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몰랐던 반도의 매력-봄에 만나는 태안

2020. 4. 23.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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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태안을 한국의 베네치아로 만들겠다는 얘기가 나온 적이 있다. 또 프라하를 벤치마킹해서 관광 레저형 도시로 만들겠다는 계획이 발표된 적도 있었다. 청사진은 화려하고 거창했지만 실로 막막했고 두려웠다. 국내 유일의 해안국립공원으로 지정해놓고 뜬금없이 관광 레저형 도시라니. 그래서 10여 년 만에 다시 찾는 태안의 안부가 궁금했다. 사뭇 긴장되고 불안했던 여정 끝에 만난 태안. 다행히도, 빛나는 봄 바다와 비릿한 포구의 정취, 시간이 빚어낸 온갖 기적들이 켜켜이 쌓여 있는 태안은 다행히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봄에 만나는 뻔하지 않은 태안

오랜만에 지도를 펼쳤다. ‘코로나 블루’로 꽃향기가 무색한 봄이지만 한적한 곳으로의 여행은 불현듯 스치는 욕구이자 갈망이었다. 어디가 좋을까? 지도 위에 초록색 무늬가 군데군데 칠해진 국립공원이 눈에 띈다. 국립공원이란 표시 때문인지는 몰라도 다른 지역에 비해 왠지 청정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드는 곳들. 그 가운데서도 유난히 길고 푸르게 눈에 띄는 곳, 태안해안국립공원이 있었다. 일 년 중 여름 휴가철에나 한번쯤 생각했던 곳 태안. 물론 태안의 봄에는 그 유명한 ‘봄 주꾸미’가 있지만 왠지 문어나 낙지에 비해 ‘비겁하게’ 생겼다는 오만방자한 해석으로 늘 무시하곤 했던, 그래서 주꾸미가 맛 좋게 꽃송이 같은 알을 품고 있을 때는 정작 멀리했던 그 태안을 비로소 봄이란 계절에 찾게 된 것이다.

국내 유일의 해안국립공원인 태안은 태안반도와 안면도로 구분되기도 하지만 이젠 그냥 태안해안국립공원으로 아울러 부르는 게 보통이다. 태안(泰安)이란 지명은 예로부터 ‘자연재해가 거의 없고 온화한 기후와 풍부한 먹거리로 삶이 편안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총 길이 230km에 달하는 해안선에 수많은 해수욕장을 포도알처럼 품고 있는 이곳은 리아스식 해안을 따라 갯벌과 사구, 습지, 기암괴석과 크고 작은 섬들로 이루어져 천혜의 자연 경관과 함께 다양한 해안생태계를 구성하고 있는, 절대적 가치의 해안형 공원으로 평가받는 곳이다.

여행객들에게 태안은 보통 크고 작은 반달 모양의 해변과 그 바다 뒤편으로 저무는 노을의 아름다움으로 각인되어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만리포와 몽산포, 연포 등 서해안의 대표적 해수욕장을 무려 28개나 갖고 있고 그중 어디서든, 누구나 한 번쯤 가슴속까지 빨갛게 물들이는 일몰의 추억을 간직하고 있을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요즘 태안여행의 모습은 예전과 많이 달라지고 있다. ‘태안 8경’을 도는 뻔한 코스 여행보다는 여행자의 관심과 취향에 좀 더 집중하는 게 트렌드다. 그래서 ‘태안’ 하면 생각나는 그 뻔한 여행 테마를 벗어나 새롭게 떠오르는 콘텐츠들이 호기심 반 설렘 반 눈길을 끌곤 한다. 궁금하다. 긴 여정의 노고가 무색하리만큼 삽시간에 빠져들 태안의 새로운 매력. 그 여행을 지금 시작한다.

▶어느 것 하나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바다와 해변

드넓은 서해 바다를 품고 있는 태안의 해변(해수욕장)은 모두 28개다. 반도의 가장 위 ‘꾸지나무골’부터 가장 아래에 있는 ‘바람아래’까지, 누구나 아는 해변도 있고 낯선 이름의 해변도 있지만 어느 것 하나 그냥 지나칠 수 없는 해변이 반도 서쪽 해안선을 따라 줄줄이 이어진다. 서해안 3대 해수욕장 가운데 하나인 만리포를 비롯, 연포와 몽산포 같은 유명 해변은 여전히 여행자들이 선호하는 곳으로 요즘도 여름 시즌에만 수십만 명이 찾는 해수욕의 명소다. 하지만 여름 바캉스 시즌을 살짝 비켜서면 여행자들이 즐겨 찾는 해변은 좀 더 특색 있고 개성 넘치는 곳으로 바뀐다.

최고의 일몰을 감상할 수 있는 꽃지해변이 일 년 내내 여행자들의 핫플레이스가 된 것처럼 아담하고 한적한 구름포해변과 갈음이해변, 울창한 송림과 너른 갯그령 풀밭이 함께 어우러져 신비감마저 자아내게 하는 기지포해변, 다른 곳에서는 좀처럼 듣기 힘든 파도소리를 감상할 수 있는 파도리해변 같은 곳들이 뭔가 특별한 것을 찾는 여행자들의 발길을 잡아끈다. 조용하고 한적한 바다를 좋아하는 여행자들이 좋아하는 해변은 가장 위쪽의 꾸지나무골해변과 가장 아래에 있는 바람아래해변이다. 태안의 중심과는 거리가 좀 있지만 어느 곳보다 조용하고 한적하며 다른 해변과는 색다른 풍광에 매료될 만한 곳이다. 간혹 만리포부터 천리포, 백리포, 십리포, 일리포까지 모두 둘러보려는 호기심 많은 여행자들도 있다. 만리포와 천리포, 백리포는 지도상에 분명히 나와 있지만 십리포와 일리포가 정말 있는지 알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다. 만리포와 천리포 그리고 백리포를 거쳐 당도하게 되는 의항해변과 구름포해변. 그곳이 각각 십리포와 일리포로도 불린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밉상스럽지 않은 레트로 작명 코드에 파안대소하기 마련. 이렇게 여행에 재미를 더한 태안 해변 투어도 흥미롭다.

조금 더 한적한 여행을 하고 싶다면 태안버스터미널에서 그리 멀지 않은 ‘노을 지는 갯마을’(태안군 소원면 사라실길 344)도 찾아가볼 만하다. 700만 평의 갯벌과 함께 하는 체험휴양마을인 노을 지는 갯마을은 갯벌 생태교육과 체험, 염전체험 등과 함께 숙박도 가능한 작고 아름다운 바닷가 마을이다. 마을 이름처럼 드넓은 갯벌 너머로 떨어지는 노을이 환상적이다.

태안이 여행자들 사이에 끊임없이 회자되는 건 역시 꽃지해변의 ‘노을’ 때문이다. ‘정동진’에서 일출을 봐야 한다면 ‘꽃지’에서의 일몰도 반드시 봐야 한다는 생각, 그것이 뭇 여행자들과 사진작가들을 태안의 꽃지해변으로 불러 모은다. 태안 여행은 세상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환상적인 낙조 풍경에 ‘나’를 담아야 비로소 완성된다. 그래서 십중팔구 태안 여행의 마무리는 꽃지해변이다.

▶북쪽 땅끝 만대항과 남쪽 땅끝 영목항

시간을 쪼개서 뭔가 하나라도 더 해야겠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있는 그대로의 자연에 몸을 맡기는, 그런 여행이 필요할 때는 태안의 북쪽 끝 만대항을 찾으면 된다. ‘가도 가도 끝이 없어 가다가 마는 데’라고 해서 ‘만대’라는 지명을 얻었다는 이곳은 낯선 이름처럼 ‘관광 태안’에서는 오지로 통한다. 조용한 해변마을 말고는 특별히 부각된 관광지가 없는 까닭. 하지만 그건 태안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하는 얘기다. 따지고 보면, 쉼과 여유가 필요한 힐링 여행의 최적지가 바로 이곳이고 그래서인지 요즘 ‘촉’ 좋은 여행자들 사이에서 ‘한적한 태안의 멋’을 제대로 갖춘 곳으로 은근히 뜨고 있는 마을이다.

2007년 태안을 검게 물들인 기름 유출 사고 이후 만대 주민들은 마을이 단순히 ‘먹고 사는 곳’이 아니라 ‘평생 만들고 가꿔야 하는 곳’이라는 것을 깨닫고 ‘마을다운 마을 만들기’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마을 주민들의 손으로 명품 해안둘레길 ‘솔향기길’을 탄생시켰고, 주민이 직접 창작한 희망가 ‘만대 강강술래’를 지역 공동체 문화의 꽃으로 승화시켰다. 또 매년 10월 주민들이 참여하는 ‘나오리생태예술축제’를 지역의 대표 문화축제로 정착시켰다. 그리하여 만대마을은 사고 10년 만인 지난 2016년 ‘전국 행복마을 콘테스트’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하며 전국에서 ‘가장 행복한 마을’로 새롭게 태어난 바 있다.

땅끝마을의 정한을 보통 ‘그리움’이라 한다면 만대항의 느낌도 매 한가지다. 바다 건너 대산석유화학단지의 압도적 포효에 한껏 몸을 사린 작은 어촌마을의 쓸쓸함과 외로움도 문득문득 드러나지만 그것조차도 견줄 수 없는 풍경이 되는 곳이 만대마을이다. 고요한 어촌마을의 밤과 건너편 화학단지의 불빛이 묘한 대조를 이뤄 만조가 되는 날 밤의 야경은 더욱 특별하다. 그래서인지 최근 사진작가들이 은밀히 애정하는 출사지가 되고 있기도 있다.

가로림만과 살을 맞댄 땅끝을 밟았다면 고즈넉한 만대포구의 풍경을 여유롭게 느껴보고 솔향기길염전을 둘러보는 것도 좋다. 그 유명한 ‘만대 깜장굴’로 만든 굴물회 맛을 본다면 금상첨화다. 그리고는 만대항에서 꾸지나무골해변까지 이어진 솔향기길을 반드시 걸어보길 권한다. 드라이브를 겸한 당일 여행도 나쁘지 않지만 하루 이틀 숙박을 겸한다면 훨씬 풍성한 여행이 될 수 있다. 인근에 한옥펜션 ‘별궁’을 비롯 여러 개의 숙박업소가 있다.

만대항에서 반도를 관통하는 도로를 타고 76km를 달려 내려가면 반도의 남쪽 땅끝마을 영목항이 있다. 북쪽의 만대항에 비해서는 제법 알려진 곳이지만 영목항도 조용하고 한적하긴 마찬가지다. 물론 영목항에도 매력적인 여행 콘텐츠는 즐비하다. 안면도 해변길 트레킹 코스의 종착지이자 바다낚시의 성지이고, 안면도 일대의 작은 섬들 사이를 누비는 쾌속유람선 선착장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영목항이 매력적인 건 당진 왜목항과 함께 일출로 유명한 ‘해 뜨는 서쪽마을’이라는 것. 상상만으로도 설레는 서해안 일출을 보기 위해 요즘은 전날 밤 미리 내려와 영목항 주차장에서 ‘차박’을 하거나, 바다낚시와 겸해 새벽길을 달려와 소도 위로 떠오르는 일출의 장관을 감상하는 여행자들도 많다. 내년 말 대천과 원산도를 잇는 총 길이 6.927km의 국내 최장,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긴 보령해저터널이 개통되면 영목항은 태안의 남쪽 땅끝이 아니라 태안여행의 시작점이 될 전망이다. 영목항을 한국의 나폴리로 만들겠다는 태안 군수의 공약이 점점 무르익어가는 느낌이다. 그래서 한적한 바닷가 어촌마을의 풍광을 만끽하려면 지금 영목항에 가야 한다. 작년 말 영목항과 원산도를 잇는 원산안면대교의 개통으로 최근엔 영목항과 함께 한적한 원산도 여행을 즐기려는 여행자들이 늘고 있다. 아직은 투박한, 미지의 섬이긴 하지만 날것 그대로의 여행을 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지금 한 번쯤 다녀와도 좋을 곳이다.

▶특별함과 소박함의 미, 보석처럼 빛나는 반도의 동쪽

태안 여행의 대부분은 서쪽 해변에서 이루어진다. 하지만 천수만과 맞닿아 있는 반도의 동쪽 역시 매력적인 여행지들이 눈에 띈다. 그 가운데 안면암(태안군 안면읍 여수해길 198-160)이 있다. 지금 안면암은 붉디붉은 동백이 한창이라 사찰의 풍광이 어느 때보다도 멋지고 운치 있다. 안면암을 처음 찾는 사람들은 맨 먼저 대하게 되는 거대한 탑과 불상과 같은 인위적 조형물 때문에 다소 실망을 하기도 하지만, 천천히 그리고 꼼꼼히 사찰 전체를 둘러보고 난 후에는 이곳을 태안 여행의 백미로 꼽기도 한다. 그래서 안면암에서는 시간과 여유가 필요하다. 안면암은 여타의 다른 사찰과 달리 건축물이 독특하다. 3층으로 지어져 극락보전, 비로전, 나한전 등 법당이 계단으로 연결되는 게 꼭 단양의 구인사와 닮았다. 안면암을 찾는 여행자들이 가장 흥미로워 하는 건 역시 사찰 앞 여우섬까지 연결된 부교를 걸어 부상탑까지 가는 것이다. 이 다리는 물때에 따라 흔들흔들 물에 떠있기도 하고 썰물 때는 갯벌 위에 놓이기도 한다. 부교를 건너 바다에서 바라보는 안면암의 모습은 법당 앞에서 바라보는 바다 풍광만큼이나 특별하다.

영목항에서 안면암 쪽으로 가다 보면 대야도마을이 있다. 대야도 바다 갯벌을 내려다보는 언덕에 ‘귀천’으로 유명한 시인 천상병의 고택(태안군 안면읍 중장5리 1477-14)이 아담하게 자리 잡고 있다. 원래 의정부 수락산 자락에 있었던 집이 개발로 인해 철거 위기에 처하자 천상병 시인의 지인인 모종인·이숙경 부부가 집을 구입한 후 이곳으로 옮겨와 원형에 가깝게 복원해 놓았다. 하얀 슬레이트 지붕을 얹은 두 칸짜리 작은 집이지만 소박하고 단출했던 생전 시인의 풍모를 느끼기엔 부족함이 없다. 고택 아래쪽에는 작은 문학관을 만들어 시인을 기념하고 있는데 평소에는 개방되어 있지 않다. 인생을 ‘소풍’이라 표현했던 시인의 말처럼 ‘이 세상 소풍 끝나고 돌아가는 날 아름다웠노라’ 말하고 싶은 사람들의 발길이 잔잔히 이어지는 태안의 숨은 명소다.

▶걷기 좋은 길, 걷고 싶은 길

요즘 태안 여행의 핫한 트렌드 중 하나는 도보 여행이다. 태안 전체가 멋진 도보 여행길로 이어져 있어 혼자 혹은 삼삼오오 해안길을 따라 또는 안면송 숲길을 따라 길을 나서는 이들이 많다. 태안의 도보 여행길은 환상적인 자연 경관이 펼쳐지는 해안 탐방로인 총 길이 97km의 ‘해변길’과 바다와 솔숲을 거닐 수 있는 51.4km의 ‘솔향기길’로 이루어져 있고, 순례길인 태배길(6.4km)과 안면송림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안면송길(15.5km)이 따로 마련되어 있다. 어느 길을 걸어도 후회하지 않을 만큼 모두가 빼어나지만 지금 걷기 좋은 길은 솔향기길 1코스와 해변길 5코스인 노을길이다.

10.2km의 솔향기길 1코스는 만대항에서 당봉전망대와 여섬해변을 거쳐 꾸지나무골해변까지 이어지는 길로 해안선과 소나무숲을 오르내리는 아름다운 길이다. 다섯 개의 솔향기길 가운데 경치가 좋기로 유명한 이 길은 지난 2007년 기름 유출 사고 당시 123만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해변으로 이동하던 길이었다. 자원봉사자들이 다니던 길이 도보여행길이 된 것이다. 당시 이 길은 험한 비탈과 언덕, 낭떠러지 등으로 자원봉사자들의 이동이 쉽지 않았는데 이원면 주민이었던 차윤천 선생이 자원봉사자들의 이동을 돕고자 맨손으로 길을 내기 시작, 3년 동안 곡괭이 하나로 길을 완성시켰다고 전해진다. 솔향기길 1코스는 이름처럼 전 구간이 소나무숲으로 이루어져 있어 삼림욕을 하기 좋고 해안 데크 산책로를 따라 굽이굽이 조망되는 바다 풍광이 일품이다.

백사장항에서 꽃지해변에 이르는 해변길 5코스 노을길은 태안 해변의 백미답게 12km의 거리가 조금도 지루하지 않은 최고의 트레킹 코스다. 온갖 수산물과 맛집들이 즐비한 백사장항에서 여유롭게 점심식사를 마친 후 천천히 걷기 시작해 일몰 직전 꽃지해변에 도착하는 계획을 세운다면 최고의 도보 여행이 될 듯. 꽃지해변의 노을을 보기 전, 곳곳에서 만나는 풍경들도 어느 것 하나 빼놓을 것 없이 황홀하다. 삼봉해변의 곰솔림과 기지포의 해안사구, 천연기념물 138호인 방포해변의 모감주나무 군락지 등등 볼거리와 이야기 거리가 무궁무진한 최상의 구간이 바로 노을길이다. 만약, 4시간 가까운 도보 여행 코스가 부담스럽다면 삼봉해변에서 기지포해변까지 약 1.5km 구간만이라도 걸어보길 권한다.

태안 해변길의 백미인 노을길 가운데서도 반드시 걸어봐야 할 길이고, 걷고 나면 노을길 전체를 다시 걷고 싶게 만드는 매력적인 길이다. 특히 이 코스는 해변길과 소나무숲길이 따로 있어 원하는 길로 걸으면 되고 바닷가로 나와 모래사장을 걸어도 좋다. 이곳에는 또 ‘천사길’로 이름 지어진 장애인을 위한 데크 로드도 갖춰져 있다.

▶태안의 ‘봄맛’은 게국지도, 꽃게장도 아닌 주꾸미

지금 태안 전역에 가장 많이 걸린 현수막의 얼굴은 국회의원 후보자들이 아니라 ‘개그맨 이국주’다. 왠고 하니, ‘태안하면 게국지’고, ‘게국지 하면 이국주를 홀딱 반하게 만든 바로 그 집’이라는 깨알 홍보. 하지만 게국지는 너무 흔하고 게국지 맛집도 너무나 많다. 꽃게장은 어떻고? 너도 나도 ‘원조’에, ‘맛집’에 태안에 가면 반드시 먹어야 할 게 꽃게장이라지만 그마저도 미덥지가 않다. 그럼 무엇이 좋을까? 태안의 봄에는 역시 주꾸미가 으뜸이라는 게 태안 토박이의 주장이다.

“봄 주꾸미라고 하지만 그 가운데서도 태안 주꾸미만 한 게 없죠. 회로 먹으면 낙지보다 달고 삶아 먹으면 문어보다 쫄깃한 게 이맘때의 주꾸미입니다. 알주꾸미는 더 말할 게 없죠. 쌀밥처럼 윤기 자르르 흐르는 주꾸미 알은 지금밖에 먹을 수가 없어요. 주꾸미 맛있게 먹는 방법도 있죠. 적당히 익힌 알주꾸미 머리를 초장에 찍지 말고 그냥 통째로 드셔보세요. 주꾸미 내장과 먹물, 알이 어우러져 기막힌 맛을 냅니다.”

백사장항에서 수산물 유통을 하고 있는 양재봉 씨의 주꾸미 예찬이다. 고향 태안에서 2대째 수산업에 종사하면서 ‘선장의 아들’로 통하는 그는 코로나19로 관광객은 줄었지만 요즘 알이 꽉 찬 태안 주꾸미를 찾는 미식가들의 주문이 빗발친다고 말한다.

딱 4월이 제철인 주꾸미는 피로 회복에 좋은 타우린이 풍부해 봄철 보양식으로 제격이다. 특히 태안 주꾸미는 개펄과 모래가 적절히 섞인 청정해역에서 자라 유난히 맛이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Place

▷향기와 맛이 있는 팜 카밀레 허브농원

태안군 남면에 위치한 팜 카밀레는 국내 최대 허브 관광농원이다. 100여 종의 허브와 500여 종의 야생화, 그라스, 습지식물의 관목들이 자라고 있고 어린왕자가든, 그라스가든, 라벤더가든, 로즈가든 등 모두 열두 가지 테마의 정원이 아름답게 펼쳐져 있다. 이곳은 국내 최초로 허브차를 수입, 제조, 판매해 온 곳으로 허브 요리를 맛볼 수 있는 레스토랑과 제빵소, 족욕카페, 허브를 이용해 만든 비누와 화장품 등 다양한 제품들을 판매하는 숍 등 여러 가지 편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또 진로 체험 학습과 목공예 체험, 갯벌 체험, 슬로푸드 체험, 제과 체험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농장 전체를 ‘어린왕자’ 테마로 꾸며 친근하면서도 환상적인 포토존을 마련해 관람객들의 호응이 대단하다. 농장 안에 펜션을 갖추고 있어 숙박도 가능하다. 허브와 식물을 통해 인간과 자연이 교감하고 자연의 에너지를 통해 활력 있는 생활을 영위하고자 하는 팜 카밀레의 가치를 인정받아 웰니스 관광지로 선정되기도 했다.

위치 태안군 남면 우운길 56-19

영업시간 09:00~18:00

▷상상 이상의 즐거움 오마이갤러리

안면도자연휴양림에서 안면읍으로 가는 길가에 동화나라 같은 작은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그냥 지나치기엔 너무도 선명한 원색의 아기자기한 집들, 얼마 전까지 실제 ‘아기자기랜드’로 불렸던 이곳은 지금 ‘세계 명화 미술관 여행’을 주요 콘셉트로 하는 오마이갤러리로 운영되고 있다. 세계적 명화들을 복제하여 한 곳에 모아놓은 국내 최초의 상설 명화 전시장으로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 밀레의 ‘이삭줍기’, 클림트의 ‘키스’ 등 전 세계의 가장 유명한 걸작 150여 점을 한자리에 모아놓았다. 그리고 루브르관, 오르세미술관, 반고흐뮤지엄관 등 독립된 공간을 실제 미술관처럼 꾸며 마치 오리지널 미술관에 온 듯한 기분을 준다. 복제품을 보고 황홀해질 수는 없지만 그래도 평생 한 번 볼까 말까 한 어마어마한 작품들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으니 과히 나쁘지 않다. ‘오리지널 원본 필름과 특허 기술로 명화를 완벽하게 재현했다’는 주최 측의 말대로 작품의 퀄리티 또한 나쁘지 않아 명화를 감상하고 이해하는 정도는 전혀 문제가 없을 듯. 한 시간 만에 전 세계 미술관 투어를 할 수 있다는 게 어딘가. 기발한 트릭아트도 함께 설치되어 있는 재미있는 공간이다.

위치 태안군 안면읍 안면대로 3171-6

영업시간 10:00~18:00(하절기는 19시까지)

▶Festival

▷2020 태안 세계튤립축제

따사로운 봄바람이 넘실대는 꽃지해변에서 세계튤립축제가 열린다. 코로나19의 여파로 고심에 고심을 거듭한 끝에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화훼 농가를 돕고 지역 경제의 침체를 극복하고자 예정대로 축제를 진행한다는 게 주최 측의 설명. 지난 2012년 시작된 태안 세계튤립축제는 이후 미국 스캐짓밸리, 터키 이스탄불, 인도 스리나가르, 호주 캔버라와 함께 세계 5대 튤립축제로 꼽혀왔다. 올해의 주제는 ‘봄이 물드는 바다, 꽃이 만드는 동화’.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모티브로 꾸민다. 엘사와 안나, 울라프가 사는 ‘겨울왕국’과 ‘정글북’을 튤립으로 표현하고 40m 높이의 초대형 공작을 비롯해 갖가지 동물 조형물이 메인 광장을 장식하게 된다. 형형색색 200여 종의 튤립을 감상하는 즐거움과 함께 이번 튤립축제의 히든카드이자 숨겨진 장소인 시크릿가든을 찾는 재미도 쏠쏠할 듯.

위치 꽃지해안공원(태안군 안면읍 꽃지해안로 400)

기간 2020년 4월14일~5월11일

영업시간 09:00~23:00

[글과 사진 이상호(여행작가)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726호 (20.04.28)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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