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식주의자의 미식여행>참기름 밑간한 부들부들 닭구이.. 숯불향 감도는 꾸덕꾸덕 魚구이

기자 2020. 4. 17.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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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만뜨락’ 닭구이. 육즙이 가득하고 부드러운 남도식 닭구이는 부드럽고 안정감 있는 잔잔한 맛이 난다.
‘중앙시장’ 생선구이. 30여 개의 생선구이집에서는 숯불과 맥반석을 이용해 다양한 생선을 구워낸다.
‘분청마루’ 피굴. 피굴은 삶은 굴 알맹이를 차가운 육수에 넣어 먹는 보양식이다.
강태안 미식여행가

■ 전남 고흥의 맛

- ‘고흥만뜨락’ 남도 닭구이

육즙이 가득하고 은근하니 부드럽고 안정감 있는 잔잔한 맛

- ‘가나안 식당’의 아침 백반

꼬막 데침·양념게장·굴젓·김·각종 나물 등 총 11가지 반찬

- 중앙시장 ‘생선구이 골목’

숯불·맥반석에 구운 양태·서대·조기·민어·농어·도미 별미

전남 장흥군 용산면을 출발해 보성차밭을 경유한 후 고흥군에 도착했다. 고흥의 비경 중 하나인 증산일몰전망대에 잠시 들러 멀리 보이는 푸르른 다도해를 조망했다. 그리고 부지런히 운전해 소록도를 지나 거금도에서 아름다운 낙조를 지켜보았다. 따뜻한 바다의 고장 고흥을 다녀왔다.

고흥에서의 첫 식사로 남도식 닭구이를 선택했다. 닭구이로 유명한 ‘고흥만뜨락’이 위치한 고흥군청로로 향했다. 고흥 외곽도로 인근의 마당 넓은 주택에 위치해 있었던 이곳은 한 달 전 읍내에서 가장 번화한 곳으로 이전했다. 김미옥 대표를 만났다. “남도 닭구이는 마늘을 다져 넣고, 참기름으로 간을 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양념에 재워놓은 닭을 숯불 위에 올린 후 굽기 시작했다. 센 불에서 지글지글 굽지 않고, 약하고 은근한 불로 익혀내기 시작했다. 연기도 소리도 거의 없었다. 닭을 올려놓고 익히는 사이 찬이 준비됐다. ‘한국의 플로리다’로 불리며 유자의 대표 산지로 알려진 고흥의 특색을 살려 유자 드레싱으로 맛을 낸 생야채 샐러드가 입맛을 돋웠다. 짜지 않고 새콤한 매실 장아찌와 참깨 드레싱을 넣은 연근 샐러드, 곤약국수무침, 깻잎장아찌와 새송이버섯장아찌, 생김치(겉절이) 등이 고기와 함께 제공됐다. 닭구이를 한번 뒤집어보니 겉면이 지글거리며 바삭하게 황금색으로 변해 있었다. 이어지는 김 대표의 현란한 고기 자르는 가위 솜씨가 발현된 후 잘 익은 닭구이를 맛보았다. 육즙이 가득하고 부드러운 남도식 닭구이는 진하고 강렬하기보단 은근하니 부드럽고 안정감 있는 잔잔한 맛이었다. 한두 조각을 계속 먹다 보니 어느새 닭 한 마리를 모두 구웠다. 직접 뼈를 고아낸 닭 육수로 끓인 닭죽도 별미였다. 쌀 한 톨마다 질감이 살아 있고 윤기 나며 맛과 향이 은은한 이곳의 닭죽은 저녁식사의 마지막을 장식하기에 훌륭한 선택이었다.

해안가 근처에 숙소를 잡고 파도소리와 함께 잠들어 파도소리에 잠을 깼다. 발코니에 나가 보니 새소리, 바람소리도 함께 들렸다. 아름다운 여명 이후 오전 6시 37분. 어제 거금도에서 헤어졌던 태양을 12시간 만에 다시 만났다. 해가 마치 고흥에서 잘 지내고 있는지 인사하는 듯 다시 떠올랐다. 12시간 동안 일몰과 일출을 모두 본 감동의 하루가 시작됐다. 고흥에서 아침 백반으로 유명한 ‘가나안 식당’으로 가기 위해 도화면 천마로로 향했다. 주변에 문을 연 아침 전문식당이 몇 개 있었지만 유독 이 식당 앞에만 자동차가 많았다. 이렇게 이른 시간에도 자리가 없을까 걱정됐다. 자리를 골라 앉자 예약 손님이 있으니 좀 더 구석 자리로 옮겨 앉으란다. 그리고 밀려들어오는 예약 손님들. 아침부터 식당은 손님들로 가득했다. 아침식사를 주문했다. 황태 두붓국과 꼬막 데침, 미역줄기볶음, 양념게장, 김치찌개, 굴젓과 김 외 각종 나물 등 총 11개의 찬이 아침상에 나왔다. 김에 밥을 싸 굴젓을 올려 한입, 양념게장에 한입, 나물 반찬에 한입, 김치찜에 한입, 어제 하루 종일 운전하고 경치 보고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니 아침밥이 꿀맛이었다. 이곳은 오전 7시부터 아침 백반을 시작으로 점심식사와 저녁식사까지 하루 15시간 이상 문을 여는 곳이다. 늘 손님을 기다리는 부지런한 사장님이 있어 언제라도 마음 놓고 편하게 방문해도 좋은 곳이다.

든든한 아침식사를 한 후 고흥 읍내에 위치한 중앙시장을 구경하고 싶어 남계리로 이동했다. 시장에 도착하니 하나둘 가게 문을 열기 시작하는 상인들이 보였고, 가장 일찍 문을 연 떡집은 벌써 활기찬 모습이었다. 떡을 찌는 시루에서 김이 피어올랐고, 맞춘 떡을 찾으러 오는 사람들도 있었다. 완성된 떡시루를 작업대에 쏟아붓고, 식히고, 자르고, 포장하는 작업이 바쁘게 진행됐다. 부지런한 떡집 사장님은 모든 종류의 떡을 만들어 놓고 진열도 거의 마친 상태였다. 시장 안으로 더 깊이 들어가 보았다. 고흥시장의 최고 볼거리인 생선구이집이 즐비한 건물로 이동했다. 멀리서부터 생선 굽는 냄새가 나기 시작했는데 건물과 가까워질수록 숯불 향은 더욱 진해졌다. 건물 내부지만 노천과 같은 이곳은 30여 개가 넘는 생선구이집이 즐비했다. 숯불과 맥반석을 이용해 양태, 서대, 조기, 민어, 농어, 도미 등에 참기름을 솔솔 발라가며 구워내고 있었다. 이곳의 생선구이는 잔치·제사·명절용으로 전국에 택배 발송된다. 이리저리 묻고 사진찍기 바쁜 여행자들에게 친절히 대답해주고, 굽는 법도 가르쳐 주는 나이가 지긋한 할머니 연배의 어르신이 많았다. 이들은 명함도 주시고 명절에 꼭 전화 주문하라며 여유 있게 영업을 했다. 숯불 향이 감도는 생선구이를 집에서도 즐기고 싶다면, 떠나기 전에 택배 구매하면 바로 다음 날 받아볼 수 있다. 이른 시간부터 열정적으로 일하고 있는 상인들을 만나 보니 활력과 힘이 생겼다.

아침 햇살도 좋고 꽃도 피어 있는 시장 인근 남계천에는 산책길이 조성돼 있었다. 길을 따라 걷다 보니 예쁜 야외 덱이 있는 카페를 발견했다. ‘파바로티의 회상’이라는 이름도 멋졌다. 아직 점심을 먹기에는 이른 시간. 이곳에 들러 차 한잔 즐기기로 했다. 카페에 들어서니 유럽풍 앤티크 가구들로 실내가 꾸며져 있었고 이곳의 주인장 부부가 직접 차를 만들고 끓이고 손님들을 응대했다. 커피, 라테 등 카페의 기본 음료들도 모두 있었지만 직접 만든 수제차가 메뉴에 있어 ‘대추생강차’를 주문해 보았다. 투명 유리컵에 제공된 대추생강차는 색도 진하고 가지런히 띄운 잣과 대추가 단아해 보였다. 직접 우려낸 차는 진했고 맛의 균형감도 좋았다. 꿀과 설탕에 재운 대추와 생강을 오랫동안 끓여냈다. 여행을 하다 보면 지역 외진 곳까지 대형 유명 식당과 카페들이 거점을 잡고 운영하는 것을 많이 보게 되지만 가끔 이곳처럼 꼭 그 지역 그곳에 가야만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장소를 만나면 참 기쁘다. 파바로티를 좋아하는 이곳의 안주인이 카페 이름을 직접 지었다고 한다. 올해 초에 본 ‘파바로티’ 다큐멘터리가 생각나는 곳이었다.

여유 있게 차를 즐기며 봄을 느끼다 보니 조금 전 중앙시장에서 경험했던 숯불 향과 구운 생선의 고소함, 바다 향이 생각났다. 계절 생선과 찬을 즐길 수 있는 생선구이 해산물 백반과 한정식으로 유명한 ‘백상회관’으로 향했다. 이곳 백반은 생선이 특화된 상차림이다. 김 대표를 만났다. “외식업을 시작한 지는 어느덧 17년이 됐어요. 지금의 장소로 이사한 지는 만 3년 됐고요. 고흥의 자연을 식탁에 담고자 노력해 왔습니다.” 이곳 생선 백반에는 사계절 생선이 올라간다. 요즘은 우럭, 삼치, 볼락 등이 날마다 돌아가며 상에 올라가고, 식사 인원수가 많아지면 양태, 민어 등이 더해진다. 투박한 생선구이 상차림을 생각했는데 한정식과 맞먹는 깨끗하고 세련된 상차림이 나와 기분이 좋았다. 찬으로는 미나리 김치, 오이소박이, 취나물, 마늘종, 두릅, 코다리 강정, 해파리, 그리고 바로 무쳐내는 겉절이, 생야채 유자소스, 풀치구이무침, 파래무침과 엉겅퀴 된장국 등이 나왔다. 된장을 진하게 풀지 않고 육수 맛과 균형을 맞출 정도로 풀어 부드럽고 편하게 끓여냈다. 지역색을 띤 해산물 찬도 좋았지만, 유자청을 넣어 만들어낸 생채소무침이 식욕을 자극했다. 생선구이도 신선했다. 이렇게 생선구이와 백반을 즐겨보니 이곳의 한정식도 궁금해졌다. “한정식에는 유자소스를 곁들인 모듬회, 생선구이, 떡갈비, 전, 회무침, 가끔 바지락 회무침 등 계절 해산물을 내고 있습니다.” 고흥을 대표하는 생선구이를 다양하게 즐기고 싶다면 이곳의 백반과 한정식을 추천한다.

고흥을 떠나기 전에 아름다운 해안가 경치를 실컷 즐기고 싶어 해안가 도로를 따라 동쪽 끝까지 계속 달렸다. 아름다운 고흥의 해안가를 눈에 가득 넣은 후 고흥에서 마지막 식사를 하기 위해 두원면으로 이동했다. 이곳에서 고흥의 토속음식 ‘피굴’과 ‘낙지팥죽’을 맛볼 수 있는 ‘분청마루’로 향했다. 피굴은 굴(석화)을 통째로 씻어낸 후 삶아 굴 알맹이와 육수의 깨끗한 부분을 걸러내 쪽파와 깨소금을 넣고 시원하게 즐기는 보양식이다. 굴을 오래 끓여내면 아린 맛과 씹는 식감이 굳어지기 때문에 삶아낸 굴의 알맹이를 도려내 따로 보관한 뒤, 끓여낸 육수를 차갑게 식혀 가라앉은 불순물을 몇 회에 걸쳐 깨끗이 제거한 후 굴 알맹이를 다시 넣어 시원하게 즐기는 음식이다. 낙지팥죽 역시 고흥의 토속 보양식으로 낙지를 팥과 함께 삶다가 낙지가 익으면 먼저 건져낸 후 팥물에 찹쌀을 넣고 푹 끓여 팥죽이 완성되면 삶아 놓았던 낙지를 함께 넣어 즐기는 음식이다. 통째로 넣은 낙지를 잘게 잘라 팥죽에 넣고 마지막 순간까지 부드러운 낙지를 함께 즐길 수 있는 별미다. 고흥 여행의 마지막을 장식할 한정식 한 상이 나왔다. 삼치, 광어, 갑오징어, 병어, 피조개, 개불, 문어숙회, 육회, 낙지탕탕이 등 현재 고흥군에서 즐길 수 있는 해산물이 거의 모두 등장한 듯한 이곳의 해산물 한정식 상차림은 푸짐하고 화사했다. 우선 피굴부터 맛보았다. 익혔지만 차갑게 즐기니 생굴의 신선함이 입안 가득 느껴졌다. 낙지팥죽에는 부드러운 낙지 육수 향이 배어 있었다. 낙지를 부드럽게 삶은 후 찹쌀을 넣어 총 2시간 동안 끓여내기 때문에 팥죽의 부드러움과 낙지의 부드러움이 서로 배가돼 고흥의 바다 맛을 진하게 느낄 수 있었다. 이곳의 해산물 한정식은 낙지팥죽과 피굴 등 고흥의 토속음식과 고흥의 제철 바다의 맛을 그대로를 담아내고 있으니 고흥에 가면 방문해 즐겨볼 만하다.

강태안 미식여행가

■ 미식가이드

마늘과 참기름 양념으로 맛을 낸 남도식 닭구이가 유명한 ‘고흥만뜨락’(061-832-3052)은 고흥군 고흥읍 고흥군청로 33, 남계메디칼 빌딩 2층에 위치해 있다. 최근에 이사했기 때문에 주소를 잘 확인한 후 방문하길 바란다. 토종닭 숯불구이 4만5000원, 추가 2만5000원, 청둥오리 소금구이 6만5000원, 오리 혹은 닭죽(대) 1만 원·(소) 5000원. 가정식 백반 아침식사로 유명한 ‘가나안 식당’(061-833-7968)은 도화면 천마로 2283에 위치해 있다. 아침백반 8000원. 오전 7시부터 식사할 수 있다. 그 외 점심과 저녁시간에 제공하는 한정식 2만 원, 가나안 정식 1만 원. ‘중앙시장’(061-832-4370)은 고흥읍 남계리 628-8에 위치해 있다. 생선구이 골목에 숯불과 맥반석에 생선을 구워 전국으로 택배를 보내는 집들이 모여 있다. 그중 ‘경아수산상회’(061-835-2917)와 ‘은영이네 생선가게’(010-9020-4522)를 추천한다. 직접 만든 수제차를 제공하는 ‘파바로티의 회상’(061-833-0511)은 고흥읍 남계리 596에 위치해 있다. 대추생강차 6500원(사진), 유자차 5500원, 제주 청귤차 6000원. 생선구이백반과 한정식으로 유명한 ‘백상회관’(061-835-8788)은 고흥읍 봉황길 26-8에 위치해 있다. 2인부터 제공되는 생선구이백반 1인 1만5000원, 한상차림 생선구이 한정식 8만 원, 4인까지 가능하다. 30년 전통의 토속한정식 ‘분청마루’(061-834-7242)는 두원면 분청문화박물관길 77에 위치해 있다. 해산물 한정식으로 분청정식 2만5000원, 마루정식 3만 원. 하루 전에 예약해야 한다. 고흥에서는 유자로 만든 제품을 쇼핑하면 좋다. 유자청과 유자막걸리 등은 고흥 ‘농협마트’(061-833-8005)에서 구매 가능하며 고흥읍 서문리 216-5에 위치해 있다. 고흥유자주는 ‘녹동양조장’(0507-1357-3773)에서 구매가 가능하며 도양읍 목넘가는길 52-5에 위치해 있다. 추천할 만한 숙소인 ‘빅토리아호텔’(061-832-0100)은 도화면 천마로 2736-29에 위치해 있다. 발포해수욕장의 전망이 아름답다. 7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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