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현 꿈 꺾였다' 임대사업자 옥죄기로 방향전환
시장·전문가 "정책 신뢰성 훼손..전월세값 자극할 것"

"임대사업자 등록하라고 부추길 땐 언제고 실거주 안하면 조합원 자격 박탈이라니요. 세제혜택 줄테니 등록하라는 정부 말만 믿었는데 토끼몰이 당한 기분입니다."
6·17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주택 임대사업자들의 불만이 폭발하고 있다. 정부가 재건축 아파트를 임대주택으로 등록한 집주인도 2년 이상 실거주해야 분양자격을 주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임대사업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역시 전면 금지하면서 실거주하기 위한 대출까지 막힌 것.
2017년 8월 당시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이 "다주택자들이 임대주택을 내놓아야 주택시장이 안정된다"며 임대주택 등록을 적극 장려했지만 이제는 정부가 집값 상승과 탈세의 온상으로 몰아가며 '과도한 옥죄기'를 하고 있어 정책 일관성을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대사업자들 "정부 말만 믿었는데 뒤통수 맞아"
21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6·17 대책을 통해 분양신청 자격에 실거주 요건을 넣자 재건축 아파트 임대사업자들이 "재산권과 거주이동의 자유 침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6·17 대책에 따르면 올 연말까지 조합을 설립하지 못한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 아파트 단지의 경우 2년 이상 실거주 거주요건을 갖춘 경우에만 분양 신청이 가능하게 된다. 소유 개시시점부터 조합원 분양신청시까지 2년 이상 거주하지 않으면 해당 아파트는 현금청산된다.
재건축 아파트를 임대주택으로 등록한 집주인들은 하루 아침에 날벼락을 맞았다. 거주 의무 요건을 채우기 어렵기 때문이다. 분양권을 받기 위해서는 임대 의무기간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세입자를 내쫒고 직접 거주해야 하는데 이럴 경우 임대 의무 위반으로 3000만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지방 거주자의 경우 실거주를 하려면 서울로 거주지를 옮겨야 한다.
한 주택임대사업자는 청와대 청원글을 올려 "정부 정책에 따라 2006년부터 가지고 있던 아파트를 2018년 3월 임대사업자 등록했는데 이제와서 분양전까지 2년 실거주를 안하면 현금 청산하라는 것"이라며 "새 집에 입주하는 꿈 하나로 살아왔는데 중과세에 과태료까지 물고 팔아야 하냐"고 격분했다.
임대사업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금지 역시 반발을 낳고 있다.
기존에는 규제지역 내 주택담보대출비율(LTV) 20∼50%가 적용됐지만 다음달 1일부터는 전국 모든 지역에서 임대사업자에 대한 주담대가 전면 금지된다. 개인 임대사업자의 실거주 주택에 대해 주담대를 허용하는 예외조항이 없어 혼란이 야기되고 있다.
■시장·전문가 "정책 신뢰성 훼손..전월세값 자극할 것"
시장에서는 전월세 시장 안정을 위해 2017년 말 각종 세제혜택을 약속하며 임대사업자 등록을 유도했던 정부가 1년도 되지 않아 규제 일변도로 나서면서 스스로 정책 신뢰성을 훼손하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한 임대주택사업자는 최근 '개인주택임대사업자에 대한 비상식적인 행정폭력을 중단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글을 통해 "6·17 부동산 대책에서 현 정부가 바라보는 주택임대사업자에 대한 시각은 집값 상승의 주범, 투기세력, 탈세집단인 것 같다"며 "이는 현 정부가 출범하며 서민주거안정을 목표로 독려한 주택임대사업 계획과 180도 달라 너무 당혹스럽고 뒤통수 맞은 느낌"이라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다주택자들이 임대주택 등록을 꺼리면서 전월세 시장이 출렁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종훈 세무사는 "그동안 임대주택 등록으로 임대료 억제 효과가 있었는데 이제 다주택자들이 임대주택 등록을 피해 일반 임대로 돌려 종합부동산세 상승분을 임대료에 전가시킬 가능성이 있다"며 "이럴 경우 전월세값이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우병탁 신한은행 세무팀장 역시 "신규 임대사업자의 시장진입이 줄어들면서 장기적으로 전월세 시장의 임대공급 물량 증가세가 감소할 수 밖에 없다"며 "이럴 경우 전월세 가격 상승을 자극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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