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 잡고 '부동산법인' 겨냥한 정부.. 차익 중과세 등 '핀셋 규제' 유력

박소연 2020. 4. 23.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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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법증여·규제회피 수단 악용
법인이 사들인 아파트 7898건
전수조사 후 위법땐 고발 조치
#1. 병원장 A씨는 20대 자녀 명의의 광고대행·부동산법인을 설립한 후 매달 자신의 병원에 대한 광고 대행료 명목으로 자녀 부동산법인에 수십억원의 허위광고료를 집행했다. 자녀는 아버지가 편법 증여한 자금을 이용해 부동산법인 명의로 20억원대 고가 아파트를 취득해 현재 거주 중이다.

#2. IT 회사를 운영 중인 B씨는 본인 지분 100%의 1인 부동산법인을 설립해 대여 형식으로 빼돌린 자금을 이전했다. 그는 서울 한강변의 40억원대 아파트와 10억원대 고급 외제차를 이 부동산법인 명의로 구입해 호화생활을 누렸다.

19번에 걸친 부동산대책으로 고가 아파트를 다수 보유한 개인을 잡은 정부의 다음 정책 타깃이 부동산법인으로 옮겨가는 모양새다. 정부는 23일 아파트를 사들이고 있는 부동산법인을 전수검증하기로 했다. 최근 편법증여나 다주택자 규제회피 등 법인대출을 용도 외 목적으로 악용하는 사례가 급증한 데 따른 것이다. 부동산법인 대출 강화와 이들에 대한 핀셋 과세가 규제방안으로 거론된다.

■규제 우회통로 된 부동산법인

정부가 아파트 거래를 하는 부동산법인 조이기에 나선 건 간신히 안정을 찾아가는 주택시장을 교란시키는 원인으로 보기 때문이다. 특정지역에서 여러 채의 주택을 단기매매하는 방법으로 차익을 남기고 있어서다.

실제 개인의 주택구입에 비해 법인의 아파트 거래가 대출과 세금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법인의 아파트 매입 건수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법인이 매수한 전국 아파트 건수는 7898건으로 통계 작성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법인이 아파트를 매입하는 추세는 지난해부터 가팔라지고 있다. 지난해 5월 1000건을 웃돈 법인의 개인 아파트 매수는 5개월 만인 11월에는 2343건, 12월에는 3416건을 기록했다. 올해 2월엔 4779건, 3월 5563건으로 급증했다.

정부의 이번 전수검증 대상은 1인 주주 부동산법인 2969개, 가족 부동산법인 3785개다. 자녀에게 고가의 아파트를 증여하기 위해 설립한 부동산법인(9건), 다주택자에 대한 투기규제를 회피하기 위해 설립한 부동산법인(5건), 자금출처조사를 받지 않으려고 설립한 부동산법인(4건), 부동산 판매를 위해 설립한 기획부동산 법인(9건) 등이다.

■부동산법인 핀셋 과세 할까

정부는 특히 다주택자 규제를 피하기 위해 부동산법인을 설립하는 경우 아파트 양도차익에 대해 중과세율을 적용하는 등 개인 다주택자와 형평성이 맞도록 제도를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관련 지적이 이어지자 정부도 법인에 대한 규제를 조이고 있다. 12·16 대책에서 개인뿐아니라 모든 차주에 대해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동일하게 맞춘 게 그 예다. 또 최근 금융위원회는 이들 법인에 대한 예대율 가중치를 높였다.

시장에서는 법인세 추가 과세, 자금출처 조사, 자본기준금 기준 마련 등을 추가 규제방안으로 거론하고 있지만 현실화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다. 법인세는 포괄적 세제로 모든 기업에 해당하고, 자금출처 조사는 실익이 없어서다. 우리은행 안명숙 부동산센터 부장은 "작년 하반기부터 경기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법인들의 갭투자 목적 단기 아파트 매입이 성행했다"며 "이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메시지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분석했다.

부동산법인 대출 강화와 핀셋 과세 정도가 현실성있는 규제방안으로 거론된다. 신한은행 우병탁 세무팀장은 "법인이 주택을 취득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는 없다"면서 "법인의 주택이나 비사업용 토지 매각 차익에 붙는 세금을 높이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psy@fnnews.com 박소연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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