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웅·영탁·이찬원·김호중, 그대 내게 행복을 주는 사람

안진용 기자 2020. 6. 12.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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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12일, 종합편성채널 TV조선 ‘미스터트롯’은 끝났다.

하지만 이는 또 다른 시작이었다. 지난해 ‘미스터트롯’의 자매품인 ‘미스트롯’이 트로트 열풍을 촉발시켰다면, ‘미스터트롯’은 세차게 기름을 부었다. 그리고 그 기름은 마르지 않는 화수분처럼 샘솟는 중이다.

‘미스터트롯’의 마지막 회 시청률은 35.7%(닐슨코리아 전국기준). 2000년대 이후 ‘미스터트롯’의 앞자리는 오직 ‘1박2일’(2010년3월7일, 39.3%)에만 허락됐다. 하지만 종편 개국 전이고, 지상파 프로그램 평균 시청률이 지금의 2배 이상이던 시절이란 것을 고려하면, 2020년에 방송된 ‘미스터트롯’의 성과는 쉽게 측정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그 인기는 진행형이다. 임영웅·영탁·이찬원·김호중·정동원·김희재·장민호 등 톱7이 이끄는 TV조선 ‘사랑의 콜센타’의 평균 시청률은 20%가 넘고, 임영웅·영탁·이찬원·장민호가 뭉친 ‘뽕숭아학당’의 시청률 역시 10%에 육박한다. 이쯤 되니 지상파, 타 종편사 가릴 것 없이 이들을 앞다투어 섭외했다. 게다가 출연하는 프로그램마다 역대 최고 시청률을 선사하니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표현에 딱 알맞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 실제 이 프로그램들을 즐겨본다는 주위 50대 이상 어르신들께 여쭤봤다. 여러 답변이 나왔지만, 가장 인상적이고 공통적인 대답은 “이들을 보면 행복하다”는 것이었다.

어린 시절 아버지를 여읜 임영웅, 기독교인이었지만 아들을 위해 기꺼이 신 내림을 받고 무속인이 된 어머니를 둔 영탁, 정규 교육을 받지 못했던 성악가 시절을 거쳐 이제는 트로트 가수로 거듭난 김호중, 아이돌로 시작해 온갖 세파를 뚫으며 비뚤어지지 않고 꿋꿋이 버텨온 장민호 등 그들의 사연은 감동과 공감을 사기 충분했다.

더 근본적인 건, 그들의 노래 실력이다. 가수는 가창력으로 말한다. 각자의 매력과 화법을 가진 그들은 그야말로 절창이다. 빼어난 기교와 적절한 감정 이입, 다양한 퍼포먼스 등으로 무장한 이들의 무대는 관객을 압도한다.

누구나 세상을 살아오며 노래에 빚을 진 적이 있다. 슬플 때, 기쁠 때, 혹은 화나고 서러울 때 듣던 노래가 있다. 이때 듣는 노래들은 멜로디뿐 아니라 마치 듣는 이들의 속내를 엿보고 온 듯한 가사가 폐부를 찔렀다. 그래서 심금을 울리는 가사가 돋보이는 트로트와 아주 선명한 가사 전달력을 갖춘 그들의 노래는 더욱 가슴에 와 닿는다.

이번에는 젊은 층에게 물었다. “왜 트로트를 듣나요?” 공통된 대답은 보다 간결했다. “신나고 재미있고, 듣기 좋으니까요.” ‘미스터트롯’ 출신들의 나이는 10∼30대다. 더 이상 트로트의 장년층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외침과 다르지 않다. 젊은 층이 보다 친근하게 트로트에 다가설 수 있게 된 이유 중 하나다.

30대인 한 후배는 이렇게 말했다. “예전에는 노래방에서 분위기 띄우려고 트로트를 불렀는데, 요즘은 워낙 멜로디와 가사가 좋아서 평소 돌아다니면서도 들어요.” 트로트가 특정 계층의 전유물이 아닌, 하나의 장르로서 정착한 셈이다.

더 인상적인 대답은 이것이었다. “부모님과 대화거리가 생겼어요.” 어느 자식이나 뒤늦게 후회한다. ‘왜 그때, 한마디 더 말을 걸고 다가서지 못했을까?’ 한탄한다. 교감할 수 있는 소재가 부족했던 탓이다. 친구들과는 아주 작은 소재 하나만 놓고도 1∼2시간을 떠들지만, 부모와 대화를 하려 할 때는 미리 계획까지 세운다. 대화가 끊겨 어색하지 않으려 미리 이것저것 고민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화는 번번이 끊긴다.

그런데 트로트가 오작교를 놔주었다. 부모 세대와 자녀 세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놀라운 콘텐츠가 생긴 셈이다. 가끔은 자녀보다 부모가 더 많은 것을 안다. 자녀들이 영탁이 부른 ‘누이’와 ‘홍시’를 이야기할 때, 부모는 그 노래의 원작자인 나훈아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야말로 트로트로 대동단결이다.

그래서 ‘미스터트롯’, 그리고 임영웅·영탁·이찬원·김호중·장민호 등이 더 대견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모두가 시름에 잠긴 때, 그들은 웃음과 감동을 줬다.

김호중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파파로티’에서 주인공 역을 맡은 배우 이제훈은 이 영화의 막바지에 해바라기의 ‘그대 내게 행복을 주는 사람’을 부른다. ‘내가 가는 길이 험하고 멀지라도 그대 함께 간다면 좋겠네 (중략) 이리저리 둘러봐도 제일 좋은 건 그대와 함께 있는 것 / 그대 내게 행복을 주는사람’ 듣고 있노라면 참 뿌듯하고 행복해지는 노랫말이다. 요즘 그들이 대중에게 행복을 주는 사람이다.

안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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