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둘러싼 조합과 시공사의 끊임없는 힘겨루기.. "시공권 뺏기도"

유한빛 기자 2020. 6. 1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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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사업장에서 공사비를 둘러싸고 조합과 건설사가 갈등을 빚는 일이 이어지고 있다. 공사비 문제가 자꾸 불거지다 보니 최근 도시정비사업은 입성(入城)만큼이나 수성(守城)이 중요한 시장이 됐다. 일단 사업을 수주했다고 해도 실제로 삽을 뜨기 전까지 시공권을 100% 보장할 수 없는 상황이다.

19일 주택정비업계에 따르면 최근 들어 건설사와 정비사업조합 사이의 갈등에 불을 붙이는 큰 요인은 공사비 증액 문제다. 건설사들이 사업을 수주한 다음 공사비를 증액하려다 조합과 마찰을 빚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공사비 증액은 재건축·재개발조합이 시공사를 선정한 시점과 실제 착공 시점간 시차가 나면서 물가인상률과 인건비 변동, 설계 변경에 따른 비용 인상 등을 반영해 시공사와 조합이 합의해 이뤄진다. 다만 영업비라는 이유로 대부분 건설사들이 늘어난 공사비용의 세부내역을 공개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오는 12월 입주를 앞둔 과천 ‘센트럴 푸르지오 써밋’에서는 공사비 증액을 둘러싼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과천주공7-1단지아파트 재건축조합은 당초 푸르지오 브랜드로 사업을 추진하다가 공사비를 증액하고 대우건설의 고급 아파트 브랜드인 ‘써밋’을 달았다. 센트럴 푸르지오 써밋보다 몇달 먼저 입주하는 ‘과천 푸르지오 써밋(과천주공1단지 재건축)’을 의식한 움직임이다.

그러나 조합원들은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늘어난 사업비에 비해 결과물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인근 과천 푸르지오 써밋은 실내 수영장, 사우나, 스카이라운지 등 특화된 커뮤니티시설(입주민 공용시설)을 갖춘 반면, 센트럴 푸르지오 써밋에는 피트니스시설과 골프연습장, 도서관 등 일반 아파트와 다를 게 없는 시설만 조성됐다는 불만이다.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4단지아파트 재건축사업의 일부 조합원들은 최근 시공사인 GS건설이 증액을 요청한 공사비 1370억원의 상세내역을 공개하라며 시위를 벌였다.

GS건설은 지난해 말에도 과천주공6단지아파트(과천 자이) 재건축사업장에서 공사비 문제로 조합원들과 갈등을 빚었다. 과천주공6단지 재건축조합의 일부 조합원들은 GS건설이 고급화를 내세워 공사비를 책정해 인근 재건축사업장보다 비싼 금액을 지불했지만, 마감재 품질은 예상보다 떨어지고 조합원 분담금은 급증했다는 주장을 했다.

정비업계에서는 이같은 공사비 문제를 얼마나 잘 수습하느냐가 앞으로 시공권을 방어하거나 사업을 추가로 수주하는데 더 핵심 요소가 될 것으로 본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와 분양가상한제 등 정비사업 규제가 강화되면서, 조합이 돈 문제에 더 민감해졌기 때문이다.

최근 공사비 증액 문제를 겪은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조합 집행부나 시공사에 불만을 가진 비상대책위원회가 가장 공격하기 쉬운 지점이 공사비"라면서 "일단 비용을 걸고넘어져 사업을 지연시키면 금융비가 늘어나는 등 모든 조합원들에게 피해가 돌아가기 때문에 협상을 위해 공사비 증액 내용을 문제 삼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공사비 문제로 시공권을 잃는 경우도 나오고 있다. 앞서 과천주공1단지 재건축조합이 당초 시공사로 선정한 포스코건설과 계약을 해지하고 대우건설로 갈아탄 것도 공사비 증액 갈등 때문이다.

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포스코건설은 당초 경쟁사보다 낮은 공사비를 제안해 사업을 따냈는데, 당시 ‘부동산시장이 상승세이니 공사비를 증액해달라’는 단순한 논리를 내세웠다가 조합의 심기를 거스른 것으로 안다"며 "고급화를 통한 아파트 가치 상승이나 과천의 새로운 랜드마크화 등 조합원들을 다독일 수 있는 매력적인 논리를 제시했어야 했는데, 포스코건설이 정비사업 경험이 적은 탓에 저지른 뼈아픈 실책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공사비 문제로 시공사가 교체되는 일이 재건축시장에서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서울 용산구 이촌동 현대아파트 리모델링사업조합도 당초 계약한 공사비의 30%가 넘는 금액을 증액해달라는 포스코건설의 요구가 과하다며, 지난달 개최한 임시총회에서 시공사 계약 해지안을 가결했다.

더욱이 정부가 공사비 부풀리기나 비리를 줄이겠다며 지난해 10월 ‘정비사업 공사비 검증 기준’을 마련하면서 건설사들로서는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검증 기준에 따르면 정비사업의 공사비를 계약한 금액의 5% 이상(사업시행계획 인가 전 시공사를 선정한 경우 10% 이상) 늘리거나 조합원 5분의 1 이상이 검증을 요청한 경우,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한국감정원이 설계안과 공사비 증액 항목 등을 일일이 확인해 적합성을 따지도록 했다.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건설사들은 영업기밀이라며 세부 내역을 밝히지 않는데 실질 비용과 시공사가 낸 견적의 차이가 20~30%씩은 난다"면서 "국토교통부에서 고시하는 표준건축비와 기본건축비, 각 사업장의 설계도, 노무비 등을 보고 건설사들이 비용을 부풀리지 않았는지 등을 들여다보기 때문에 일단 검증이 이뤄지면 건설사가 제시한 증액안과 실제 공사비의 차이가 10~20%로 줄어들어, 조합원들의 분담금이 10%는 줄어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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