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숙 작가, 혼란만 남긴 320억 대작 ['더 킹: 영원의 군주' 종영]

현혜선 기자 2020. 6. 13.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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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킹 영원의 군주 / 사진=SBS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말도 많고 탈도 많던 '더 킹: 영원의 군주'가 막을 내렸다. 해피엔딩이었지만, 불친절한 설명이 이어져 혼란만 가중됐다. 김은숙, 이민호, 김고은의 만남과 제작비 320억 원이라는 화려한 시작을 알린 드라마의 쓸쓸한 퇴장이다.

12일 방송된 '더 킹: 영원의 군주'(극본 김은숙·연출 백상훈, 이하 '더킹')가 종영됐다. '더킹'은 악마에 맞서 차원의 문(門)을 닫으려는 이과(理科)형 대한제국 황제 이곤(이민호)와 누군가의 삶, 사람, 사랑을 지키려는 문과(文科)형 대한민국 형사 정태을(김고은)의 공조를 그린 드라마다.

이날 방송에서 이곤과 호위대장 조영(우도환)은 만파식적을 이용해 1994년 대한제국 역모의 밤으로 향했다. 이곤은 조영에게 역적 이림(이정재)를 즉시 처단하라고 명했다. 혈투 끝에 조영은 어린 이곤을 지켰다. 이후 이림을 칼로 벴다.

이때 정태을은 현재 시간에서 이림과 차원의 틈에 서 있었다. 이림은 자신이 멀쩡한 모습을 보고 이곤의 처단이 실패한 줄 착각했다. 이에 정태을은 이림에게 총을 쐈고, 이림은 사라졌다. 만파식적이 사라지자 정태을은 이곤이 과거 이림 처단에 성공했음을 직감하고 이별을 생각했다.

그러나 이곤은 정태을을 잊지 않고 찾았다. 오히려 정태을이 자신을 잊을까 두려워했다. 그러나 차원의 틈에 서있던 정태을은 이곤을 잊지 않았고, 두 사람은 평행세계를 넘나들며 사랑을 키우면서 마무리됐다.

스타 작가 김은숙과 한류 스타 이민호, 김고은의 만남으로 방송 전부터 기대를 모은 '더킹'은 독특한 세계관을 들고 나왔다. 평행세계와 대한제국 등 가상의 공간에서 운명과 사랑, 그리고 복수 등의 내용을 담은 것이다. 그간 한국 드라마에서 보기 힘든 소재에 김은숙은 과감히 도전장을 내밀었다.

또 1인 2역이라는 설정도 도입해 한 배우가 여러 캐릭터를 연기하는 다채로움도 눈여겨볼 만했다. 대한민국의 정태을이 정의로운 형사였다면 대한제국의 루나(김고은)는 범죄자로 정반대의 지점에 서 있었다. 같은 배우가 한 드라마 다양한 색깔을 보여주며 신선함을 더했다.

더 킹 영원의 군주 / 사진=SBS


이렇듯 '더킹'은 다루기 어려운 소재들로 이야기를 꾸몄다. 김은숙의 도전을 두고 과유불급이라는 평가가 이어졌다. 평행세계와 대한제국, 1인 2역 등의 설정들이 불친절하게 전달되며 시청자들의 혼란만 야기했다.

어려운 소재일수록 연출의 '센스'가 중요하다. 그러나 '더킹'은 아름다운 화면을 만들기에만 급급했고, 이야기에 대한 설명은 덜어냈다. 평행세계관에서는 각각 세계의 차이를 보여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 예를 들어 화면의 색감, 구조, 배우들의 외형 등으로 차이를 줘 현재 인물들이 대한민국에 있는지 대한제국에 있는지 알려줘야 한다. 하물며 자막으로라도 짚어줬어야 되지만 '더킹'은 똑같은 화면만 연속적으로 보여줘 시청자들을 헷갈리게 만들었다.

여기에 드라마 흐름의 맥을 끊는 과도한 PPL(특정 기업의 협찬을 대가로 영화나 드라마에서 해당 기업의 상품이나 브랜드 이미지를 소도구로 끼워 넣는 광고기법)도 몰입을 떨어트리는 요소였다. 이해하기 어려운 소재에 불친절한 연출 속 PPL까지 더해져 총체적 난국이었다.

김은숙 작가는 안일했다. 그는 그간 '시크릿 가든' '상속자들' '태양의 후예' '도깨비' '미스터 선샤인' 등 소위 '대박 드라마'를 집필했다. '더킹'은 이런 김은숙 작가의 작품이라는 점 만으로 화제가 됐다. 그러나 '더킹'은 너무 어려운 소재를 선택한 탓이었을까. 김은숙 작가의 허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과거 칭송받던 대사의 맛은 이제 시대착오적 대사로 전락했다. "와이어가 없는 브라는 가슴을 못 받쳐 준다", "남자는 적게 입고 많이 움직여야 한다"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권고를 받을 정도였다.

또 평행세계를 넘나드는 타임워프(시간 왜곡) 속 오류도 작품의 완성도를 떨어트리는데 한몫했다. 현재의 인물이 과거의 인물을 뒤엉켰음에도 기억은 그대로였다. 이 역시 친절한 설명 대신 "생략"이라는 대사로 대신했다. 드라마적인 허용으로 감싸주기에 벅차다는 반응이다.

이는 시청률도 증명됐다. SBS 금토드라마라는 프라임 시간대에서 8.1%(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으로 막을 내린 것. '더킹'의 최고 시청률은 2회 분인 11.6%다. 입소문은커녕 시청자들이 외면했다는 뜻이다. 대게 드라마 마지막회 시청률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다는 점에서 얼마나 많은 시청자들이 등을 돌렸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처럼 기대를 모은 작품은 각종 논란 속 결말을 맞았다. 화려하게 포문을 연 만큼 쓸쓸한 마무리는 아쉬움이 남는다.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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