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우니 드릴게, 크리넥스 주쇼" 중세시대처럼 美물물교환 123억
"수도 고쳐주실 분, 우유 드립니다" 등등
'거리두기'는 철저히 하며 이웃과 훈훈함 나눠
코로나 바이러스가 덮친 미국에서 사람들이 현금 쓰기를 거부하고 너도 나도 ‘물물교환’에 뛰어들고 있다. 중세시대로 돌아가기라도 한 것일까.
미 캘리포니아주(州) 로스엔젤레스(LA)에 사는 알렉산드라 카챠(33)씨의 집에는 최근 오렌지, 사과, 당근 머핀 등을 양 손 가득 든 사람들이 찾아오고 있다. 카챠씨가 자택 앞마당에 직접 기른 브로콜리, 오이, 샐러리 등 채소와 오디 따위와 교환하려는 사람들이다. 덕분에 마트마다 음식과 생필품들이 동난 ‘코로나 대란’이 덮쳤을 때도 다양한 식료품을 쉽게 구할 수 있었던 그는 LA타임스에 “그 전엔 취미였을 뿐인 정원 재배가 코로나가 터진 후 날 구했다”고 했다.
미국에서 이런 종류의 물물교환이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를 타고 성행하고 있다. 지역마다 비공개 그룹을 만들고 필요한 물건이나 남는 물건 목록을 만들어서 올리면, 댓글이나 메시지로 교환하고 싶은 물건을 제시하는 식이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한창 확산되던 3월에는 마스크나 화장지를 구하는 사람들이 대다수였지만, 브라우니, 머핀 같은 집에서 만든 음식부터 영화 DVD, 게임 CD 등 취미용품까지 물건들이 다양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해 미국 내에서 물물교환이 이뤄진 가정 생필품과 식료품 등의 가치가 벌써 1000만달러(약 123억원)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평소 수치(400만달러)의 2배가 넘는다. 블룸버그통신은 “중세시대에 널리 쓰였던 물물교환 시스템이 코로나 시대를 맞아 부활했다”고 했다.
꼭 물건이 아닌 경우도 있다. 캘리포니아주 벤투라에 사는 태미 캘혼씨는 최근 이웃의 도움을 받아 앞마당에 채소 텃밭을 마련했다. 그는 그 대가로 돈이 아니라 갓 구운 빵과 직접 기른 아보카도를 선물했다. 그가 설립한 페이스북 물물교환 그룹은 불과 두달 만에 지역민들 5000명 이상이 가입했다. 물물교환뿐만 아니라 “수도를 고쳐주면 우유를 주겠다” “물이 새는 지붕을 보수해 달라”는 서비스를 구하는 글도 하루에 수십개가 올라온다.
물물교환이 부활하는 배경에는 미국의 높은 실업률을 포함한 경제 위기가 있다고 미 언론들은 분석한다. 코로나 확산으로 오래 문을 닫게 된 자영업자들이나 기술자들, 일자리를 잃어 필요한 물건은 많은데 현금이 부족한 사람들의 적극적인 호응을 얻고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로 경제가 봉쇄된지 6주 만에 미국에선 3000만명 이상이 일자리를 잃었다. 미국 노동인구 5명 중 1명 꼴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1920~1930년대 대공황 때는 지역 화폐까지 등장하며 물물교환이 성행했다”며 “경제 위기마다 자연스럽게 생기는 현상”이라고 했다.
물물교환은 코로나로 각자 격리돼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들을 하나의 이웃 공동체로 연결 시켜준다는 이점도 있다. 물론 대문 앞에 물건이 든 박스를 놓고 가는 방식으로 ‘6피트 룰(6피트, 1.8m 정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자는 규칙)’은 철저히 지켜진다. 미 서부 유타주 비버에는 어려운 이웃들을 돕기 위한 ‘팝업 식료품 텐트’도 최근 등장했다. 신선한 채소, 과일, 빵 따위를 마음대로 가져가고, 내키는 사람들은 또 음식을 두고 가는 방식이다. 직접 재봉틀로 만든 천 마스크를 무료로 나눠주는 마음씨 좋은 이웃들도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물물교환 경제가 더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블룸버그통신은 “가게 선반에선 찾지 못해도 사람들의 차고나 남는 냉장고엔 있는 물건들이 있고, 그에 대한 수요도 있다”고 했다. 화폐 없이도 필요한 물품, 서비스를 구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사람들의 수요에 발맞춰 얼마든지 새로운 플랫폼이나 시장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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