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생각]①인간의 삶과 역사를 지배한 '신(神)의 메시지'
권력자와 종교가 독점하던 '시간', 르네상스 거치며 대중화
정확한 시간을 향한 레이스..갈릴레오의 진자에서 원자시계까지
시간으로 공간을 읽다..GPS 기술로 절대 위치 포착

☆ ‘인더스토리’(INDUSTORY)
현대 산업사회를 구성하는 핵심 요소들의 과거와 현재를 역사·정치·문화·기술·경제 등 복합적인 시선으로 이해하고 이를 통해 미래를 보는 능력을 기른다. 현대 문명의 기반이 된 ‘철’(鐵)과 ‘사’(沙·모래)부터 코로나19 사태로 주목받고 있는 ‘약’(藥), ‘의’(醫) 등 이 세상 모든 산업의 역사를 다룬다.
☆ 임규태 공학자·교육자·기업가
미국 조지아공대에서 15년간 교수로 재직. 조지아공대 부설 전자설계연구소 부소장, 조지아공대 기업혁신센터 국제협력 수석고문. 국제 통신표준화 의장. 빅데이터·소프트웨어·게임·블록체인·기후변화 등 다양한 분야의 스타트업에 참여.

임규태 박사는 “고대인에게 시간은 신이 주는 메시지였다”라면서 “권력자들은 이 정보를 독점해 백성을 통제할 수 있었다”고 했다. 소수가 독점하던 시간 정보가 다수 대중에게도 허용되는 과정에서 인류의 역사도 격변의 시기를 맞게 되었다고 짚었다.

◇ ‘때리는 것’에서 ‘보는 것’으로 바뀐 시계
392년 로마제국의 테오도시우스 1세는 가톨릭을 국교로 지정했다. 이때부터 유럽은 가톨릭이 지배하는 종교의 시대로 진입했다. 유럽 곳곳에 세워진 교회들은 시간 정보를 독점해 농노들을 통제했다. 농노들은 교회 종소리에 따라 일을 시작했고 점심을 먹었으며 예배를 봤다. 시계를 나타내는 단어 ‘클락(Clock)’의 어원이 ‘때리다’인 이유는 수도사들이 친 종이 중세 유럽의 시간을 알려주는 도구였기 때문이다.
14세기 유럽을 휩쓴 흑사병으로 가톨릭의 권위가 약화하고 인본주의가 발현한다. 르네상스의 시작이다. 르네상스 당시 유럽인들은 신을 찬양한다는 명목으로 경쟁적으로 대규모 건축물을 건설했다. 종이 매달렸던 교회 첨탑 자리는 다양한 기능을 지닌 시계로 대체된다. 체코 프라하의 천문시계가 대표적이다. 이때부터 시계는 더 이상 ‘때리는 것’이 아니라 ‘보는 것’(와치·Watch)로 바뀐다.
1504년 독일의 시계 제작공 피터 헨라인은 최초로 휴대용 시계를 발명한다. 교회가 독점하던 시간 정보가 대중에게 넘어가는 시발점이다. 임 박사는 “시간의 대중화는 신의 메시지가 인간의 영역으로 넘어왔다는 점에서 르네상스 정신을 대변한다고 볼 수 있다”라면서 “르네상스 이후 본격적으로 시계를 바탕으로 한 산업이 융성한다”라고 했다.

칼뱅의 사상은 철저한 금욕주의가 바탕에 깔려있었다. 칼뱅은 귀금속 등 사치품 사용을 엄금했다. 단 예배 시간과 하루 일과를 위해 시계만은 지닐 수 있도록 했다. 사치품 금지로 위기를 맞은 스위스 귀금속 업자들은 종교 개혁이 촉발한 위그노 전쟁을 피해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지에서 피신 온 시계공들과 손잡고 시계 산업을 부흥시킨다. 스위스는 이때부터 지금까지 세계 시계 산업의 중심이 된다.

1차 세계대전부터 자동차가 전장에 투입되며 기동성이 혁신적으로 향상됐다. 넓어진 전선에서 합동 작전을 진행하려면 아군끼리 시간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시계는 주요 전시 물자로 떠올랐고, 전장에서 수시로 시계를 봐야 했던 군인들은 회중시계를 손목에 묶고 다니기 시작했다. 손목시계의 등장이다. 영세 중립국으로 전쟁의 포화를 피해 간 스위스는 손목시계 산업으로 다시 한 번 시계 강국의 위치를 공고히 했다.

◇ 진자 운동에서 원자 움직임까지… 정확함을 위한 기술의 발달
이탈리아의 물리학자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피사 성당의 샹들리에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고 진자 운동을 발견한다. 진자 운동이란 고정된 한 축이나 점의 주위를 일정한 주기로 진동하는 운동을 뜻한다. 진폭이 달라도 왕복하는 속도는 늘 일정하다는 원리(진자의 등시성)는 시계의 정확도를 한층 끌어올리는 변혁을 가져왔다.
1656년 네덜란드의 물리학자 크리스티안 호이겐스는 시계 작동 장치인 밸런스 스프링(Balance spring)을 발명한다. 밸런스 스프링은 탈진기(밸런스·진자의 1주기마다 지침을 회전시키는 장치)를 진동하게 만드는 작은 스프링이다. 시계의 심장 역할을 하는 밸런스 스프링의 등장으로 고정된 진자 운동을 휴대용 시계에 담을 수 있게 되었다.

1927년 벨 연구소에서 쿼츠 시계가 발명되면서 인류는 시간 정확도에서 새로운 시대를 맞는다. 쿼츠 시계는 전기를 가하면 떨리는 석영의 성질을 이용하며, 석영이 32768번 진동하는 시간을 1초로 환산한다. 1969년 일본의 세이코가 최초로 쿼츠 시계의 상업화에 성공한다. 반도체 기술의 발달로 저렴한 가격과 월등한 정확도로 무장한 쿼츠 시계는 전통적인 기계식 시계 시장을 초토화하며 쿼츠 쇼크를 일으킨다. 이때 몰락한 스위스 시계 산업은 정확도 경쟁을 포기하고 명품 시계에 집중하면서 부활한다.

◇ 시간, 우리의 위치를 알려주는 길라잡이로
1983년 대한민국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미국 뉴욕 존 F. 케네디 국제공항을 출발해 알래스카 앵커리지 국제공항을 거쳐 김포국제공항으로 비행하던 대한항공 007편이 사할린 인근에서 소련에 격추된 것. 당시 비행기에는 미국의 래리 맥도널드 상원의원이 탑승해 있었다. 강대국 간 국제 분쟁으로 비화할 수 있는 중대한 사건이었다.


임 박사는 “예전에는 시간 정보가 단지 정확한 시각을 제공하는데 그쳤지만, GPS 기술의 등장으로 정확한 나의 위치를 알려주는 단계에 이르렀다”며 “우리가 매일 이용하는 내비게이션이나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모두 GPS를 이용한다. 그만큼 시간은 우리가 상상하는 이상으로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라고 했다.

이데일리와 이데일리의 지식인 서포터스, 오피니언 리더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경제 인문학 토크 콘서트입니다. 우리 시대 ‘지성인’(至成人·men of success)들이 남과 다른 위대한 생각을 발굴하고 제안해 성공에 이르도록 돕는 프로그램으로, 이데일리 창립 20주년을 맞아 기획했습니다. ‘위대한 생각’은 매주 화요일 오후 6시 이데일리TV에서도 만날 수 있습니다.
김무연 (nosmok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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