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에 유전자가 있다고?"..'n번방' 잡아낼 DNA DB 뭐길래

손인해 기자 2020. 5. 2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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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길이·화질·주파수 등 특징 16~64자리 고유값으로 변환
필터링 사업자마다 DNA 추출방식 달라 '표준 DB' 개발 나서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서울=뉴스1) 손인해 기자 = 사람의 유전자(DNA)처럼 동영상도 DNA가 있다. 영상의 제목이나 길이, 화질, 파일 형식 등 특징을 '해시값'(파일이 갖는 고유한 데이터 값)으로 변환한 숫자와 알파벳의 합이다.

어린이와 미성년 청소년을 협박해 성착취 영상을 제작하고, 이를 비공개 메신저 플랫폼에서 유통해 돈을 벌어들인 'n번장 사태'에 국민적 공분이 거센 가운데, 정부가 불법 성범죄촬영물 유통을 막기 위해 불법 촬영물의 '표준 DNA 데이터베이스(DB)'를 개발하기로 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협력해 만드는 '표준 DNA DB'는 지난 20일 국회를 통과한 'n번방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정보통신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에 따라 인터넷 사업자가 불법촬영 영상물을 차단, 삭제하는 '기술적 조치'에 활용될 예정이다.

22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불법영상물 DNA DB는 이미 방심위가 2018년 구축해 불법 성범죄영상물 모니터링에 활용하고 있다.

이미 전기통신사업법상 불법음란정보 유통을 방지하기 위한 필터링 등 기술적 조치 의무가 있는 웹하드 사업자(특수유형부가통신사업자)는 일일이 필터링 업무를 할 여력이 없기 때문에 필터링 사업자와 계약을 맺어 불법 성범죄영상물을 차단, 삭제하고 있다.

이들 필터링 사업자도 DNA DB를 갖고 있는데, 과기정통부 산하 연구기관인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개발해 공개한 원천기술을 변형, 활용하고 있다.

다만 필터링 사업자마다 추출 방식이 달라 기관끼리 공유하거나 활용하는데 제약이 있었다.

이에 정부가 독자적으로 DNA '표준' 개발에 나서는 것이다.

◇ 제목·길이·화질·주파수 등 특징 16~64자리 고유값으로 변환

주민등록번호에 생년월일과 성별, 출생 지역 등이 담기는 것처럼 영상 DNA에도 규칙이 있다.

추출방식은 다양하다. 영상 제목과 길이, 화질은 그 기본이다.

파일 형식에 따라 AVI, MP4, WMV 같은 동영상 파일 형식도 있다.

또 동영상이 멈춘 특정 이미지 안에서 밝은 하늘이나 푸른 바다처럼 색의 차이 등 변화가 많은 부분이 있으면 그 추이를 표현하는 '주파수'로 변형해 값을 만들 수도 있다. 음성은 조작이 쉬워서 영상만으로 값을 추출하는 경우도 있다.

DNA는 통상 알파벳과 숫자가 섞인 값이다. 길이는 16자리에서 32자리, 64자리 등 추출방식에 따라 다르다. 데이터 크기로 치며 1메가바이트(MB)~10MB 정도다.

이렇게 뽑아낸 DNA는 불법촬영 영상물 사전 차단이나 삭제 조치에 활용된다. 필터 사업자가 하루에 한 번이나 한 달에 한 번 웹하드에 올라온 영상물을 DNA로 변환해 기존에 가지고 있던 불법 DNA와 일치하면 삭제하는 식이다.

전자통신연구원 관계자는 "영상물이 올라오거나 영상물을 다운로드 받는 즉시 DNA로 변환해 불법 DNA와 비교하는 게 효율적일 것 같지만 손이 많이 가고 속도가 느려진다"며 "DNA DB는 DNA값이 없는 영상의 DNA값을 빠른 시간 내에 추가하는 식으로 업데이트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표준 DNA가 어떤 방식으로 운영될 지는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다. 개발 착수와 DB 활용 시점도 미정이다. 방통위와 과기부는 기술 개발과 관련한 논의를 실무급에서 진행해 이를 만들어나간다는 방침이다.

©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 '기술적 조치' 근거 22조의5 2항…"시행령 구체화해야"

표준 DNA DB 활용 근거는 'n번방 방지법'으로 불리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22조의5 2항이다.

같은 조 1항은 인터넷 사업자가 불법 촬영물 신고나 삭제 요청이 들어올 경우에 삭제·접속차단하도록 해 필터링 작업이 필요하지 않다.

하지만 2항은 불법 촬영물 유통 방지를 위해 해야 하는 기술적·관리적 조치를 대통령령으로 정하고 있다.

개정안을 반대하는 일부 시민단체 측에선 이 때문에 인터넷 사업자의 '사적 검열'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으나 정부는 사적 대화는 포함되지 않은 일반에 공개된 정보만을 대상으로 한다고 해명해왔다.

방통위 관계자는 "시행령을 구체화해야겠지만 통상 기술적·관리적 조치에 필터링이 포함된다"며 "유포자가 인터넷 사이트에 불법 촬영물을 올릴 때 기존 DB값과 비교해 못 올리게 차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업자마다 기술 환경에 맞춰서 조치를 실행하겠지만 충분히 가능할 거라고 본다"며 "전체 DB량 크다면 디지털 성범죄 영상물이 그만큼 많다는 건데 용량의 문제가 아니라 모두 적용해서 차단해야 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s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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