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때 밀고 새싹 키우며 힐링"..올여름 '잇템' 심상치 않네

최동현 기자 2020. 6. 20.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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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쇼핑포인트] 코로나19에 '여름 트렌드'도 바꼈다
때르가즘·반려식물·책상꾸미기 인기..매출 200% '쑥'
(CJ올리브영 제공)© 뉴스1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 직장인 김모씨(27·여)는 지난 주말 서울 양재동 꽃시장에 들러 작은 화분을 사 왔다. 오는 7월 한 주간 휴가를 신청했지만 멀리 떠날 계획은 없다. 김씨는 "화분을 키우면서 집에 머물 예정"이라며 "파릇파릇한 잎을 보면 기분이 상쾌해지고 공기정화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불볕더위가 시작되면서 유통업계가 일제히 올여름 '잇템'(it item)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예년과 분위기가 살짝 다르다. 해외나 바다에서 인기가 높았던 상품은 쏙 들어가고, '집콕'하기 좋은 상품이 뜨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해외여행은 물론 해수욕장을 찾기도 어려워지면서 소비자의 손길은 엉뚱한 곳으로 향하고 있다. 올여름 뜨고 있는 이색 아이템을 찾아봤다.

◇'때르가즘' 아세요?…집콕족 '각질 제거제' 열풍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때르가즘'이라는 용어가 뜨고 있다. 때를 말끔히 제거했을 때 느끼는 행복감이란 뜻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집콕 생활이 늘면서 '각질 제거제'(스크럽)가 이례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다.

CJ올리브영이 지난 1일부터 17일까지 매출을 분석한 결과, 바디·헤어 스크럽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0% 증가했다. 같은 기간 바디 스크럽은 44%, 두피 각질 관리에 특화된 헤어 스크럽은 20%씩 뛰었다.

코로나19 여파로 다중이용시설 사용이 제한되면서 예년보다 스크럽 상품 구매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공중목욕탕이나 미용실을 방문하는 대신 집에서 향긋한 스크럽을 이용해 세신(洗身)을 하고 기분 전환도 꾀하려는 고객들이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스크럽은 미세한 알갱이가 함유된 크림으로, 피부를 가볍게 문질러 각질을 제거해 주는 제품이다. 피부가 급격히 건조해져 각질이 생기기 쉬운 가을 환절기나 겨울철에 수요가 높은 편이다. 하지만 올해는 이례적으로 초여름부터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때르가즘'을 내세운 '라끄베르 살국수 때필링', 비누망 형태로 샤워를 하며 한 번에 각질을 제거해 주는 '때밀이 바스' 등 독특한 콘셉트 상품도 인기다. 브랜드 '플루'는 화이트머스크, 베리믹스, 로즈마리 허브, 코코넛 등 다양한 향의 스크럽을 선보이고 있다.

CJ올리브영 관계자는 "부쩍 더워진 날씨에 불쾌지수가 높아진 데다 코로나19로 집에 있는 시간이 늘면서 집에서도 전문적인 관리를 돕는 홈케어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귀띔했다.

'무럭무럭 버섯키트'(퍼밀 제공)© 뉴스1

◇새싹·버섯 키우고 재배까지…'실속형 집콕족'도

새싹, 채소, 버섯 등 '반려식물'을 기르면서 시간을 보내고, 직접 재배까지 하는 '실속형 집콕족'도 늘고 있다.

이베이코리아에 따르면 지난달 14일부터 6월14일까지 G마켓에서 판매된 '베란다텃밭 세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31% 폭증했다. 같은 기간 새싹재배기 판매량도 29% 증가했다.

반려동물에 비해 수고로움은 덜하고, 지루함을 달래기에는 제격이어서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점도 한몫했다.

물만 주면 무럭무럭 자라는 '버섯재배키트'도 인기다. 스페셜티푸드 플랫폼 '퍼밀'(permeal)은 최근 버섯재배키트, 허브, 반려묘용 캣그라스, 새싹 등 식물재배 상품을 잇달아 출시했다.

'무럭무럭 버섯키트'에는 버섯이 자랄 수 있는 토대가 되는 배지(培地)에 버섯 종자가 들어 있다. 하루 세 번씩 물을 주면 일주일 뒤 잘 자란 버섯을 만날 수 있다. 표고버섯, 느타리버섯, 노루궁뎅이버섯 중 입맛에 맞는 버섯을 고르면 된다.

'셰프의 가든 허브 텃밭' 세트는 특별 제작한 화분 겸 포대에 고수, 루꼴라, 바질, 세이지 씨앗 4종이 심어져 있는 세트다. 무순, 브로콜리, 다채, 유채 등 새싹채소와 강낭콩, 가지, 당금 고추, 상추 등 반찬으로 요리하기 좋은 키트도 있다.

반려묘를 키우고 있다면 '캣그라스 재배 키트'가 제격이다. 고양이 털인 헤어볼을 배출시키고 건강 간식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보리싹, 밀싹, 귀리싹, 캣닢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텐바이텐 제공)© 뉴스1

◇키캡 바꾸고 사무용품 리뉴얼…직장인 취미도 변신

소소한 '취미 생활'은 집을 넘어 '직장' 속에도 파고 들었다. 각양각색의 키캡(key cap)으로 사무실 키보드를 꾸미거나 사무용품을 바꿔 기분을 전환하는 직장인들이 급증하고 있다.

디자인 상품 전문 쇼핑몰 '텐바이텐'(10X10)에 따르면 지난 4~5월 키보드, PC 보조도구 상품 판매량이 전년 대미 167% 급증했다. 데스크 보관함, 거치대, 파일류 등 사무용품 매출도 59% 늘어났다.

서울 강남에서 직장을 다니는 정모씨(28·여)는 최근 사무실 키보드를 치우고 새로 장만한 '블루투스 키보드'로 책상을 꾸몄다. 정씨는 "키보드 키캡을 바꿔 끼거나 감각적인 디자인의 모니터, 의자, 볼펜 등을 구입하는 동료 직장인들이 확연히 늘었다"고 말했다.

재택근무 중인 권모씨(34)는 아예 노트북을 새로 바꿨다. 평소 쓰지 않았던 노트북 거치대와 무선 마우스도 새로 장만했다. 권씨는 "업무 공간이 회사에서 집으로 바뀌니까 사무용품에 대한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며 "책상을 꾸미는 맛에 들린 것 같다"고 웃었다.

텐바이텐은 재택근무가 확산했던 지난 3월 '재택근무의 신' 기획전을 열고 휴대용 노트북 거치대, 인터넷 공유기, 가전 충전 제품 등 재택근무 필수 아이템을 판매했다가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35% 뛰는 '대박'을 치기도 했다.

텐바이텐 관계자는 "재택근무가 늘면서 '노트북 거치대'가 가장 인기가 높았다"며 "2월 대비 3월 판매량이 86% 증가했다"고 말했다.

dongchoi8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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