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고음 '4단 변속기어' 박혜원, 모두가 힘들때 감성의 위로

2020. 4. 23.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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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3월 발매 '시든 꽃에 물을 주듯'
순위차트 역주행..아직도 멜론 톱100에
새 앨범 '아무렇지도 않게, 안녕' 발표
작은 체구에 터져나오는 짱짱한 고음
4옥타브 넘나드는 실력파 발라드 가수
"다양한 장르 소화하는 가수 되고 싶어"

“요즘 성대는 괜찮으세요?” 작은 체구에서 터져나오는 ‘짱짱한’ 고음에 가장 많이 듣는 안부 인사는 ‘성대 걱정’이라고 한다. 그 덕에 얻은 별명은 ‘헬고음’. 4옥타브를 아무렇지 않게 넘나드니 ‘4단 변속기어’라고도 불린다. 원조 ‘돌고래’ 무리를 기죽이는 신인의 등장. 박혜원(HYNN·흰·22)은 요즘 단연코 눈에 띄는 실력파 발라드 가수다. 지난해 3월 발매한 ‘시든꽃에 물을 주듯’이 역주행한 이후 현재까지도 멜론 차트 톱100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헬고음’으로 세상을 놀라게 한 만큼 박혜원을 향한 대중의 기대치는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발매한 앨범 ‘아무렇지도 않게, 안녕’은 전작들을 뛰어넘는 고음을 낸다. “‘시든 꽃’이 3옥타브 파 샵(#)이라면 ‘아무렇지 않게’는 반음 높은 3옥타브 솔이에요.” 최근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박혜원의 성대는 다행히도 ‘건강’했다. “며칠 전 병원에 가보니 아주 튼튼하다”는 소견을 들었다고 한다.

▶고단하게 걸어온 가수 데뷔…‘역주행’으로 꽃길=해마다 50개 팀의 신인들이 등장하는 가요계에서 여성 솔로 가수가 주목받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박혜원도 빠르게 주목받은 것처럼 보이지만, 그의 길이 ‘꽃길’만은 아니었다. 끝끝내 포기하려던 순간 찾아온 기회가 박혜원의 인생을 바꿨다.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를 석 달 동안 연습해 보게 된 예고 입학 시험. 열여섯 소녀가 부르던 ‘서른 즈음에’는 시험장의 면접관에게도 의외의 선곡이었다. “아마 다 이해할 순 없었을 거예요. 그런데 그 노래가 그렇게 슬프고 처절하게 다가왔어요.” 이 곡으로 서울공연예술고등학교 면접·실기를 전체 석차 3등으로 합격했다.

하지만 입학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합격 소식은 너무나 행복했는데, 마냥 축하를 받을 수는 없었어요.” 여의치 않은 가정 형편에 등록금 마련이 쉽지 않았다. 결국 입학 포기 각서를 내고, 실업계나 인문계로 진학하려 했는데 그마저 마감일이 지나 다음 연도로 복학을 해야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세상에서 혼자 동떨어진 기분이 들었어요. 가장 행복하면서도 슬펐던 때였던 것 같아요.” 기적적으로 마련한 등록금으로 예고에 입학하고서야 박혜원은 자신의 꿈에 문을 두드려볼 수 있었다.

고등학교 재학 중이던 1, 2학년 때는 ‘K팝스타’(SBS)에 출연했으나, 얼굴 한 번 비추지 못하고 통편집을 당했다. 고3 때 출연한 ‘슈퍼스타K6’(엠넷)에선 톱3까지 오르며 ‘인천 에일리’로 불렸는데도 저조한 시청률로 이전 출연자만큼 주목받진 못했다. ‘전통적인 발라더’는 K팝 시장에서 ‘최약체’였다.

대학 입학 후엔 부모님께 짐이 되지 않고, 나이차가 많이 나는 동생들을 위해서라도 빨리 자리잡아야 한다는 생각이 앞섰다. 스스로에게 정한 시간은 2년. 4년의 대학 생활 중 딱 2년만 가수의 꿈에 도전하고, 안 되면 취업을 하자고 결정했다. 전공을 살릴 수 있는 가이드 보컬로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도 꾸리고, 자연스럽게 음악을 배웠다고 한다. “그때는 ‘오늘을 버텨야지’, ‘열심히 살아야지’ 라는 생각으로 지냈던 것 같아요.”

주임 교수인 ‘국민 코러스’ 김현아의 추천으로 오성훈 작곡의 ‘폴링 인 러브’ 가이드를 녹음한 것이 드라마 ‘사의 찬미’까지 수록되며 데뷔의 기회를 얻었다. 삶의 고단함을 너무 빨리 알아버린 그가 꿈 꾸며 기다린 ‘더 나은 내일’(박혜원, ‘막차’ 중)이 돌고 돌아 좌절의 문턱에서 찾아왔다.

▶위로를 건네는 목소리…“받은 사랑 돌려주고 싶다”=박혜원의 목소리에는 어린 나이에 견뎌온 삶의 장면들과 그 이후 단단하게 다져진 시간들이 빼곡히 채워져있다. “지나온 시간을 생각하면 아련하고, 슬프고, 힘들다는 기억이 있어요. 그런 기억들이 제가 특별한 사랑을 하고 이별을 하지 않았더라도 노래를 통해 묻어나는게 아닐까 싶어요.” 힘들고 지칠 때 음악으로 위로받던 그는 이제 누군가에게 음악으로 위로를 건네고, 손을 잡아준다.

“‘슈퍼스타K’ 출연 때 작가님께서 많이 힘들어 보인다며 김범수 선배님의 ‘위로’를 들어보라고 추천해주셨어요. ‘나 소망이 되리라/깊은 위로가 되리라’는 가사를 들으면서 감동받았고, 저도 언젠가 저런 희망을 품을 수 있는 가수가 되고 싶다는 소망이 생겼어요. 그런데 제 노래에 ‘오늘 하루 동안 이 노래에 빠져서 들었다. 슬픈 노래인데 위로가 된다’는 댓글이 달리더라고요. 그렇게 감사할 수가 없어요.”

한강 작가의 소설 ‘흰’을 읽고 ‘내가 더럽혀지더라도 너에겐 오직 흰 것만 건넬게’라는 구절에서 따온 예명 ‘흰’처럼 그는 가장 순수한 음악으로 대중 앞에 서길 바라고 있다. ‘헬고음’과 발라드에 갇히지 않고 다양한 장르를 소화하는 가수로 인정받는 것도 목표다.

“넉넉치 않은 형편에서 자라왔지만, 받은 사랑은 넉넉하다 못해 넘쳤어요. 위축되지 않을 만큼 사랑을 받았고, 기적과도 같은 선물을 받았어요. 저 역시 꿈을 이뤄나가는 어린 친구들에게 받은 사랑을 돌려주며, 도움의 손길을 주고 싶어요. 개인적인 욕심으로는 어떤 장르라도 멋지게 소화하고, 끝없이 시도하는 가수가 되고 싶어요.” 고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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