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 풀린 연휴.. '생활방역' 성패는 국민 몫
“이제는 그렇게 걱정되진 않아요. 마스크 쓰면 괜찮을 것 같아서 나왔어요.”
일주일 가까이 이어진 ‘황금연휴’의 마지막 날이자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생활 속 거리두기’(생활방역)로의 전환을 하루 앞둔 5일, 자녀와 함께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을 찾은 최모(47)씨는 “어린이날을 맞아 아이와 함께 바람을 쐬러 왔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대공원은 놀이동산 입구에서부터 입장객을 대상으로 발열 검사와 마스크를 착용을 권고했지만, 거리두기가 실종된 모습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오전 10시가 채 되지 않은 이른 시간에도 입장객들이 몰리면서 5곳의 놀이동산 매표소 앞에는 각각 20여명의 시민이 바짝 붙어서 긴 줄을 이뤘고, ‘후룸라이드’ 등 인기 놀이기구에는 50명이 넘는 사람들이 몰렸다.
최근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크게 감소하면서 연휴 기간 국내공항은 여행객들로 크게 붐볐다. 항공사들은 김포∼제주노선에 코로나19 사태 이전보다 많은 정기편과 임시·부정기편을 투입해 관광객을 수송했다. 연휴기간만 하루 240∼250편 운항을 기록하며 총 1670편의 비행기를 띄웠다. 제주도관광협회는 이번 연휴기간 제주를 방문한 관광객은 19만3000여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오는 13일 고3부터 등교수업에 들어갈 예정인 가운데 전국 초·중·고등학교 학급 중 10% 이상으로 추정되는 과밀학급 내 ‘거리두기’ 구현이 학교 방역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통상 교실 면적을 고려할 때 30명 이상인 학급은 학생 간 1m 거리두기조차 어려울 수밖에 없다. 시·도교육청은 전날 교육부가 내놓은 원격·등교수업 병행, 오전·오후반 운영 등과 함께 특별실 수업 같은 별도의 대안을 고심 중이다.
5일 교육계에 따르면 대구시교육청은 우선 등교하는 고3 수업 운영 세부방안을 최근 확정하고 학급당 인원이 28명을 초과하는 경우 교실보다 넓은 특별실에서 수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대체 공간 확보가 어려울 경우 기존 교실 책상에 칸막이를 설치해 비말 감염 위험을 최소화할 예정이다. 다른 교육청도 과밀학급 대책을 준비 중이다. 경남도교육청도 “창원, 김해 등 대도시 과밀학교의 경우 학생 밀집도가 높아 거리두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여 등교수업 전까지 구체적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초여름 날씨로 등교 이후 교실 찜통더위 우려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교실 내 에어컨, 공기청정기 가동을 금지했던 기존 교육부 방역지침은 주기적 환기 등 조건 아래 가동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개정될 것으로 보인다. 박백범 교육부 차관은 이날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휴식시간마다 창문을 열어 환기시키거나 일부 창문을 열어 놓은 채 에어컨을 가동하는 식으로 지금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방역당국은 이날 등교 이후 학생들은 더위에 취약한 KF94 등 방역용 마스크 대신 덴털마스크(치과용 마스크) 같은 얇은 마스크를 써도 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교육부는 학생·교직원 대상으로 등교 전 자가진단과 별개로, 필요한 경우 특정 지역 학교 구성원에 대한 코로나19 표본 진단검사 진행도 검토 중이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대구·경북 같은 확진자가 많았던 지역이나 전문가가 볼 때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지역을 우선 샘플링 조사해 확인하는 게 좋지 않냐는 의견이 있어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강진·추영준·김승환 기자 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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