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무새 죽이기' 쓴 여성 작가의 평전 [책과 삶]

문학수 선임기자 2020. 4. 24.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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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하퍼 리의 삶과 문학
ㆍ김욱동 지음
ㆍ열린책들 | 360쪽 | 1만4800원

소설 <앵무새 죽이기>는 1960년 미국에서 출간됐다. 이듬해 퓰리처상을 받았다. 미국은 물론 약 40개국에 번역돼 현재까지 4000만부 이상 판매 실적을 올렸다. 한국에는 1990년대 초반 처음 소개돼 역시 날개 돋친 듯 팔렸다. 비교적 쉽게 읽히는 책이지만 주제 의식은 묵직하다. 소설 화자는 여섯 살 소녀다. 미국에서도 인종차별이 심한 남부 앨러배마를 배경으로, 젊은 백인 여성을 성폭행했다는 누명을 쓴 흑인 청년을 백인 변호사가 변호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책은 <앵무새 죽이기> 작가인 하퍼 리(1926~2016)의 문학 세계는 물론 “인간적인 모습을 재현하려고 애쓴” 평전이다. 번역서가 아니라 한국 평론가이자 번역가인 김욱동 서강대 명예교수가 썼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그는 2015년 다시 번역 출간된 <앵무새 죽이기> 역자이기도 한데, 현재까지 이 책의 가장 충실한 번역으로 평가받는다.

책은 모두 3부로 이뤄졌다. 전체의 절반이 넘는 1부는 ‘앨러배마의 제인 오스틴’이라는 제목으로 이 여성 작가의 생애를 살핀다. 어린 시절의 그는 “소극적이고 비사교적”이었지만, 보수적 풍토가 지배적인 고향 앨러배마에서 반항의 기질을 드러내 주변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남부의 숙녀를 양성하는” 헌팅턴 대학에 다니면서도 언제나 청바지나 버뮤다 반바지를 입었고 화장이나 머리 손질에는 관심도 없었다.

2부는 하퍼 리가 자아의 벽을 넘어 타자의 삶을 이해하고 끌어안는 과정, 아울러 <앵무새 죽이기>를 한 편의 성장소설로 바라보면서 작가의 삶과 연결지어 해석한다. 3부는 <앵무새 죽이기>보다 먼저(1950년대) 썼지만 그가 타계하기 1년 전 출간했던 소설 <파수꾼>의 집필과 출간 당시 이야기를 담았다.

문학수 선임기자 sachi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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