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생기부보다 자소서' 5월에 끝낸다

2020. 5. 18.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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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ㅣ자기소개서 어떻게 써야 할까
​고3 자소서는 5월 안에 끝내야
공통문항, 대학별 문항 분석 중요
생기부·자소서·면접 모두 연결
꾸밈없이 쓴 글에서 인성 묻어나
학업, 교내 활동 담백하게 기술해야
6월 모평 전 지원 대학 정한 뒤
지망 학교 형식에 맞춰 써보기
진로 바뀐 경우 명확한 이유 밝혀야
현 고3들은 5월이 가기 전에 자기소개서와 지망 대학을 결정하는 것이 시간 활용에 효과적이다. <한겨레> 자료사진

“고3 수험생인 아이 등교가 미뤄지면서 내신 걱정도 되고…. 수시 준비도 해야 하는데 자기소개서는 또 언제 어떻게 써야 할지 막막해요.”

예년 같으면 1학기 중간고사 시험을 마친 뒤 차분한 마음으로 자신의 3년치 학교생활기록부(생기부)를 펼쳐보며 자기소개서(자소서)를 준비했을 고3 수험생들. 서울 서초구에 사는 학부모 최영미씨는 “코로나19로 모든 입시 일정이 순연되면서 자소서 쓰기, 모의평가 분석하기, 면접 준비하기 등의 일정이 전부 꼬이는 것만 같아 불안하다”고 말했다.

김종우 서울신현고 진로진학부장 교사는 “아무래도 이 시국에 수시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여섯번의 기회에 집중해야 대학 간다는 분위기에 마음이 불안할 것”이라며 “학종 합격을 위해 5월 안에 중점적으로 준비해야 할 것이 바로 자소서”라고 전했다. “생기부를 바탕으로 쓴 자소서는 면접의 밑 자료가 되는 등 중요도가 높은 만큼 학생과 학부모들이 가장 신경 쓰는 서류이기도 합니다. 중간고사를 치르지 않은 현 시점에서는 대학이 고2 생기부를 통해 수험생활을 유추할 수도 있겠지요. 입학사정관들 사이에서는 ‘자소서 먼저 보고 생기부 본다’고 할 정도로 주요 입시 자료 가운데 하나입니다.”

———————————————— 면접관 입장에서 ‘역지사지’ 해보자자소서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공통문항(1~3번)과 대학별로 다른 자율문항(4번)으로 구성돼 있다. 공통문항 가운데 1번은 ‘고교 재학 기간 중 학업에 기울인 노력과 학습 경험을 통해 배우고 느낀 점을 중심으로 기술해 주시기 바랍니다.(1000자 이내)’, 2번은 ‘본인이 의미를 두고 노력했던 교내활동(3개 이내)을 통해 배우고 느낀 점을 중심으로 3개 이내로 기술해 주십시오.(1500자 이내)’, 3번은 ‘학교생활 중 배려, 나눔, 협력, 갈등 관리 등을 실천한 사례를 들고, 그 과정을 통해 배우고 느낀 점을 기술해 주시기 바랍니다.(1000자 이내)’ 등으로 이뤄져 있다. 여기서 각 문항 사이 공통점은 바로 ‘배우고 느낀 점을 기술하라’는 것이다.

자소서 1번 문항은 학업 역량을 증명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고교 시절 들었던 수업 내용 가운데 학생이 대학에서 희망하는 전공과 연관이 높은 과목 내용으로 기술하는 것이 좋다. 전공 관련 과목의 점수 및 학업성취도가, 시간이 지날수록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는 경우를 가장 좋게 본다. 이때 초기에 다소 성적이 낮았던 이유 등을 솔직하게 적은 뒤 자신만의 공부법과 노하우를 통해 극복해온 과정 등을 기술하면 된다.

고교 입학 때와 대입을 앞둔 현재의 진로가 달라진 경우 ‘정공법’을 택해야 한다. 고1 때 심리학과를 지망하다가 고3 올라와 경제학, 통계학 등으로 진로가 바뀐 경우, 자소서에 진로 변경 전후의 맥락과 자신의 역량을 잘 연계해 쓸 필요가 있다. 김진훈 숭의여고 진로교육부장 교사는 “고교 생활 중 진로를 바꾸는 건 절대 흠이 아니다. 다만, 바뀐 꿈에 대해 변명하지 않고 역량 중심으로 솔직하게 풀어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기자직에 필요한 정보 수집·분석력과 경제학 전공 뒤 금융 컨설턴트로 일할 때 필요한 역량이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 점을 생기부에 근거해 녹여낼 필요가 있겠지요.”

대학은 3번 문항을 통해 학생이 사회 속에서 타인과의 관계를 어떻게 꾸려나갈 수 있는지를 본다. 배려와 협동 등 공동체 의식과 대인관계 능력을 보는 항목이다. 김종우 교사는 “거창한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 자기 주변의 소소한 에피소드를 생각해본 뒤 조금은 거칠더라도 담담하게 풀어내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미담 사례를 억지로 만들어 쓰려고 하지 말라는 이야기다. 자소서를 기반으로 면접까지 보게 될 텐데, 입학사정관 등 입시 전문가들은 ‘지어낸 이야기’ 정도는 바로 알아본다.

김 교사는 “3번은 배려와 나눔 등 인성 관련 항목이다. 고교 때 리더 경험을 했다면 협력과 갈등 관리 사례를 적기에 무난할 것”이라고 했다. “희망 대학 누리집 및 전공 커리큘럼 등을 꼭 살펴보세요. 특히 대학 인재상을 비롯해 관련 기사, 교육 목표 등을 읽어보면 그곳의 인재상이 보일 텐데요. 인재상과 연관지어 본인이 적합한 인물임을 자소서에 담아내는 것을 권합니다.”

마지막 4번 자율문항은 대학마다 질문 내용이 다르다. 대체로 지원 동기와 향후 학업 및 진로 계획을 쓰는 칸이다. 2019학년도 수시모집에서 서울대의 4번 문항은 ‘고교 재학 기간(또는 최근 3년간) 읽었던 책 중 자신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책을 3권 이내로 선정하고 그 이유를 기술하라’이다. 연세대·중앙대·한국외대 등의 경우 4번 문항을 ‘지원 동기와 지원하기 위해 노력한 과정’으로 간소화했다. 대학별로 4번 자율문항을 폐지한 곳도 있으니, 희망 대학 누리집을 통해 반드시 확인할 필요가 있다.

서울시교육연구정보원 주최로 열린 입시 설명회 ‘대입 수시대비 자기소개서 작성의 실제’에서 한 참석자가 안내물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 학생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는? “철중쟁쟁(鐵中錚錚). 이 말은 고교 3년 동안 제가 학교 선생님들께 가장 많이 듣던 말입니다. 3년 동안 수학 과목에서 모두 1등급을 받았고….”

정용호 현대청운고 교사는 자소서 1번에서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어려운 사자성어를 언급하는 것이라고 했다. 위 자소서를 보면, 어려운 사자성어를 말한 뒤 자신이 수학을 잘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썼다. 정 교사는 “겸손한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최상위권 대학을 목표로 하는 학생들이 가장 많이 실수하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교육과정을 어떻게 보내왔는지 나열식으로 자소서 분량을 할애하기보다는, 공부하면서 깨닫게 된 점이나 얻은 지식을 어떻게, 무엇을 위해 응용 또는 확장해봤는지를 기술하는 것이 좋다는 이야기다. 특히 ‘자소서는 두괄식으로 써라’ ‘첫 문장에 임팩트를 줘라’ 등의 말을 듣고 너무 어려운 사자성어나 관련 없는 문장을 갖다 붙이면 안 된다고 했다.

자소서 공통문항인 2번 항목도 마찬가지다. 주로 학생들이 성공 사례나 특이한 사례를 담아내는 경우가 많은데, 대학 입장에서는 식상한 자소서로 보일 수 있다. 예를 들어보자. “평소 물리학에 깊은 관심이 있어서, 양자역학에 관한 책을 읽고 간단한 물리 실험도 진행해봤습니다. (중략) 실험은 꽤 성공적이었고….” 이렇게 쓴 경우 성공 사례를 나열하는 것보다는 오히려 결과가 예상치 못한 이상한 값이 나왔고, 거꾸로 잘못된 값이 나오게 된 원인을 찾아 들어가는 방식이 더 나을 수도 있다.

김종우 교사는 “한 학생의 경우 실험이 실패한 원인을 계속 파고들어가서 무엇이 잘못됐는지는 예측할 수 있었다. 다만 수험생이라 재실험을 할 여유는 없었다”며 “대학에 들어가 꼭 다시 실험하고 싶다며 솔직하고 호기심이 묻어나는 내용을 자소서에 담아 상위권 대학에 합격했다”고 말했다. 자소서 2번 문항에 실패한 내용을 써도 괜찮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다.

자기소개서 예시.

———————————————— 갈등 사례 통해 3번 문항 채워보자

자소서 3번 문항은 ‘인성’에 관한 항목이다. 한데 의외로 이 항목에 ‘뻔한’ 내용을 쓰는 수험생들이 많다. 이를테면 깁스를 했던 친구의 가방을 들어줬다, 따돌림 당하는 학생을 외면하지 않고 함께 밥을 먹었다 등의 사례다.

정 교사는 “의의로 많은 아이들이 지극히 평범한 내용을 자소서 글감으로 선택한다. 그럴 경우 인성적인 면이 두드러지기보다는 오히려 상투적인 내용에 묻힐 수 있다”고 말했다. “차라리 3번 항목에 고교 3년간 겪은 갈등 사례를 들어, 어떤 방식으로 해결해나갔는지 솔직담백하게 담는 것이 더 나을 수 있습니다.”

3번 문항에서 많이 실수하는 것이 또 있다. 친구들과의 갈등 상황에서 자신이 등장해 한명 한명 설득한 뒤 해결했다는 ‘히어로형’ 기술이다. 이때 본인 외에 다른 친구들은 모두 부족하거나 이기적인 모습으로 묘사될 수 있고, 자신만 합리적이고 이타적인 모습으로 묘사하는 경우가 많다. 정 교사는 “자신이 도움을 받은 사례를 쓸 수도 있다”며 “친구에게 도움받았던 경험을 바탕으로 또 다른 갈등 상황에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려고 노력했다는 내용 등이 들어가면 좋을 것”이라고 했다.

———————————————— 지망 대학 누리집 탐방은 필수

본격적으로 자소서를 쓰기 전, 자신이 지원하려는 학과의 누리집에 들어가 보자. 자신이 지망하는 대학 및 학과의 인재상, 교육과정, 교수진, 교수들의 출판 서적까지 파악한 뒤 자소서에 담아내 좋은 결과를 얻는 경우가 많다. 김종우 교사는 “그만큼 그 대학, 그 학과에 가고 싶다는 것을 ‘어필’하는 것이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다. 예를 들어 심리학 전공을 원한다면, 왜 이 대학의 이 학과를 가고 싶은 건지 그에 대한 생각을 꼭 언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소서 쓰기 전 대학 및 학과에 대한 사전 조사가 필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대학 입장에서는 다른 대학의 같은 학과도 있는데 ‘왜 우리 대학의 이 학과에 지원했는가’를 알고 싶어 한다는 점을 명심하고 이에 대한 생각을 자소서에 녹여내 보세요.”

김지윤 기자 kimjy1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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