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 아니야" 아버지 살해한 50대, 횡설수설

김정엽 기자 2020. 6. 24.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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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전용사 부친 살해한 아들 법정서 헛소리
전주지법, 아들 배제하고 재판 진행키로

“나 유XX라구요, 유XX라니까.”

80대 아버지를 둔기로 때려 숨지게 한 혐의(존속살인)로 구속기소된 이모(55)씨가 법정에서 자신의 이름을 묻는 말에 엉뚱한 대답을 했다. 이씨는 자신의 이름과 전혀 다른 이름을 말하고선 침묵을 지키는 등 재판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였다.

24일 전주지법 제11형사부(부장판사 강동원) 심리로 이씨에 대한 첫 공판이 열렸다. 재판 시작에 앞서 이씨는 재판장이 이름을 묻자 “유XX”라고 답했다. 엉뚱한 답변을 들은 재판장이 다시 한 번 물었지만 이씨의 대답은 같았다.

조선일보DB

재판장은 교도관에게 이씨의 이름을 확인했다. 교도관은 “이XX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자 이씨는 화를 내면서 전혀 엉뚱한 이름인 “유XX가 맞다”며 소리를 질렀다.

재판장은 이어 이씨에게 나이와 주소를 물었지만, 그는 입을 닫아 버렸다. 검찰이 공사사실 인정 여부를 묻자 변호인은 “이씨는 현재 어떠한 답변도 하고 있지 않다. 이 자리에서 인정 여부를 밝히기 곤란하다”고 답했다.

재판장은 변호인에게 “힘들겠지만 이씨를 잘 설득해 달라”고 당부했지만, 이씨는 요지부동이었다. 이날 재판부는 정상적인 재판 진행이 힘들다고 판단, 이씨의 진술을 배제하고 증거자료나 지인 등의 진술을 중심으로 재판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씨는 지난달 20일 오후 6시쯤 전북 전주시 완산구의 한 아파트에서 아버지(87)를 등산용 스틱과 몽둥이 등으로 수차례 때려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는 이날 아버지의 집에 찾아가 말다툼을 벌이다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이씨의 어머니는 집에 없었다고 한다. 이웃 주민들은 “이씨 부자가 심하게 다투는 소리가 들렸다”고 말했다.

이씨는 범행 직후 이해하지 못할 행동을 했다. 그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이름을 한자로 적은 메모지를 남겼다. 이 메모지에는 아버지의 사망 시각과 함께 ‘상중(喪中), 장지 임실호국원’이란 문구도 남겼다. 이씨는 메모를 작성하고 3분 만에 집을 빠져나와 도주했다.

이씨 형제들이 이틀 뒤 숨진 아버지를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주변 방범카메라 등을 분석해 이씨를 유력 용의자로 특정해 긴급체포했다. 이씨는 경찰조사에서 자신의 범행이라고 시인했으나 경위와 동기 등에 대해서는 입을 닫았다.

경찰 관계자는 “이웃 주민들의 증언에 따르면 아버지가 이씨에게 훈계하는 과정에서 다툼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6·25 참전용사인 아버지는 임실호국원에 안장됐고, 이씨가 메모를 남긴 것은 아무래도 아버지에게 마지막으로 예를 갖춘 것 아니겠느냐”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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