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 발길 끊은 日, 인산인해 中 ..5월 황금연휴 엇갈린 표정

조은효 2020. 5. 5.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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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유명 관광지인 기후현 시라카와고에 관광객 차단을 알리는 입간판에 세워져있다. 사진=NHK홈페이지

일본의 유명 관광지인 기후현 시라카와고에 관광객 차단을 알리는 입간판에 세워져있다. 사진=NHK홈페이지

【베이징·도쿄=정지우 조은효 특파원】 코로나19의 공포에서 '벗어났느냐, 못벗어났느냐.' 5월 초 황금연휴를 맞은 중·일의 표정이 사뭇 다르다.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생활방역으로 전환을 앞두고 있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중국도 5월 노동절 연휴를 기점으로 밖으로 쏟아져나왔다. 반면, 긴급사태 선언을 이달 말까지 연장한 일본 사회는 여전히 긴장감이 팽팽하다.

■日관광지 "오지마세요" 호소
"감염 확대 방지를 위해 시라카와고를 폐쇄합니다."
일본의 골든위크(5월 2일~6일)를 앞둔 지난 1일 기후현 시라카와고. 이 지역 갓쇼즈쿠리 전통마을로 들어서는 도로에 '진입 폐쇄'를 알리는 입간판이 세워졌다.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우려한 주민들이 골든위크 기간 관광객의 방문을 차단하기 위해 갓쇼즈쿠리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지구를 원칙적으로 폐쇄하기로 한 것. NHK에 따르면 이 지역은 연휴 기간 마을 도로 입구 등 5개소에 경비원까지 배치해 관광객 차단에 나섰다. 시가카와고는 폭설이 많은 기후현의 특성상 눈의 하중에 잘 견디도록 억새로 이은 뾰족한 삼각형 모양의 지붕으로 유명한 전통가옥 마을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돼 연 200만명 이상이 방문하는 일본을 대표하는 유명 관광지 중 한 곳이다.

일본의 주요 호텔과 여관 상당수가 일제 휴업에 들어갔다. 일본의 통신회사 KDDI가 이용자 동의에 기반한 스마트폰 위치 정보 서비스를 통한 일본 전역의 23개소 주요 관광지 인파를 집계한 결과, 지난 3일 23개소 전역의 인파가 모두 감소한 가운데 유명 관광지인 나가노현 가루이자와역 주변에선 지난해 같은 날 대비 무려 95%나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에현 이세신궁 주변도 94.8% 줄었다. 효고현,시즈오카현, 가나가와현 등 주요 관광지에서도 70~80%대로 인적이 감소했다. 도쿄의 간판 관광지인 아사쿠사 주변도 73.4% 줄었다.

일본의 골든위크 시작 직전인 지난 1일 도쿄 미나토구 한 우체국 앞. 이용객들이 건물 밖에서 간격을 두고 서서 차례차례 한 명씩 우체국으로 입장하고 있다. 사진=조은효 특파원

3일 도쿄 미나토구 초고층 빌딩인 토라노몬힐즈 내 입접한 커피전문점이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위해 임시 휴업을 지속하고 있다. 사진=조은효 특파원
오키나와는 아예 상점 셔터까지 내리고, 관광객 차단에 나섰다. 하지만 속내는 불안과 걱정 투성이다. 아사히신문은 "매출 제로에 어디까지 버틸 수 있을지, 해고와 폐업도 걱정"이라는 한 상인의 말을 전했다. 관광객 차단은 즉 "괴로운 결단"이란 얘기다.

사정은 온천 관광지인 오이타현 벳푸도 마찬가지다. 이 지역 한 기념품 가게 직원은 아사히에 "대형 연휴인데도 전혀 손님이 없다"고 토로했다. 벳푸 여관호텔 조합의 한 간부는 "지난해 대비 예약이 95%감소했다"고 말했다. 도쿄 도심에선 한낮 기온이 26~27도까지 치솟는 등 갑작스럽게 시작된 더위에 가족 단위의 일부 나들이객들이 도쿄만 오다이바 해상공원을 찾기도 했으나 이곳에서도 간격을 두고 앉는 등 사회적 거리두기는 유지됐다.

■中 노동절 연휴 북새통...시내는 한산
중국 노동절 연휴 기간인 지난 2일 오후 베이징의 외곽 구베이수이전 스마타이 만리장성을 관광객들이 줄지어 걷고 있다. 사진=정지우 특파원



중국 노동절 연휴 기간인 지난 3일 오후 베이징 차오양구 왕징의 한 쇼핑몰에서 손님들이 계산을 하기 위해 줄지어 있다. 사진=정지우 특파원
중국의 최대 정치 이벤트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개최는 중국인들에겐 강력한 시그널이다. 당초 양회의 연기가 코로나19 전파 우려였기 때문에 이를 재개한다는 것은 그만큼 상황이 호전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때마침 수도 베이징을 비롯해 지방도시는 앞 다퉈 소비쿠폰을 발행하고 주요 관광지를 개방했다. 공산당도 “경제사회 생활이 정상화되고 있다”고 발표했다. 장기간 격리·통제 속에 갇혀 지낸 중국인 입장에선 숨통이 트이는 단비 같은 소식들이다.

5일간의 중국 노동절 황금연휴는 이 같은 양회 개최 선언 사흘 후부터 본격 시작됐다. 예상대로 전국 주요 유원지와 관광지는 나들이 인파로 북새통을 이뤘고 베이징을 오가는 도로 곳곳은 골든타임에 차량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유명 미식거리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소문난 맛 집은 이미 차례를 기다리는 손님들도 입구까지 줄이 길게 늘어섰다.

연휴 이틀째인 2일 베이징 외곽의 구베이수이전은 말 그대로 인산인해였다. 여의도 면적의 3배에 달하는 규모지만 밀려드는 관광객으로 주요 입구는 진입 정체가 빚어졌다. 아직 코로나19의 완전 종식이 아니었기 때문에 통제는 여전히 엄격했다. 몇 단계의 안면 인식과 체온 측정, 건강카드 검사 등을 거쳐야 본격적인 관광이 가능했다. 그러나 관광객의 주의는 오래가지 않았다. 험준한 스마타이 만리장성을 오르는 구간에서 무더운 날씨 탓인지, 마스크를 벗거나 호흡기를 가리지 않는 이들이 늘어났고 사회적 거리두기 역시 실종됐다. 마스크 착용과 근접 금지 안내 방송은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할 뿐이었다.

중국 당국이 전체 국가급 관광지 중 70%를 개방하면서 다른 지역도 관광객의 발길이 꼬리를 물었다. 산둥성 타이산은 최대 수용 인원을 넘어서자, 운영을 중단했다. 항저우 시후엔 지난 1일 18만3700염의 관광객이 찾았으며 무료 관람이 가능한 구간엔 15만명 이상이 집중됐다.

중국 문화여유부는 3일까지 중국 전역에 연인원 8499만7000명이 방문해 350억6000만위안(약 6조270억원)의 관광소비를 했다고 밝혔다. 노동절 연휴 기간 예상 관광객은 1억2000~3000만명이다.

중국 노동절 연휴 기간인 지난 3일 오후 베이징의 명동으로 불리는 왕푸징 거리를 쇼핑객들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정지우 특파원

중국 노동절 연휴 기간인 지난 3일 오후 베이징의 세계적 관광지인 천안문 앞을 자전거를 탄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 =정지우 특파원

반면 베이징 시내는 비교적 한적했다. 천안문 광장과 자금성은 평소에도 수많은 내외 인파가 몰리는 곳이지만 세계적 관광지라고 표현하기 어색할 만큼 사람은 적었다. 오히려 주요 진입로에서 관광객을 통제해야할 공안들이 삼삼오오 모여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들어왔다. 중국이 자금성의 하루 입장객 수를 예년의 10분의 1 수준인 5000명으로 제한한데다 베이징 외곽으로 관광객이 이동하면서 나타난 상황으로 해석된다.

베이징의 명동으로 불리는 왕푸징 역시 예전의 활기는 찾기 힘들었다. 중국의 통제가 풀리고 코로나19 기간 동안 억눌렀던 소비욕구가 분출되면서 대규모 ‘보복소비’ 현상이 일어날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랐다. 베이징시가 5000만위안의 소비쿠폰을 발행했어도 왕푸징 거리는 쇼핑객 없이 여유로울 정도였다. 그나마 줄을 서서 계산하는 곳은 중저가형 의류를 판매하는 외국계 판매점들이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미 2월부터 경제 활동 재개에 나선 중국인들의 소비 행태가 소비를 꺼리고 저축을 늘리는 등 과거와는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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