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자에게 등교 동행 부탁하지 마세요" WHO 학교 개학 지침 살펴보니

고재원 기자 2020. 5. 19.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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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4일 오후 대구시 남구 계명대학교 대명캠퍼스에서 사진 미디어학과 학생들이 사회적 거리를 충분히 두고 대면 방식으로 실기강의를 듣고 있다. 계명대학교는 지난 3월 16일부터 온라인으로 개강하고 온라인으로 이론 강의를 진행해왔으며 이날부터는 실기 수업이 필요한 사진 미디어학과, 음대, 공대 등 일부 학과의 수업을 대면 방식으로 처음 시작했다. 대학 측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대면 강의를 듣는 학생들은 발열 체크와 손 소독을 의무화하고 강의실 또한 사회적 거리 유지가 가능한 곳에서만 수업을 진행했다. 연합뉴스 제공

고등학교 3학년의 등교 개학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코로나19) 방역 조치로 학생들의 발열 여부를 체크할 열화상카메라 설치와 학교를 소독하는 등 개학 준비에 한창이다. 책상 간 거리도 1m 이상 떨어뜨려 배치했고, 식당에는 서로 대화를 하며 튀는 침방울을 막기 위해 아크릴판을 식탁마다 설치했다.  이런 지침들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제시하는 지침과 크게 다르지 않다.

WHO "야외수업 권장...고연령자 등하교길에 동행 말아야"

낮 기온이 20도를 웃돌며 완연한 봄 날씨를 보인 22일 대구 달성군 다사읍 강정고령보에서 사람들이 자전거 타기와 산책 등 야외활동을 즐기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WHO는 지난 10일(현지시간) “학교 재개는 지역 감염상황과 학교 내 방역 상황을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며 학교 재개 관련 지침을 발표했다. 

이 지침에 따르면 우선 학교 내에서는 어느 순간이든 1m의 거리를 유지해야한다. 책상 사이 최소한 1m의 거리를 두어야 한다. 휴식과 점심시간 운용에 시차를 둬 학생들이 최대한 모이지 않게 해야한다. 선생님들은 학생들에게 식사 시간이나 휴식 시간에 모이지 않을 것을 주지시켜야 한다. 마찬가지로 수업시간도 아침, 오후, 저녁으로 나눠 시차를 둘 수 있다. 선생님들의 숫자를 늘려 선생님 한 명이 맡는 학생의 수를 줄여야 한다.

교육부와 중앙방역대책본부도 당장 20일부터 등교하는 고3 교실은 책상 간 거리를 1m 이상 떨어뜨려 배치했다. 이를 위해 교실 뒤편 사물함을 모두 복도로 빼놨다. 교실에도 체온계와 마스크, 손 소독제와 같은 방역물품이 비치됐다. 식사를 하는 식당에서 서로 대화를 하며 튀는 침방울을 막기 위해 아크릴판을 식탁마다 설치했다. 학생들이 몰리지 않도록 하는 동선을 새로 구성해 식탁을 배치했다. 배식 시간을 나눠 운영해 학생 간 접촉도 최소화할 계획이다.

WHO는 등교나 하교길에 연령이 높은 어른이나 조부모가 동행하지 않아야 한다고 권고했다. 또 매일 몸의 온도를 측정하고 열이 있다면 무조건적으로 집에 머물러야 한다. 수업때는 국가의 지침에 따라 마스크를 쓰고, 마스크가 필요한 학생에겐 마스크를 공급해야 한다. 손을 씻는 시간을 정해 개인 위생을 철저히 해야한다. 

원격 수업은 권장한다. 온라인 수업을 듣고 집에서 숙제를 하는 방식과 라디오나 방송을 통한 교육도 대안으로 제시했다. 특이하게 야외수업도 권장했다. 야외수업이 힘들 경우 교실을 가능한 많이 환기해야 한다. 여름철이 다가오며 바깥 온도가 높아지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정부도 이런 야외수업 권장안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학교내 발열이나 호흡기 증상자 등 의심 증상자가 발생할 경우 의료기관이나 선별진료소에서 진료 및 진단 검사를 실시하고 환자가 발생할 경우, 이를 학교에 즉시 알리는 방역체계도 마련했다. 환자가 발생할 경우 학교를 폐쇄하고, 학생과 교직원을 자가격리하고 원격 수업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학교 전체 폐쇄하지 않고 특정 교실만 닫아도 같은 효과 얻을 수 있어"

11일 오후 서울 강북구 삼각산고등학교 교실의 모습이다. 연합뉴스 제공

학교 전체를 폐쇄하지 않고도 환자가 나온 교실만 폐쇄해도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환자가 나온 학년의 교실을 모두 폐쇄할 경우 학교 전체를 폐쇄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시로 카투토 이탈리아 토리노대 컴퓨터공학과 교수 연구팀은 환자가 나온 학년의 교실만 닫아도 학교 전체 폐쇄만큼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BMC 감염병’ 2014년 12월자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교실 내에서 증상을 가진 학생들의 숫자와 같은 정보를 기반으로 교실을 폐쇄했을 때와 학교 전체를 폐쇄했을 때의 감염병 확산 차이를 비교했다. 연구팀은 ‘에스이아이알(SEIR)’이라는 감염병 모델을 활용했다. SEIR은 감염이 의심되는(Suspectible), 노출된(Exposed), 감염된(Infectious), 회복된(Removed)이란 영어 단어의 앞글자에서 따온 말이다. SEIR은 감염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네 단계로 대상을 나누고 시간 흐름에 따라 환자 발생 상황을 예측한다. 모델 속 네 가지 단계에 속하는 사람의 수에 따라 감염병 전파 양상을 시간 흐름대로 볼 수 있다.

SEIR 모델을 통해 분석한 결과 연구팀은 환자가 나온 교실을 폐쇄하는 게 강력한 방역효과를 가진다고 분석했다. 연구팀은 “예를 들어 교실에서 2명의 환자가 나왔을 경우, 교실만 폐쇄하는 것만으로도 확산 확률을 70% 가까이 낮췄다”며 “환자가 발생한 학년의 교실을 모두 닫았을 경우 학교 전체를 닫는 것 만큼의 효과를 보였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고등학교 3학년에서 환자 2명이 발생해도 고3 교실만 모두 닫는다면 고1과 고2 교실까지 폐쇄하지 않더라도 충분한 방역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의미다.

카투토 교수는 “학교 전체 폐쇄는 감염병 전파를 완화하는데 있어 효율적인 전략이지만 사회 및 경제 비용이 많이 소요된다”며 “특정 교실만 폐쇄하는 것이 효과적인 공중보건 정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고재원 기자 jawon121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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