제공해줍니다. 일시불로 구매하려면 시간을 들여서 저축을 해야 하는데 바로 구매를 해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고객들은 일시불로 샀을 때 다 지불하는 비용이 더 많다고 해도 렌탈을 택하고 있습니다. 쉽게 해지할 수 있고 지겨워지면 신제품으로 교체할 수 있다는 렌탈의 장점이 할부보다 더 두드러지고 있는 것입니다.

(상)(하)편을 정리해보겠습니다.

1) 렌탈은 생활가전시장의 트렌드를 이끄는 중요한 판매 방식입니다.

2) 코웨이는 렌탈과 서비스(여성 방문판매조직)를 결합해 이 시장을 열었고 웅진은 코웨이 덕에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3) 현금흐름을 관리하는 데 실패한 웅진그룹은 신사업을 위해 코웨이를 매각했지만 결국 이를 다시 찾아오는 것은 실패했습니다.

4) 렌탈 시장에서 서비스의 중요도는 점차 떨어지고 있지만 렌탈에 대한 수요는 더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덕주 벤처과학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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