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뚫고 집값 들썩인 곳에는.. "아파트 쇼핑하는 법인 어김없이 몰렸다"

허지윤 기자 2020. 4. 24.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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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한 법인이 평균 3.2채의 아파트를 갖고 있다.’

지난 23일 국세청은 1인 주주와 가족소유인 6754개 부동산법인에 대한 전수 검증을 시작했다며 이 같이 밝혔다. 조사 대상 법인이 가진 아파트는 모두 2만1462가구에 달한다.

세금을 피하기 위해 부동산 법인을 악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게 과세당국의 판단이다. 올해 1분기(1∼3월) 새로 설립된 부동산법인 수는 5779건으로, 이미 작년(1만2029건)의 절반에 육박한다. 정부는 법인의 부동산 거래가 느는 것이 집값을 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수도권에서 최근 집값이 급등한 지역을 골라 살펴보니 어김 없이 법인의 매입 비중도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사태와 고강도 부동산 대책의 영향으로 개인 수요자들의 아파트 매수는 감소했는데, 법인의 아파트 쇼핑이 이어지면서 해당 지역의 집값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24일 본지가 한국감정원을 통해 거래주체별 아파트 매매거래 월별 통계를 따져본 결과, 올해 들어 집값이 크게 뛴 수원, 안산, 인천 등의 지역에서 법인의 아파트 쇼핑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감정원 조사 기준 올해 들어 3월까지(1분기) 전국에서 아파트값이 가장 많이 오른 지역은 평균 12.97% 상승한 수원시다. 올해 이 지역 아파트를 법인이 매입한 비중을 보면 1월 약 6%(245건)였던 것이 3월에는 13%(246건)로 두 달만에 두배 이상이 됐다.

지난 2018년 한해 동안 법인이 수원 아파트를 매입한 건수는 177건에 불과했다. 지난해 981건으로 크게 늘더니 올해도 증가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주택시장에서 주목받지 못하다 올해들어 집값 상승이 두드러진 수도권 서남부 지역도 법인의 매입 비중이 급증했다. 1분기 아파트값이 3.42% 오른 안산시 역시 이 기간 법인의 아파트 매입 비중이 증가세를 보였다. 1월 3%(34건)에 불과했던 법인 매입 비중은 3월에 8%(158건)까지 치솟았다. 1분기 아파트값이 평균 3.2% 오른 인천도 법인의 아파트 매입 비중이 1월 3%(150건)에서 3월 12%(1050건)로 치솟았다.

경기도 평택은 법인의 아파트 매입 비중은 1월 4%(21건)에서 3월 11%(122건)로 커졌다. 1분기 평균 아파트값이 6.76% 오른 용인도 법인의 아파트 매입 비중이 커졌다. 1월 5%(121건)에서 3월 8%(201건)가 됐다.

반면 부동산 시장이 식은 서울은 법인의 매매 비중도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강남구의 경우 전체 아파트 거래에서 법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분기(58건)보다 소폭(1%p)늘어난 4%(34건)다. 올해 1분기 아파트값이 0.01% 하락한 서초구도 전체 거래 중 법인의 아파트 매입 비중은 전분기와 비슷한 수준인 3% 수준(23건)이었다. 송파구도 법인의 아파트 매입 비중이 전분기와 비슷한 1%에 그쳤다.

법인 명의로 부동산 투자에 나서는 것은 각종 세금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법인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종합부동산세 합산 배제’ 등을 피할 수 있어 세금 면에서 유리한 점이 있다.

개인 다주택자 양도세 최고세율이 68.2%인 반면, 법인세율은 25%다. 매매 목적 법인으로 10%의 가산세를 내더라도 개인보다는 낮다. 이와 함께 고가 아파트일수록 자금 증빙이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법인 대출을 받으면 개인 자격으로 매수했을 때보다 증빙 부담이 덜하다는 인식도 깔려있다. 다만 지난해 12·16 대책 발표 이후 법인에 대한 대출 규제는 강해진 상태다.

업계 한 전문가는 "코로나19와 경기침체, 부동산 규제 등의 영향으로 개인들의 거래가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일부 세력이 법인을 활용해 가격을 끌어올리려 시장 가격을 조작하려는 꼼수를 쓸 수도 있다"면서 "법인을 활용한 주택 투기와 과세회피, 시장 교란을 막을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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