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모가 움직였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 급감에도 강남구 거래만 증가
"학군지에 보내려면 아이가 몇 살 때 이사하는 게 좋을까요?"
"최대한 빨리 오시는 게 좋죠. 지금 초등학교 저학년들은 자립형 사립고(자사고)도 못 간다던데요."
대치동의 한 교육 컨설팅 회사에서 오간 대화가 아니다. 지난 4월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공인중개업소에서 계약날 매수자와 매도자가 나눈 대화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인근의 부동산 일대에서는 지난 4월부터 ‘맹모(孟母)’들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15억원을 초과하는 초고가 아파트에 대한 대출을 금지한 12·16 대책이 나오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 확산하면서 부동산 거래량이 급감한 와중에도 서울 강남구의 거래량만 유일하게 늘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학군지에 대한 선호도가 여전한 만큼, 조금이라도 싼 매물이 있을 때 진입하자는 심리가 다른 곳보다 더 강하게 작용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유일하게 거래량 늘어난 강남구
3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4월 강남구 아파트 거래 수는 총 146건이었다. 지난 3월(137건)보다 소폭 증가했다. 4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3014건)이 3월(4415건)보다 31.7% 감소하는 와중에 유일하게 늘었다. 강남구와 함께 ‘강남 3구’로 불리는 서초구와 송파구와도 양상이 달랐다. 지난 4월 서초구의 아파트 거래량은 115건에서 92건으로, 송파구의 아파트 거래량은 148건에서 131건으로 거래가 줄었다.
거래가 이뤄진 물건들은 ‘사교육 1번지’라고 불리는 대치동에 몰려있었다. 지난 4월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76.79㎡ 7층은 17억4500만원에 거래됐다. 같은 면적 같은 층 매물은 지난해 12월 21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4억원 정도 가격이 떨어진 셈이다. 최근 호가는 18억5000만∼19억원대로 다시 올랐다. 강남구 대치동의 한보 미도맨션2차 전용면적 126.33㎡도 지난달 27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 2월 동일 면적 주택의 실거래가보다 1억원 넘게 떨어졌다.
◇"학군지 진입 수요가 차이 만들었다"
강남구 대치동 인근의 공인중개사 관계자들은 다주택자들이 양도세 중과 배제 혜택을 받기 위해 내놓은 급매물을 학군지에 진입하려는 이들이 매수한 것으로 봤다.
대치동의 한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8살짜리 아들을 가진 부모가 전세를 끼고 아파트를 매수했다"면서 "학군지엔 빨리 오는 편이 낫겠다면서 급매물을 찾기에 집을 구해줬다"고 했다. 역삼동의 한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자립형 사립고가 2025년에 없어진다는 이야기를 꺼낸 사람이 있었는데, 언젠가 대치동을 찾게 될 것이라면 급매물이 있는 지금 집을 사야겠다고 하더라"고 했다. 정부는 오는 2025년 자립형 사립고를 일반고등학교로 일괄 전환할 계획이다.
올해 들어 강남구와 서초구, 송파구 등에는 양도세 중과 회피를 위한 다주택자들의 절세 매물이 급매물로 나왔다. 양도세 중과 배제 혜택은 6월 말까지 매도할 경우 적용받을 수 있다. 하지만 종합부동산세를 비롯한 보유세가 6월 1일을 기점으로 부과되는 탓에 이왕이면 5월 말에 잔금을 치르는 조건으로 거래가 성사된 경우가 많았다.
개포동의 한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대치와 잠실에 각각 아파트를 가진 2주택자가 동시에 매물을 내놨는데, 대치동 아파트가 먼저 팔렸다"면서 "대치동 주택을 사려는 이유 대부분이 ‘애들 교육’이다 보니 서초구나 송파구보다 매수세가 상대적으로 더 잘 붙었던 것 같다"고 했다.
◇"서울 거래량 반등하기 힘들어"
하지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지난 4월 강남구 거래가 반짝 증가한 것을 부동산 시장 회복의 전조라고 보긴 어렵다고 분석했다. 양도세 중과 배제를 위한 급매 물건이 소진된 상황 정도로 해석하는 것이 적당하다는 게 중론이다. 또한 7월부터는 거래량이 더 줄어들 것으로 봤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절세용으로 내놓은 급매물이 강남구의 거래량 증가로 이어졌다"면서 "서울 아파트는 거주하려는 실수요 거래보다 외부 투자 수요가 많은 시장인데 6월 절세용 매물이 자취를 감추면 수요자들도 관망세로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강남구에 종합부동산세 대상 주택이 많아 거래량이 증가했지만, 6월 말 이후에는 거래량이 반등할만한 이벤트가 없다"면서 "한동안은 서울 아파트 거래가 활발치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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