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첨단소재 울산공장 가보니.."핵심 기술 보호·육성 위해 국내 공장 증설"

울산=김문관 이코노미조선 기자 2020. 6. 10.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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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조선]
3|화학 석유·섬유·신소재

리쇼어링(reshoring·해외 생산 기지 국내 유턴)이 국내외 산업계와 정부 정책 화두로 떠올랐다. 문재인 대통령은 5월 10일 일자리 창출 방안의 일환으로 리쇼어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해 말 중국에서 발발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라 세계 각국이 문을 걸어 잠갔기 때문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대기업들의 탈(脫)중국 현상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현재 리쇼어링을 둘러싼 국내 산업계의 상황은 혼란스럽다. 대기업 중 유일하게 현대모비스가 지난해부터 리쇼어링을 추진 중인 반면, LG전자는 최근 일부 생산 시설을 인도네시아로 이전하겠다고 밝힌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코노미조선’은 리쇼어링 실패 사례와 성공 사례를 현지 르포를 통해 상세히 살펴보고 보다 현실적인 정책 대안을 고심해봤다. 산업연구원 등 전문가 인터뷰도 담았다. [편집자 주]

"효성 사례는 이례적인 것"
저임금, 원료 찾아 해외 진출
이원화 전략으로 유턴 유인 적어

5월 25일 오전 10시 30분, 울산광역시 매암동 효성첨단소재 아라미드(방탄용으로 쓰이는 뛰어난 인장강도를 가진 섬유) 공장 내부. 곳곳에서 ‘쉭쉭’ 소리와 함께 퍼지는 증기가 쇳물 냄새를 풍겼다. 효성첨단소재는 최근 베트남에 지으려던 생산 설비를 이곳에 증설하기로 했다. 모기업 효성은 613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이 공장 생산라인을 현재 연간 생산량 1200t에서 3700t 규모로 늘린다. 올해 하반기 착공해 내년 5월 중 마무리하는 일정이다. 5월 20일 울산시와 효성첨단소재는 아라미드 섬유 생산공장 증설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협약서는 효성첨단소재가 생산공장 증설 투자를 통해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울산시는 아직 확정 전이지만, 증설 투자와 관련한 각종 인허가 등 행정적 지원을 할 예정이다.

앞서 효성은 2007년 당시 전략본부장이었던 조현준 효성 회장의 결단으로 베트남을 ‘제2 생산 기지’로 낙점했다. 당시는 중국이 값싼 인건비를 등에 업고 ‘저가 공세’를 퍼부을 때였다. 생존을 위해서라도 베트남 등 저비용 국가로 생산 시설을 옮겨야 했다. 그리고 이는 성공적인 결과를 가져왔다. 효성 베트남 법인은 2008년부터 11년 연속 흑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도 타국에서의 사업은 변수가 많았다. 특히 지난해 12월부터 전 세계로 퍼지고 있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베트남 정부가 한국인에 대한 입국 제한 조치를 해도 마땅히 하소연할 곳이 없었다.

이런 와중에 효성첨단소재는 베트남 아라미드 생산라인 건설 계획을 접고, 울산 공장 증설을 결정했다. 외국에 있는 설비를 철수하는 리쇼어링(reshoring·해외 생산 기지의 국내 유턴)은 아니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중장기적 관점에서 국내 공장 증설이 해외 진출보다 크게 불리하지 않다고 인식한 것이다. 이번 결정에 대해 회사 내부에서는 ‘핵심 기술 보호·육성 차원’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효성의 이 같은 방침은 다른 업체에도 모범 사례가 될 가능성이 있다. 효성은 지난해 총 1조원 규모의 탄소섬유 투자를 선언하고, 2028년까지 전북 전주 탄소섬유 공장에서 연간 생산량 2만4000t 규모의 설비 증설을 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한·일 갈등으로 한국 기업들도 소재·부품·장비(소부장)의 지나친 해외 의존을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 반영된 결과기도 하다.

다만 효성 사례는 관련 업계에서는 상당히 이례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SK이노베이션이 미국 조지아주 1공장 신설에 착수했으며 바로 2공장 건설도 추진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2016년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석유화학 공장을 지었다. 이 기업들은 인도네시아와 태국을 비롯한 동남아시아에도 활발하게 진출하고 있다. 특히 석유화학과 섬유, 신소재 분야는 노동집약적인 산업으로 꼽히는데, 리쇼어링 시 한국의 높은 인건비 문제가 발목을 잡는 요인일 수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가장 큰 장애물은 주 52시간 근무제 등에 따른 인건비 문제"라고 했다.

◇낮은 인건비와 원료 찾아 해외 진출

석유화학과 섬유, 신소재 분야는 낮은 인건비와 원료 확보가 중요한 분야다. 실제 LG화학, 롯데케미칼, 한화케미칼 등은 산유국 현지 기업들과 합작을 통해 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해왔다. 이 회사들은 개발도상국에서 범용 제품 중심으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한편, 국내에서는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 비중을 늘리는 이원화 전략을 추진했다.

해외 진출 동기는 지역별로 달랐다. 동남아시아 시장은 부존자원이나 인구 규모 등을 고려할 때 주요 석유화학 제품 자급률이 50% 수준을 밑돌고, 석유화학 제품의 1인당 수요 증가율이 높아 시장 성장 잠재력이 매우 큰 것으로 평가된다. 중국이 인건비 상승 등으로 투자 매력도가 낮아지면서 국내 기업들은 ‘포스트 차이나’ 시장으로 동남아 진출 및 현지 대규모 투자를 활발히 진행했다. 이는 수출 물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신흥 시장을 선점해 경쟁력을 높인다는 전략에 따른 것이다.

또한 중앙아시아와 중동은 현지 원료(석유·가스) 입지의 이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함으로써 범용 제품의 대량생산으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 유럽연합(EU)과 중국 등 글로벌 시장에 우회 수출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급격한 리쇼어링은 쉽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석유화학은 원료가 해외에 있는데 리쇼어링하면 이를 수입하는 데 많은 비용이 발생한다"고 했다.

◇plus point

[Interview] 김동환 효성첨단소재 아라미드 생산팀장
"현금 유동성 막혀 규제 완화 절실"

"고용과 안전 관련 각종 규제가 최근 2~3년 새 늘었습니다. 이에 따라 생산 비용이 증가했지만, 핵심 기술을 보호·육성하기 위해 회사가 국내 공장 증설을 결정했습니다."

김동환 효성첨단소재 아라미드 생산팀장은 5월 26일 오전 효성첨단소재 울산공장에서 ‘이코노미조선’과 만나 이렇게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사태로 현금 유동성이 막힌 상황이라 규제 완화가 특히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베트남 진출 계획을 접은 이유는.
"핵심 기술을 보호하고 육성하기 위해서다. 특히 석유화학과 신소재, 섬유 산업은 사람의 ‘손’이 중요한 분야다. 해외에선 인력 관리 문제도 있을 수 있다. 최근 수년간 울산 섬유 산업계의 생산량이 크게 줄고 있지만, 적극적인 신소재 개발로 이를 극복할 계획이다."

리쇼어링은 아닌데 울산시에서 지원하나.
"그렇다. 다만 해외에서 국내로 들어오는 사례가 아니기 때문에 지원이 많지는 않다. 최근 회사와 울산시가 업무협약(MOU)을 체결했으며 우리는 많은 행정적 지원을 기대하고 있다. 회사 내부적으로도 분위기가 매우 좋다."

증설 후 지역 일자리가 늘어날 것 같은데.
"일부 언론에서는 수백 개의 일자리가 늘 것이라고 보도했지만, 증설되는 공장은 자동화가 진전돼 직접 고용 인원은 그다지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지역 일자리 창출에 최선을 다하겠다."

생산 현장에서 어려운 점은.
"새로 국내에서 공장을 가동할 때 느끼는 가장 큰 어려움은 안전 관련 등 규제다. 최근 몇 년간 규제가 체감상 열 배는 증가한 듯하다. 그리고 이는 국내에서 사업하기를 꺼리게 하는 요인이다. 가뜩이나 주 52시간 근무제 때문에 일하는 시간을 줄여야 하는데 규제 관련 보고서 등을 준비하느라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결국 현장에서는 인력과 시간 낭비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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