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현의 하드캐리]동물권단체가 '동물의숲' 낚시를 반대한다고?
[서울경제] ※패배를 향해가는 게임 한판, 팀 멱살을 잡고 ‘하드캐리’ 한 경험 다들 있으시죠. 그 짜릿함이 게이머 최고의 순간이 아닐까요? 앞으로 ‘하드캐리’에서 게임과 관련된 각종 이슈를 재미있게 풀어드리려 합니다. 쏙쏙 이해되도록 제가 한번 ‘캐리’해보겠습니다. 제보는 언제든 환영합니다.
장안의 화제인 닌텐도 스위치 게임 ‘모여봐요 동물의 숲’을 둘러싸고 다소 철학적인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종차별주의(Speciesism), 제국주의(Imperialism), 외모지상주의(Lookism)가 그것입니다. 대체 이런 고차원적인 행동주의와 ‘동숲’이 무슨 상관이라는 걸까요?
세계 최대 동물권 단체 PETA(동물을 윤리적으로 대우하는 사람들)는 채식주의를 지키며 ‘모여봐요 동물의 숲’을 플레이하는 법을 홈페이지에 게시했습니다. 동물의 숲은 ‘나(플레이어)’가 무인도에서 동물 이웃과 어울려 살며 낚시를 하고, 과일을 채집하는 등 소소한 수집 콘텐츠가 메인입니다.
PETA는 종차별주의에 반대합니다. 쉽게 말해 인간이 다른 동물과 다르지 않으므로 다른 종(種)을 차별해선 안된다는 것이죠. 하지만 동물의 숲 내에서는 ‘이웃’인 귀여운 동물 주민들과 함께 현실에 존재하는 생선이나 곤충 즉, 채집의 대상이 되는 ‘동물’이 등장합니다. 물고기와 곤충은 낚시나 채집을 통해 획득할 수 있고, 상점에서 희귀도에 따라 게임 속 화폐인 ‘벨’로 거래가 가능합니다. 또 마을 내 박물관에 기증해 수족관에 전시할 수도 있습니다.
PETA는 “물론 게임 속 물고기가 고통을 느끼는 것은 아니”라면서도 “낚시는 동물과 지구에 해롭다”고 지적합니다. 돼지, 코끼리, 원숭이 같은 다양한 동물 이웃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게임에서 물고기와 곤충에 대한 학대를 조장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입니다. 같은 맥락에서 상점에서 가죽 바지를 구입해서 착용하거나 바지락을 캐는 일도 반대합니다.
특히 한정된 자원을 대량으로 모으기 위해 ‘마일’이라는 포인트를 주고 방문하는 ‘마일 섬’이 문제가 됐습니다. 이 섬은 플레이어가 거주하는 섬이 아니기에 플레이어들은 과일나무, 철광석, 금광석 같은 자원을 마음 편히 채집할 수 있습니다. 구멍을 파고 다시 덮어놓지 않아도, 나무를 모조리 베어도 상관이 없죠. 자원 조달이라는 목적을 위해서만 존재하는 장소, 바로 식민지를 연상시킨다는 지적입니다.
원하는 주민을 만날 수 있는 확률이 낮다 보니 인기 ‘탑 티어’에 드는 일부 인기 주민을 현금이나 게임 내 화폐를 통해 사려는 사람도 생겼습니다. 실제로 다람쥐 ‘쭈니’나 고양이 ‘잭슨’ 같은 일부 인기 주민은 인터넷상에서 현금 10~15만원에 거래되기도 합니다.
반면 보라색 피부를 가진 개구리 ‘아이다’ 등 일부 주민은 ‘못생긴 주민’의 대명사로 통합니다. 이런 주민들은 플레이어들로부터 외면을 받거나 잠자리채 세례를 받습니다. 선호하지 않는 주민들을 쫓아내기 위한 각종 팁들이 공유되기도 합니다. 이런 현상이 펫샵에서 귀엽고 작은 강아지가 선호되면서 유행하는 것과 비슷하다는 것이죠. 일부 플레이어들은 오로지 외형을 가지고 동물 주민들의 등급을 나누고, 혐오성 콘텐츠를 제작하는 사람들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내보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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