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FX마진 거래는 도박".. 금감원, 소비자경보 '주의' 발령

박소정 기자 2020. 6. 1.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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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X○○은 외환 호주(달러)/영국(파운드)의 환율을 예측해 매수·매도를 체결해 87% 수익을 발생시키는 신개념 재테크입니다. 양방향 수익구조를 가지고 있어 매수 또는 매도 포지션 진입이 모두 가능하며 적은 증거금으로 거래가 가능합니다."

최근 페이스북·블로그·유튜브 등을 중심으로 이런 문구를 내건 사설 FX(Foreign Exchange)마진 거래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소비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며 1일 소비자경보 ‘주의’ 단계를 발령했다. 올해 1월 1일부터 지난달 22일까지 금감원에 접수된 사설 FX마진 거래 피해·제보 및 불법사금융 피해신고센터 상담 건수는 총 158건에 달했다.

◇거래 한번에 5분도 안 걸리고 10만원 미만으로 이뤄진다면 ‘비정상’

FX마진 거래는 서로 다른 통화간 환율변동에 따라 손익이 결정되도록 설계된 일종의 환차익 거래다. 정상적인 FX마진 거래의 경우 금융위원회의 금융투자업 인가를 취득한 금융회사를 통해서만 가능하고, 증거금이나 거래금액이 다소 비싼 특징이 있다. 환율 표기시 기준이 되는 통화인 기준 통화의 10만 단위로 기본 거래가 이뤄지고, 거래 단위당 최소 약 1200만원에 이르는 1만달러의 개시 증거금을 납입해야만 거래가 가능하다.

그러나 최근 ‘부담 없는 재테크’ 등의 광고 문구를 내세운 비정상적인 사설 FX마진 거래가 대학생이나 직장인, 주부 사이에서 성행하고 있다. 사설 FX마진 거래의 경우 거액의 증거금에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 심리를 이용해, 소액으로 FX마진 거래가 가능하다며 투자자를 모집한다. 상승·하락 등 환율의 방향성을 맞추기만 하면 대금이 정산되는 방식이다. 거래는 5분 이하 초단기, 1회 10만원 미만의 소액으로 이뤄지는 것이 대부분이다.

정상 FX마진 거래인 것처럼 포장하기 위해 FX마진 거래의 실제 내용을 기술하거나, 외국 금융당국의 인허가를 받은 것처럼 위장하는 경우도 있다. 한 사설 FX마진 거래 업체는 "FX○○는 호주에서 금융서비스를 할 수 있는 호주금융서비스 라이센스(AFSL)를 보유하고 있습니다"라고 광고하고 있다.

◇금감원 "재테크 아닌 도박… 인가 여부·허위 광고 확인해야"

금감원은 사설 FX마진 거래는 재테크가 아니라 도박에 가깝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많은 사설 FX마진 거래 업체들이 홈페이지 등에 ‘합법적인 재테크 수단’이라고 광고하고 있어 많은 소비자들이 금융상품으로 오인해 투자하고 있다. 그러나 법원은 환율·금·가상화폐 등 상품의 시세차트를 이용해 짧은 시간내 방향성을 맞추고 손익을 정산하는 형태의 상품을 여러 차례 도박으로 판단한 바 있다.

2015년 9월 선고된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FX○○가 고객과 체결한 거래는 속성상 투기 목적으로만 이용될 수 있을 뿐이고 환율 변동의 위험을 회피하는 경제적 수단으로는 사용될 수 없는 구조"라며 "단시간 내에 환율이 오를 것인지 아니면 내릴 것인지를 맞추는 일종의 게임 내지 도박에 불과할 뿐, 옛 자본시장법 제5조 제1항 제1~4호의 파생상품이나 증권에 해당한다고는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또 최근 한 사설 FX마진 거래 업체가 ‘도박공간개설죄’로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바 있다.

정상적인 FX마진 거래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금융위의 금융투자업 인가를 얻은 증권회사 등 제도권 금융회사이지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금감원은 당부했다. 금감원의 ‘파인(fine.fss.or.kr)’ 사이트에 접속해 ‘제도권 금융회사 조회’ 메뉴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제도권 금융회사를 이용하지 않은 경우 금감원의 민원·분쟁조정 대상이 아니며, 투자 피해가 발생했을 때 소비자보호 제도에 따른 구제도 받을 수 없다.

정식으로 인가받은 금융회사의 경우 비정상적인 거래 조건이나 검증되지 않은 투자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영업하지 않는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많은 사설 FX마진 거래 업체들이 "원금 보장 또는 원금의 일정 부분 이상의 수익을 올릴수 있다", "신개념 재테크" 등으로 허위 광고하고 있다. "불법 업체를 조심하라"며 거래약관, 투자리스크 경고 등을 게시하는 등 위장 문구를 올리는 경우도 있어 주의해야 한다. FX마진 등 파생상품에 대한 자체 거래 프로그램이라며 HTS(Home Trading System) 프로그램 등을 다운로드 받게 하는 경우도 대부분 불법 업체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 소비자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사설 FX마진 거래 피해 접수시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등 유관기관과의 협조를 통해 소비자 피해 예방에 만전을 기하겠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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