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 풀린 연휴.. '생활방역' 성패는 국민 몫

이강진 2020. 5. 6.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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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 몰린 인파 방역 우려 / '사회적 거리두기' 마지막 날 맞아 / "집콕 해방" 놀이공원 등 북적북적 / 2m 간격 대기 줄 지켜지지 않아 / 시민 "생활방역 잘 이행될까 걱정" / 연휴 김포∼제주 日 250편 운항 / 전국 초·중·고 14.6%.. 등교 앞두고 대책 고심 / '학급 쪼개기' 인력·공간 절대 부족 / 高3은 특별실 이동 수업 등 거론 / 대구선 책상에 칸막이 설치 예정 / 교실내 에어컨 가동 여부도 논의

“이제는 그렇게 걱정되진 않아요. 마스크 쓰면 괜찮을 것 같아서 나왔어요.”

일주일 가까이 이어진 ‘황금연휴’의 마지막 날이자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생활 속 거리두기’(생활방역)로의 전환을 하루 앞둔 5일, 자녀와 함께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을 찾은 최모(47)씨는 “어린이날을 맞아 아이와 함께 바람을 쐬러 왔다”며 이같이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휴장했다가 이번 연휴에 맞춰 일부 운영을 재개한 대공원에는 이날 흐린 날씨에도 가족 단위 관광객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특히 아이들의 이목이 쏠리는 놀이동산과 동물원에는 연휴 마지막 날을 즐기려는 시민들로 하루 종일 붐볐다. 다만 풀어진 긴장감 탓에 방역수칙과 맞지 않는 모습도 일부 포착돼 시민들은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이날 대공원은 놀이동산 입구에서부터 입장객을 대상으로 발열 검사와 마스크를 착용을 권고했지만, 거리두기가 실종된 모습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오전 10시가 채 되지 않은 이른 시간에도 입장객들이 몰리면서 5곳의 놀이동산 매표소 앞에는 각각 20여명의 시민이 바짝 붙어서 긴 줄을 이뤘고, ‘후룸라이드’ 등 인기 놀이기구에는 50명이 넘는 사람들이 몰렸다.

어린이날이자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종료되는 5일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에서 시민들이 거리를 두며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다수 시민은 마스크를 착용했지만, 오랜만의 나들이에 신난 아이들은 놀이동산을 힘차게 뛰어다니다 이내 갑갑한 듯 마스크를 벗어버리기도 했고, 마스크를 턱밑으로 내려버린 어른도 심심찮게 보였다. 놀이동산 한쪽에서는 돗자리를 펴고 앉은 시민들이 마스크를 벗은 채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대공원은 코로나19 예방수칙 안내방송을 내보내고, 2m 거리두기를 위해 테이프 등으로 줄 간격을 표시해 놓았지만 몰려드는 인파에 수칙이 잘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자녀와 함께 놀이동산을 방문한 김모(28)씨는 이에 대해 “걱정이 된다”며 “생활방역으로 전환되더라도 안심하긴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동물원 펜스에 ‘우르르’ 어린이날이자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 마지막 날인 5일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에서 마스크를 쓴 채 부모님과 나들이를 나온 아이들이 동물을 구경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지난 1일부터 부분개장을 시작한 대공원 내 동물원도 사정은 비슷했다. 대공원은 인파가 뒤엉키는 것을 막기 위해 일방통행을 하도록 안내했지만, 코끼리와 퓨마 등 관심을 끄는 동물들 앞에는 10여명의 시민이 다닥다닥 붙었다. 일부는 유리창을 만진 손을 얼굴로 가져가는 등 감염이 우려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어린이날인 5일 서울 동대문구 문구 도매시장 골목이 많은 인파로 붐비고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서울 종로구 창신동 문구·완구거리도 어린이날 선물과 함께 개학 전 필요한 학용품 등을 자녀에게 사주기 위해 방문한 시민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26년째 이 거리에서 문구점 영업을 이어가고 있는 한모(50)씨는 “예년보단 훨씬 줄었지만, 그래도 이번 연휴에는 손님이 조금 있다”고 말했다. 다만 시민들이 좁은 거리에 모이면서 거리두기가 지켜지기는 어려웠다. 두 살배기 아들을 데리고 거리를 찾은 홍모(42)씨는 “여전히 걱정되긴 한다”며 “생활 속 거리두기도 아직 좀 이른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최근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크게 감소하면서 연휴 기간 국내공항은 여행객들로 크게 붐볐다. 항공사들은 김포∼제주노선에 코로나19 사태 이전보다 많은 정기편과 임시·부정기편을 투입해 관광객을 수송했다. 연휴기간만 하루 240∼250편 운항을 기록하며 총 1670편의 비행기를 띄웠다. 제주도관광협회는 이번 연휴기간 제주를 방문한 관광객은 19만3000여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지난 4일 오후 서울 강서구 공항고등학교에서 영양사 선생님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유리 칸막이를 설치한 급식실을 청소하고 있다. 뉴시스
◆1m 띄우기도 힘든 ‘과밀학급’… 학교방역 성패 가른다

오는 13일 고3부터 등교수업에 들어갈 예정인 가운데 전국 초·중·고등학교 학급 중 10% 이상으로 추정되는 과밀학급 내 ‘거리두기’ 구현이 학교 방역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통상 교실 면적을 고려할 때 30명 이상인 학급은 학생 간 1m 거리두기조차 어려울 수밖에 없다. 시·도교육청은 전날 교육부가 내놓은 원격·등교수업 병행, 오전·오후반 운영 등과 함께 특별실 수업 같은 별도의 대안을 고심 중이다.

5일 교육계에 따르면 대구시교육청은 우선 등교하는 고3 수업 운영 세부방안을 최근 확정하고 학급당 인원이 28명을 초과하는 경우 교실보다 넓은 특별실에서 수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대체 공간 확보가 어려울 경우 기존 교실 책상에 칸막이를 설치해 비말 감염 위험을 최소화할 예정이다. 다른 교육청도 과밀학급 대책을 준비 중이다. 경남도교육청도 “창원, 김해 등 대도시 과밀학교의 경우 학생 밀집도가 높아 거리두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여 등교수업 전까지 구체적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4일 오후 대구 중구 남산동 경북여자고등학교 급식실에서 선생님이 투명 칸막이가 설치된 비대면 급식실을 소독하고 있다. 뉴시스
한국교육개발원 자료에 따르면 2018년 4월 기준으로 전국 초·중·일반고등학교에서 학생 수가 31명 이상인 학급은 전체 학급(특수학급 제외)의 14.6% 수준이었다. 이들 학급은 일반 교실 면적이 66㎡인 점을 고려할 때 최근 방역당국이 확정한 ‘생활 속 거리두기’ 지침상 ‘두 팔 간격 유지’조차 현실적으로 지키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런 과밀학급에 대한 이상적인 대책은 애초 학급을 나누는 것이지만 공간, 인력 부족 등 이유로 불가한 상황이다.

최근 초여름 날씨로 등교 이후 교실 찜통더위 우려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교실 내 에어컨, 공기청정기 가동을 금지했던 기존 교육부 방역지침은 주기적 환기 등 조건 아래 가동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개정될 것으로 보인다. 박백범 교육부 차관은 이날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휴식시간마다 창문을 열어 환기시키거나 일부 창문을 열어 놓은 채 에어컨을 가동하는 식으로 지금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방역당국은 이날 등교 이후 학생들은 더위에 취약한 KF94 등 방역용 마스크 대신 덴털마스크(치과용 마스크) 같은 얇은 마스크를 써도 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교육부는 학생·교직원 대상으로 등교 전 자가진단과 별개로, 필요한 경우 특정 지역 학교 구성원에 대한 코로나19 표본 진단검사 진행도 검토 중이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대구·경북 같은 확진자가 많았던 지역이나 전문가가 볼 때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지역을 우선 샘플링 조사해 확인하는 게 좋지 않냐는 의견이 있어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강진·추영준·김승환 기자 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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