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핑크색 마스크 못써?' [박은경의 베이징 리포트]

베이징|박은경 특파원 2020. 4. 16.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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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대만 중앙유행전염병지휘센터 지휘관 역할을 맡은 천시중(陳時中) 위생복리부 부장(장관)은 지난 13일 핑크색 마스크를 쓰고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천 부장은 “마스크가 어떤 색상이든지 (코로나19 바이러스로부터) 보호해줄 수 있다”면서 “분홍색도 괜찮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기자회견이 끝난 후에는 다른 참석자 4명과 핑크색 마스크를 쓴 채 기념사진까지 남겼다. 참석자들은 모두 남성들이었다.

대만 중앙유행전염병지휘센터 지휘관 역할을 맡은 천시중(陳時中) 위생복리부 부장(장관)은 지난 13일 핑크색 마스크를 쓰고 기자회견을 마친 후 기념촬영을 했다. 사진 대만 중앙유행전염병지휘센터 제공

장관이 직접 ‘핑크색 마스크 쓰기 모범’에 나선 것은 한 대만 남자 초등학생 때문이다. 핑크색 마스크를 쓰고 등교하면 친구들이 놀릴까봐 학교를 안 가겠다고 떼쓰는 아들의 사연을 학부모가 올리면서 알려졌다.

대만은 현재 온라인 예약을 통해 매주 정해진 수량의 마스크만 구매할 수 있다. 색상까지 선택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핑크=여자색, 남자=파랑색’이는 생각을 가진 남학생들이 핑크색 마스크 쓰기를 창피해하는 것이다.

대만 공공TV 보도에 따르면 분홍색 마스크를 쓰면 놀림 당할까봐 학교 갈 엄두를 못 내는 남학생들이 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남학생은 인터뷰에서 “집에 마스크가 많지 않기 때문에 학교가는 평일에는 ‘남자색(파란색)’을 쓰고 분홍색은 휴일에만 쓴다”고 했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의 인스타그램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진 후 천 부장을 시작으로 대만 남성의 핑크 마스크 쓰기 인증 사진이 벌어지고 있다.

쑤정창(蘇貞昌) 대만 행정원장은 14일 분홍색 마스크를 쓰고 언론 인터뷰를 진행했다. 린자룽(林佳龍) 교통부장도 페이스북에 핑크색 마스크를 쓴 사진을 올리고 “색깔에는 성별 구분이 없다”면서 “내 느낌엔 핑크색이 참 멋있는 것 같다”는 글을 올렸다. 한궈위(韓國瑜) 가오슝(高雄)시장도 14일 분홍색 셔츠와 분홍색 마스크를 착용하고 온라인 생방송을 진행했다.

한궈위(韓國瑜) 가오슝(高雄)시장도 14일 분홍색 셔츠와 분홍색 마스크를 착용하고 온라인 생방송을 진행했다.

여성인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도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을 통해 “마스크는 우리를 보호하기 위해 쓰는 것으로 색깔로 구분할 필요가 없다”면서 “핑크색은 여성 색깔이 아니다. 천시중 부장이 이미 남자도 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했다.

‘마스크는 색을 구분하지 않고, 색상은 성별을 구분하지 않는다’는 목소리는 기업체로도 번지고 있다.

대만 마스크 업체인 CSD중국위생재료생산센터는 색상은 성별이 없다면서 기존 생산 계획을 바꿔 이번 주에 벚꽃핑크 마스크 10만 장을 생산하겠다고 밝혔다. 대만 누리꾼들도 남녀를 불문하고 “벚꽃 마스크 사고 싶다”는 댓글로 호응하고 있다.

스타룩스항공사는 15일 페이스북에 “위 윌 비 파인(우리는 괜찮아 질거야)”라는 슬로건과 함께 수십명의 남성 직원들이 핑크색 제복에 핑크색 마스크를 착용한 사진을 올려 색깔에 대한 편견 없애기에 동참했다.

베이징|박은경 특파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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