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요 한 줄로 길어올린 추억과 삶, 노경실 작가 에세이 <한 줄도 좋다, 그 동요>펴내
[경향신문]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엔 계수나무 한 나무 토끼 한 마리’, ‘낮에 놀다 두고 온 나뭇잎 배는 엄마 곁에 누워도 생각이 나요’, ‘다 같이 돌자 동네 한 바퀴 아침 일찍 일어나 동네 한 바퀴’…. 알다시피 동요 <반달>과 <나뭇잎 배> <동네 한 바퀴>의 노랫말 한 줄들이다.
이 동요 구절들을 읽다보니 어떤 생각이 떠오르는가? 우선 저절로 노래를 흥얼거리게 된다. 도대체 언제 불러봤던가하는 아득함 속에 어린시절 친구들과 어울리던 아스라한 여러 장면들이 스쳐 지나간다. 숱한 추억들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동요 노랫말 한 줄의 힘이 무척이나 넓고 깊고 세다는 것을 실감한다. 동요를 접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 그림책부터 동화·어른들을 위한 많은 책을 쓰고 청소년들을 위한 활발한 강연활동을 하고 있는 유명 작가 노경실씨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노경실 작가가 최근 펴낸 에세이 <한 줄도 좋다, 그 동요-너와 함께 다시 부를 수 있다면>(테오리아)에서 작가는 “인생의 첫 페이지인 동요를 함께 불렀던 모든 사람들이 그리워진다”며 “노래는 사람. 동요는 보고픈 사람”이라고 말한다.
작가는 책에서 20여 곡의 동요 속 노랫말 한 줄들을 뽑아 그것을 중심으로 우리들의 엇비슷할 어린시절 추억, 삶과 세상 이야기를 풀어낸다. 편안하게 앉아 차 한잔 놓고 추억 이야기를 주고받는 듯한 책은 지금의 삶을 한번쯤 되돌아보게 한다. 작가는 <나뭇잎 배> 속 한 줄에 ‘인생의 바다로 가는 작은 배’라는 제목을 붙이고 상계동 어린시절 교회 공부방 추억, 이웃과 나눠 먹은 생일 케이크 등을 떠올린다. 그리고는 “언젠가는 엄마아빠 품을 떠나 인생바다를 항해해야 하는 그 고단한 뱃길을 아직 모르는” 아이의 동화 한 편을 들려준다. <반달>에선 “외롭고, 고단하고, 제 마음대로 안 되는 뱃길이지만 토끼는 배에서 뛰어내리지 않는다”며 살아감의 의지를 설파한다.
동요 <당신은 누구십니까>에서 작가는 노숙자들을 대상으로 한 글쓰기 자원봉사활동을 소개한 뒤 “어릴 때는 멋모르고 부른 단순한 가사의 동요이지만 나이가 들어갈수록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게 하는 메시지로 느껴진다”며 “당신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누가 당신의 이름을 생각하며 웃을까요?”라고 독자들에게 묻는다. 이 책은 테오리아 출판사가 펴내는 ‘한 줄도 좋다’시리즈의 5번째다. 그동안 장석주의 <한 줄도 좋다, 우리 가곡-내 쓸쓸한 마음의 울타리>를 시작으로 김상혁의 만화책, 유재영의 SF영화, 조현구의 옛 유행가 편이 출간됐다.
도재기 선임기자 jae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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