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 밖 지식의 바다에 풍덩 빠져볼까요

김학준 2020. 5. 25.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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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ㅣ온라인 공개강좌 무크 활용하기
케이무크·에드위드 등 무크
대학전공에서 초중고 학습까지
다양한 수준의 강좌 무료 제공
희망 대학 진로·전공 미리 탐색
교실서 부족한 심화학습 가능
대입 전형서도 긍정적으로 작용
여화수 카이스트 건설 및 환경공학과 교수의 ‘인공지능과 지능형 교통체계’ 강의 모습. 에드위드 누리집 갈무리

철학과 2학년에 재학 중인 배기찬씨가 무크 강좌를 처음 접한 것은 고등학교 2학년 때였다. 당시 어느 학과를 선택해야 할지 갈림길에 서 있었다. 인문·사회계열은 학과의 다양성에 비해 사회탐구 교과목에서 다루는 내용의 폭이 매우 좁은 편이라 진로를 탐색하는 데 어려움이 컸다. 그가 다닌 고교는 경기도에 있는 신생 학교인데 졸업생 선배가 많지 않아 진로와 관련한 조언을 얻기가 쉽지 않았다. 그때 교사들의 추천으로 케이무크(K-MOOC) 강좌를 수강했다. 자신이 지망하던 대학에서 개설한 강좌를 선택했고, 대학의 커리큘럼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할 수 있었다.

그가 학과를 탐색할 때 가장 고민했던 선택지는 철학과 심리학이었다. 두 학문에 대한 이해가 막연하기도 했고, 다루는 분야가 비슷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두 학과의 강좌를 통해서 정보를 얻는 데 큰 도움을 받았다. 두 학문 사이의 방법론적인 차이를 이해하면서 어느 쪽이 적성에 맞는지 모색했다. 특히 철학의 경우, 고등학교 교과목(윤리와 사상, 생활과 윤리)이 다루는 윤리학에 국한되지 않고 훨씬 다양한 주제를 접할 수 있었기 때문에 철학이라는 학문에 대해 균형 있게 이해할 수 있었다. 그는 진로 탐색은 물론 대학에서 전공을 공부하는 데도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분야별 강좌를 소개하는 에드위드 누리집 모습.

국어를 맡고 있는 임낭아 교사(충남 아산 설화고)는 수년 전 이전 학교에 있을 때, 학생들의 진로 관련 수행평가를 하면서 자료 제공 등에서 어려움을 느꼈다. 언어 분야는 자신의 전공이라 큰 문제가 없었지만, 전공 밖의 분야는 어느 정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는 그래서 무크 강좌를 활용하기로 했다. 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로 관련 케이무크 강의 듣고, 나만의 노트 만들기’라는 제목으로 수행평가 활동에 들어갔다. 학생들이 직접 누리집에 접속하여 강의를 검색·결정하도록 했다. 강의를 듣는 동안에는 강의의 내용과 함께 자기 생각이나 느낌, 의문 사항 등을 간단하게 메모하고, 이를 바탕으로 독서와 더불어 신문, 인터넷 등 여러 매체를 활용한 스크랩 활동을 동시에 진행했다.

대입을 준비하는 고3 학생들이기에 부담스러워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와는 달리 학생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관심 있는 주제나 대학·학과 관련 강의를 찾아보며 놀라워했고, 스스로 선택한 강의를 들으며 즐거워했다. 학생들은 자신의 전공 적합성 및 학문적 소양을 점검해볼 소중한 기회가 되었다는 평가를 했다. 국문학과를 희망하는 학생은 ‘우리 문화 속의 한자어’ 강의를 듣고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잊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고, 서양 선호 현상에 대한 연구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임 교사는 학생부종합전형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케이무크는 대학에서 요구하는 전공 적합성과 자기 주도성, 성실성 등을 향상하고 발휘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우창 고려대 명예교수의 ‘열린 연단 : 문화의 안과 밖’ 중 ‘윤리와 세계 이해’ 강연 모습. 에드위드 누리집 갈무리

■ 20살 미만 수강생도 17%에 이르러

무크란 수강 인원의 제한 없이(Massive), 모든 사람이 수강 가능하며(Open), 웹 기반으로(Online) 미리 정의된 학습 목표를 위해 구성된 강좌(Course)라는 뜻이다. 교수-학생 간 질의응답, 토론, 퀴즈, 과제 피드백 등의 학습관리, 학습커뮤니티 운영 등 교수-학습자 간, 학습자-학습자 간 양방향 학습이 가능하다.

교육부와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이 운영하는 케이무크(www.kmooc.kr)는 처음에 대학생들이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만들었다. 무크는 대학생을 넘어서 평생교육을 위해 교양·취업 과목으로 대폭 확대됐다.

2015년 서비스를 시작한 케이무크는 지난해 말 현재 4차 산업혁명 분야 묶음강좌 등 745개 강좌를 제공하고 있다. 회원 수 50만5천명, 수강신청 116만8천건 등 이용자 수가 지속해서 늘고 있다. 강좌 제공기관도 대학·전문대학은 물론, 정부출연 연구원과 기업, 기업부설 연구소, 직업능력개발 훈련기관 등 다양한 기관으로 확대됐다. 대학에서도 학점을 인정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고, 일반 국민도 이수 결과를 인정받을 수 있는 학점은행제 과정도 11개가 개설돼 있다.

연령별 가입자 수를 보면 20대가 46.4%로 가장 많고, 20살 미만 17.0%, 30대 13.1%, 40대 12.1% 순으로 분포돼 있다. 20살 미만 중에 대학생이 포함된 점을 고려하더라도 중고생들도 상당수 강좌를 듣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교육부, 무크 발전 방안 논의

선행 학습을 금지하는 법에 따라 고교생들을 위한 강좌는 아직 제공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로 초중고의 온라인강의가 본격화되고, 자율학기제에 이용할 콘텐츠 부족 등이 문제로 제기되면서 고교생을 위한 콘텐츠 개발 등에 대한 논의가 교육부를 중심으로 본격화하고 있다.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입시 위주의 일방적인 지식전달 교육을 벗어나 자신의 재능과 흥미를 충분히 탐색하고 개발할 수 있도록 다양한 대안들이 논의되고 있다.

케이무크 운영센터 오창환 박사는 “해당 분야 전문가들의 깊이 있는 강좌를 듣고,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과 토론할 수 있는 케이무크는 학교생활과 쉽게 병행할 수 있으면서도 내실 있는 진로 탐색 활동이 될 수 있다”며 “대학 입시 측면에서도 미리 관심 있는 분야의 강좌를 체험해볼 수 있다는 측면에서 전공 탐색 및 심화를 위한 최적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영어 강연회 테드(TED)에서 전염병에 대해 연설하는 빌 게이츠. 테드 갈무리

■ 에드위드, KOCW 등 선택의 폭 넓어

케이무크 외에도 중고생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무크 강좌는 다양하다. 네이버와 커넥트재단이 제공하는 에드위드(www.edwith.org)에는 카이스트, 포스텍 등 국내 6개 과학기술 특성화대학의 명강의를 모아놓은 ‘스타-무크’, 외국 대학의 강의를 들을 수 있는 ‘세계적인 명강의를 한국어로’, 영어 학습을 도와주는 ‘영어가 된다 프리톡’ 등이 눈길을 끈다. 초중고생 교육도 한 분야로 올라 있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의 국내외 대학과 기관의 공개강의 서비스인 ‘모두를 위한 열린 강좌 케이오시더블유(KOCW)’ (www.kocw.net)는 국내 200여개 대학과 기관의 동영상 강의 자료와 함께 학습·교수 자료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대학·전공·기관·테마 강의로 분류돼 있다.

초중등생이 직접 영어로 수학을 배울 수 있는 ‘칸 아카데미’(ko.khanacademy.org)도 있다. 쉬운 내용인데다 자막이 달려 있어 이해하는 데는 어려움이 별로 없다. 외국 유학을 목표로 하는 학생들에게는 외국의 수업을 맛볼 기회가 되겠다.

또 좀 더 수준 높은 외국 대학의 강의를 들어보고 싶다면, 미국과 유럽의 유다시티(udacity)·코세라(coursera)·에드엑스(edX)·퓨처런(FutureLearn) 등에 가입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무크와는 조금 성격을 달리하지만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짧은 강연을 하는 프로그램도 많은데, 고교생들에게는 무크보다 부담이 덜해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미 널리 알려진 짧은 영어 강연회인 테드(TED)를 비롯해 우리 시대 석학들의 인문학 강연인 ‘네이버 열린 연단: 문화의 안과 밖’(openlectures.naver.com), <시비에스>(CBS)의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세바시. sebasi.co.kr) 등이 그것이다. 취미나 관심, 주제에 따라 선택의 길이 열려 있다.

■ 심화학습 하면서 대학 입시에도 도움

박민 포항 영일고 고3 부장교사는 자신만의 관심사를 탐구하는 활동에 관심이 많은 학생에게 무크 강좌 듣기를 권한다. 학생부종합전형에 유리하다니까 따라가려는 생각이라면 굳이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할 필요는 없다고 잘라 말한다. 자기소개서나 학교생활기록부에 무크 강좌를 들었다고 적었다고 해서 그 사실만으로 학생을 높이 평가하는 대학은 없다는 것이다. 그는 “학생이 학업 역량을 보여주는 활동 사례로서 제시할 때 지켜야 할 원칙이 있는데, 이는 반드시 학교생활에 바탕을 두고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교에서의 학습 활동과 관련이 없거나 적은 강좌를 들을 경우 엉뚱한 곳에 시간과 노력을 쏟았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박 교사는 따라서 무크 강좌를 들을 정도의 지적 수준과 역량을 갖추고, 학교 수업의 보조적 수단으로 무크를 활용하라고 제안한다.

김학준 기자 kimh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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