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실의 뉴스 읽기] 코로나 치료, 일반 환자보다 3~4배 힘들어.. 번아웃되는 의료진

김철중 논설위원 2020. 6. 5.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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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에 지쳐가는 병원
김철중 논설위원

지난달 26일 저녁 경기도 일산 명지병원으로 응급 수술이 가능한지 타진하는 다급한 전화가 걸려왔다. 명지병원서 100㎞ 떨어진 안성의료원에서 온 전화였다. 환자가 코로나 감염 확진 판정을 받고 격리 입원 중인데, 맹장염이 터져서 복막염으로 악화된 것 같으니 응급 수술이 필요했다. 수술 환자가 코로나 감염자이니 환자가 내쉬는 '바이러스 공기'가 밖으로 새지 않는 음압 수술실이 있어야 하는데, 안성의료원에 없으니 경기 서부와 북부에 유일하게 음압 수술을 운영하는 명지병원에 구조 요청을 한 것이다.

◇의료진 4배 투입해도 의료 수가는 같아

명지병원은 최근 코로나 감염자, 확진 검사가 나오기 전의 의심자, 자가 격리자 등의 수술을 위해 음압 수술실을 둘 만들었다. 공기가 항상 수술실 안쪽으로만 흐르도록 설계돼, 바이러스 오염 공기가 외부로 배출되지 않는다. 코로나 환자 수술실 이송은 환자를 통째로 덮은 음압 이송 카트(cart)로 한다. 이런 설비가 없는 상태에서 코로나 감염자를 수술하면 수술실 전체를 폐쇄해야 한다. 맹장염 코로나 환자는 성공리에 응급 수술을 마쳤고, 극적으로 회복됐다.

문제는 여기에 들어간 의료 인력과 시간에 대한 보상이 없다는 점이다. 병원은 코로나 환자를 볼수록 손해인 구조다. 집도의, 마취과 전문의, 간호사 등 수술실에 들어오는 모든 의료진은 레벨D 방호복을 입어야 한다. 바이러스가 걸러지는 N95 마스크를 끼고, 투명 플라스틱 페이스 실드(shield)를 꼈다. 가만히 있어도 숨이 답답할 정도다.

코로나 감염자 수술을 위해 집도의, 마취과 의사, 간호사 등 모든 의료진이 레벨D 방호복을 입고, 그 위에 다시 수술 가운을 입고 있다. 코로나 환자 수술에는 일반 수술보다 의료진이 4배 더 필요하다. 사진 오른쪽 아래는 코로나 감염자를 옮기는 음압 이송 카트. /명지병원

방호복을 입은 응급실 의료진, 이송 요원, 소독 요원, 폐기물 처리원 등 총 27명이 동원됐다. 평상시의 4배다. 다른 수술 2건은 인력 부족으로 취소됐다. 수술 준비부터 수술 후 소독까지 12시간이 걸렸다. 그럼에도 병원이 받는 수술비는 일반 수술과 같은 57만여 원이다. 경영진은 "이런 수술은 천만 원을 줘도 하기 싫다"며 "병원이 왜 이런 손해를 다 뒤집어써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의료진 지쳐가는데, 보상책은 부실

코로나 중환자 진료에는 인력이 3~4배 더 들어간다. 방호복 입은 채 2시간 이상 처치를 할 수 없기에 교대 간호사가 충분히 확보돼 있어야 한다. 노동 강도가 높기에 휴식 시간도 길어진다. 그럼에도 코로나 중환자실 입원 수가는 일반 환자와 같다. 일본은 코로나 감염 사태가 나자, 코로나 진료는 일반 의료 수가의 2배로 책정했다. 비용 부담이 큰 코로나 진료에 적극적으로 나서라는 처방이다. 우리나라 복지부는 사후 보상을 한다면서, 손해 사정인까지 동원해 여전히 병원 손실액 계산에 몰두하고 있다. 병원계에서는 "앞으로 누가 코로나 진료에 나서겠느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 진료에는 폐기물 처리, 소독 청소, 진료 보조, 보안 등 추가 인력이 필요한데, 채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병원이 위험한 지경"이라며 "목전에 닥친 의료 현장 '번 아웃(burn out·극도의 피로)'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간호협회 실태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 환자를 돌보는 간호사 58%는 건강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도 이틀 이상 출근해야 겨우 하루를 쉬고 있다. 병원 경영이 어려워지면서 간호사 94%는 위험수당조차 받지 못했다. 무급 휴직이나 강제 휴무 등 부당 처우를 경험한 간호사도 73%에 이른다. 신경림 간호협회장은 "가족에게 피해가 갈까 봐 병원에서 숙직하는 간호사도 많다"며 "말로는 코로나 영웅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격무에 시달리면서도 월급 걱정을 하는 처지"라고 말했다.

◇코로나 의심 환자 기피 벌어져

경기 남부 지역 요양원에 있는 권씨(80)는 숨이 차는 심부전 증세 악화로 종합 병원 집중 치료가 필요했다. 이에 가족들은 앰뷸런스에 태워 경기도 두 곳의 응급실을 찾았으나, 코로나 의심 환자라며 입원이 미뤄졌다. 음압 병실이 없다는 이유다. 온종일 돌다 결국 가족 지인이 주선해 서울의 한 종합 병원에 겨우 입원할 수 있었다.

코로나 의심 환자 거절 사례가 이어지면서 갈등을 빚고 있다. 병원들은 코로나 감염자인 줄 모르고 받았다가 응급실이 폐쇄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코로나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대기할 음압 병실이 응급실에 없기도 하다. 대형 종합 병원 응급센터는 그런 환자들이 이미 음압 병실을 다 채우고 있다.

경기도 10권역과 중증응급의료센터 자료에 따르면, 2~3월 전체 응급실 환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57~72% 수준이다. 반면 응급실에서 사망하거나 사망한 상태에서 내원한 환자 수가 20~30% 정도 증가했다고 김인병 대한응급의학회 공보이사는 전했다. 코로나 감염 우려에 환자들이 응급실 가기 두려워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코로나에 빠져, 일반 사망자도 증가

의료계가 코로나 대응에 몰두하면서 비(非)코로나 일반인 사망자가 늘어나고 있다. 통상 일어난다고 기대되는 사망을 넘어서는 '초과 사망' 현상이다. 올해 1분기 사망자는 작년 1분기보다 전국적으로 6% 늘었다. 특히 코로나 감염자가 폭증했던 대구는 초과 사망자가 전년 대비 11%, 경북은 9.5%였다. 김동현(한림의대) 한국역학회 회장은 "미국에서도 요즘 암이나 심혈관 질환에 따른 초과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다"며 "코로나에 매몰돼 있을수록 일반 사망률이 올라가는 위험한 신호"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시급히 코로나 진료에 대한 보상과 지원을 하면서, 비(非)코로나 일반 진료가 양립하는 코로나 장기전 체제를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바이러스 특성상 이번 코로나는 종식이 불가능하고 지속적이고 산발적으로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한감염학회 등은 ▲코로나 의심 환자 전담 중증 응급센터 신설 ▲음압 수술실, 중환자실, 분만실, 신생아실 병상 확충 ▲비(非)코로나 호흡기 발열 클리닉 운영 ▲선별 진료와 검사 채취 보건소 집중 등을 제안하고 있다. 이왕준 대한병원협회 코로나19 긴급대응 실무단장은 "의료 현장은 이미 코로나 상시 발생 장기전 상황인데 의료 제도와 지원은 임시변통 제자리걸음"이라며 "이 상태가 최소 1년 간다고 보고 의료 시스템을 서둘러 재편해야 한다"고 말했다.

"모든 입원 환자 PCR 검사 등 상시 대응 체제로 가야"

격리 두번 겪은 권순용 원장

가톨릭대 은평성모병원 권순용〈사진〉 원장은 코로나 사태 기간 자가 격리를 두 번 당했다. 국내 의료진으로 유일하다. 격리 생활만 23일을 했다. 그러면서 권 원장은 감염 관리 체계를 혁신하고, 병원에 코로나 상시 대응 체계를 만들었다.

권 원장이 처음 격리당한 것은 지난 2월 20일 원내 이송요원이 코로나 확진을 받으면서부터다. 외래와 입원실이 폐쇄됐고, 기존 입원 환자가 다른 병원으로 이송되는 상황이 됐다. 병원장도 확진자 동선 조사 대상이 되자, 그는 아예 원내 격리를 택했다. 원장실에 침대를 갖다 놓고 19일간 숙식했다. 3월 중순 보건복지부 차관 주재 수도권 대학·종합병원 원장 간담회에 참석했다가, 이 자리에 동석한 분당제생병원장이 확진되면서 2주간 자가 격리됐다. 권 원장은 "격리 상태서 매일 감염 관리 대책 회의를 하느라 시간이 어떻게 가는 줄 몰랐다"고 했다.

은평성모병원은 원내 감염자가 나오자 전 직원 2725명 대상 PCR 진단 검사를 했다. 진단키트 기계를 24시간 돌리며 전수 검사를 3일 만에 끝냈다. 모두 음성으로 확인돼 추가 감염을 막았다. 3월 초 진료를 재개하면서 국내에서 처음으로 병원에 들어오는 모든 사람, 하루 5000여 명을 대상으로 키오스크 문진표를 작성하고 연락처를 남기게 했다. 체온을 일일이 쟀다. 모든 입원 환자에 대해 PCR 검사를 했다. 상주 보호자와 간병인도 받아야 했다.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의 응급수술 환자도 음압 수술실이나 음압 혈관조영술실에서 받도록 했다. 비(非)코로나 호흡기 발열 외래진료에는 병원 외곽 별도 출입구를 할당하여 일반 환자와 섞이지 않게 했다. 3개 병동은 다인실 침상 절반을 비워 방역 거리 두기를 한다. 권 원장은 "의료진 40여 명으로 감염 관리 감시단을 구성하여 수시로 병원을 돌아다니고 진료 중 발열 환자를 발견하면 비상코드를 발령해 응급 감염관리팀을 출동시킨다"며 "코로나 백신이 나오기 전까지는 이런 방식이 상시 대응 체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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