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등록금 반환 요구'..대학은 '혁신지원사업비'에 속타

장지훈 기자 2020. 6. 15.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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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정부 지원금을 장학금으로 쓰게 해달라는 요구 부적절"
건국대 2학기 '등록금 감면' 결정에 대학들 고민 깊어져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소속 대학생들이 15일 정부세종청사 교육부에서 '대학교 등록금 반환을 위한 교육부-국회 대학생 릴레이 행진 선포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서울=뉴스1) 장지훈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따른 학습권 침해를 주장하는 대학생들의 등록금 반환 요구가 거세지면서 대학들이 깊은 고민에 빠졌다.

특히 15일 건국대학교가 올해 1학기에 등록한 재학생 1만5000여명을 대상으로 2학기 등록금을 일부 감면하는 방안을 확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대학들이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건국대학교는 대학본부와 학생 대표단이 참여하는 등록금심의소위원회를 통해 원래 내야 할 등록금에서 양측이 합의한 비율에 따라 줄어든 금액을 등록금 고지서에 표시하는 '고지 감면' 방식으로 등록금을 일부 반환하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오는 18일 제9차 등록금심의소위원회를 통해 등록금 감면 비율을 결정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대학들은 교육부가 대학혁신지원사업비를 대학이 '특별 장학금'으로 활용하는 것에 제동을 걸면서 재정 마련이 더 어려워졌다는 토로가 나온다.

교육부 대학재정장학과 관계자는 "대학혁신지원사업비는 각 대학의 중장기 발전계획에 따라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등록금 반환 요구가 거세다고 해서 정부 지원금을 일괄적으로 장학금으로 쓸 수 있게 해달라는 요구는 수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대학혁신지원사업비는 교육부가 대학의 역량 강화와 자율적인 혁신을 돕기 위해 지급하는 일종의 정부 지원금이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0년도 제3회 추가경정예산안'을 보면 올해는 전국 143개 대학에 7528억원이 편성됐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대면수업 중단 등으로 등록금 반환을 요구하는 대학생들의 목소리가 커지자, 지난 4월부터 교육부에 대학혁신지원사업비의 용도 제한을 해제해 각 대학이 이를 특별 장학금을 지급하는 재원으로 활용하게 해달라고 요구해왔다.

교육부 관계자는 "목적에 맞게 대학혁신지원사업비를 사용하라는 것이 교육부의 입장"이라며 "지원금을 학생 1인당 얼마씩 나눠주는 식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은 집행의 적절성 측면에서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대학들은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도 인건비와 시설유지비 등 고정 비용이 그대로 나가는 데다 Δ유학생 감소 Δ캠퍼스 방역 Δ원격수업 인프라 구축 Δ기숙사·식당 등 시설 미운영에 따른 재정 악화로 인해 정부 지원이 이뤄지지 않으면 등록금을 반환할 여력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 한 사립대학교 관계자는 "교육부에서도 대학 재정을 고려해 대학혁신지원사업비를 올해 한시적으로 장학금으로 쓸 수 있도록 하는 데 진지하게 논의한 것으로 안다"며 "이제 와서 장학금 마련은 대학이 알아서 하라는 식이니 답답하다"고 말했다.

대학생들의 등록금 반환 요구가 이어지는 가운데 건국대학교가 학생들에게 등록금 일부를 반환할 계획이라고 15일 발표했다.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서울의 또다른 사립대학교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모금이나 추가 재원 마련을 통한 장학금 지급이 최선의 방법"이라며 "고지 감면 방식의 등록금 반환은 논의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동국대학교는 이날 재학생 약 2000명을 대상으로 한 '코로나19 극복 장학금' 지급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4월부터 약 2개월 동안 교직원·동문·불교계를 대상으로 모금해 마련한 약 10억원을 7월 중순까지 1인당 50만원씩 지급한다는 계획이다.

동국대학교 관계자는 "대학 구성원의 뜻을 모아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지원하게 돼 다행이다"면서도 "특별 장학금 지급 외 등록금 반환·감면 등은 따로 논의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 30여개 대학 총학생회가 연합한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전대넷)은 건국대학교의 등록금 고지 감면 결정을 환영한다는 뜻을 밝히는 한편, 세종 교육부에서 출발해 서울 영등포구 국회까지 5박6일 동안 행진하면서 등록금 반환을 요구하는 도보 시위를 이날 시작했다.

전다현 전대넷 공동의장(성신여대 총학생회장)은 "대학들이 일부 학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는 것 외에 등록금 반환 요구에 미온적인 상황에서 건국대학교가 선도적으로 등록금 감면 결정을 내린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며 "건국대뿐만 아니라 다른 대학에서도 고통 분담을 위한 대책을 내놓을 것을 지속해서 촉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교협은 대학혁신지원사업비의 용도 제한을 교육부에 계속 요구한다는 계획이다. 대교협 관계자는 "교육부·기획재정부 등과 지금도 대학혁신지원사업비의 활용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며 "지금 상황에서 개별 대학이 건국대처럼 등록금 감면 또는 반환을 결정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hunh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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