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터뷰] "한식에 길들여지면 평생 먹어야 돼요" '한국 덕후' 외국인들①

문지영 2020. 4. 11.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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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 번쯤은 무언가의 덕후가 된다. 소소하게는 음식에 대한 취향부터 크게는 누군가를 열렬하게 지지하는 덕심까지. YTN PLUS가 [덕터뷰]를 통해 세상의 모든 덕후를 소개한다. 덕터뷰 5화에서는 한국과 한국 문화를 사랑해서 아예 이곳에 눌러앉은 외국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한국 너무 살기 좋아요"

한국에 각각 6년, 2년 거주한 오네게(카자흐스탄) 씨와 캐서린(영국) 씨가 입 모아 하는 말이다. 한국인들도 가끔은 살기가 팍팍하다고 하는데, 이들에겐 뭐라고 표현하기 어려울만큼 살기 좋은 곳이 한국이라고 한다.

두 나라에 한국 문화가 잘 알려지지 않았던 2012년, 10대 시절부터 오네게 씨와 캐서린 씨는 각자의 나라에서 한국을 '덕질'하기 시작했다.

각각 카자흐스탄과 영국에서 한국어를 처음 듣고 그 소리에 반한 후 한국어를 공부하다 한국에 정착하기까지 했는데, 두 사람의 한국살이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한국 사는 오네게(카자흐스탄), 캐서린(영국) 씨 인터뷰

Q.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오네게(이하 오) : 안녕하세요. 한반도의 흔한 외국인, 카자흐스탄에서 온 오네게입니다. 한국에서 대학원을 졸업하고 취업 준비 중이에요.

캐서린(이하 캐) : 안녕하세요. 영국에서 온 캐서린입니다. 한국에 온 지 2년 됐어요. 한국에서 모델과 유튜버로 일하고 있어요.

Q. 한국이라는 나라에 어떻게 빠지게 됐나요?

오 : 저 같은 경우는 원래 한국에 대한 아무런 정보가 없었어요. 그런데 고등학교 후배 중 한 명이 엄청나게 한국을 좋아해서 한국문화원도 다녔는데 제가 그 후배랑 친했어요. 어느 날 한국과 카자흐스탄 문화교류 콘서트가 있는데 같이 가자고 저를 데리고 갔어요. 저는 그때가 2012년이었는데 처음으로 한국어라는 언어를 들었고 실제 한국 사람들을 처음 봤거든요. 그래서 '아 난 이 언어가 좀 많이 예쁜 거 같다, 나 한 번 이거 공부해볼래' 해서 후배를 졸라서 같이 한국문화원을 다니기 시작했고 그렇게 빠지게 됐죠.

캐 : 저도 비슷한 시기에 관심 가지기 시작했어요. 저는 그냥 드라마를 보면서 한국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고, K-POP 노래를 듣고 사실 그때는 한국어로 무슨 말 하는지 몰랐는데 들리는 소리가 너무 예뻐서 저도 '아, 이거 배우고 싶다'라는 마음이 생기고 한국학을 전공하기로 했어요 영국에서.

오 : 근데 아까 드라마를 많이 보셨다고 하셨는데 처음 본 드라마가 어떤 거예요?

캐 : 처음 본 거는 '미남이시네요'(SBS, 2009)였어요. 배우 박신혜 나오는 거.

Q. 각자의 나라에서 한국을 덕질하던 방법?

오 : 저는 한국 문화가 좋아서 관심을 갖기 시작했지만 한국 덕후보다는 '한국어 덕후'였던 거 같아요 처음에는. 그 말을 너무 빨리 배워서 빨리 쓰고 싶고 드라마 보고 노래도 계속 들으면서 '아 나도 저렇게 발음하고 싶다', '저런 억양으로 말하고 유창하게 하고 싶다' 이런 심정으로 한국어를 덕질하기 시작했어요. 그때 제 방법이 뭐였냐면, 주변에 한국 사람이 없다 보니까 집에서 그냥 부모님께 아침에 일어나서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밥은 맛있습니까', '식사 맛있게 하세요' 이렇게 한국어로 말했어요. 부모님이 진짜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얘 뭐야?' '얘 뭐 하는 애야?' '내 배에서 나왔지만 얘 좀 이상해' 이랬거든요. 가장 먼저 일단 글자, 한글 모양을 보고 한 번 반하고 그다음 소리가 너무 아름답고 한국어는 끝맺음할 때 길게 말하는 게 있잖아요. 그런 게 너무 좋은 거예요. 약간 파도 타는 것처럼.

캐 : 그때(2012년쯤) 영국에서도 한국이 그렇게 많이 알려진 나라가 아니어서 한국 식당에 갈 수가 없어서 그냥 아시아 마트에서 김치랑 요리 재료를 사고 집에 가서 요리도 하고 한국 음식을 먹어봤어요. 그리고 저희 아빠가 사주신 책 중에서 한국 가이드 북 같은 게 있었어요. 그래서 그거 보면서 그때 한국에 올 수 없었지만 사진 보면서 한국의 느낌을 알기 시작했어요.

Q. 요즘은 그래도 영국에 한국이 많이 알려졌다고?

일단 요새는 손흥민 선수 영국에서도 엄청 잘 나가고 손흥민 선수를 사랑해주는 영국 분들도 되게 많아서 요새 한국에 대한 인식이 손흥민 선수 때문에 많이 올라가기도 했고 또 요새 영국에서 한국 음식 진짜 유행이에요. 친구들 중에서 수다 떨면 '아 나 한국 치킨 먹으러 갈 거야' 이렇게 얘기하는 친구들 점점 많아지고 있어요.

Q. 이제는 가끔 영어가 안 나온다고?

캐 : 한국어 하다가 갑자기 누가 영어 하라고 하면 진짜 영어를 할 수 없어요. 한마디도 할 수 없어요. 왜냐면 지금은 한국어 모드라서 바꾸기가 좀 힘든 거 같아요. 가게에 갔다가 누군가 저한테 영어 하시면 뭔가 영어라는 것도 깨닫기 쉽지가 않아요. 그래서 영어를 하셔도 제가 그냥 저절로 한국어로 대답하는 거예요. 근데 뭔가 너무 미안해요 그럴 때. 진짜 영어 해보고 싶어서 영어를 하셨는데 제가 영어를 못해요.

Q. 한국에 사는 가장 큰 이유가 뭐예요?

오 : 말로 설명하기가 조금 어려운 것 같아요. 특정한 것 때문에 한국을 좋아한다는 느낌보다는 전체적으로 문화도 그렇고 생활 자체도 그렇고 잘 맞는 거 같아요. 만약에 이게 적응하기가 어려웠다면 돌아갔을 텐데 그게 아니라 심신에 안정을 주는 그런 느낌?

캐 : 저도 약간 말로 표현하기가 조금 힘든 것 같은데 일단 서울의 분위기 저한테 진짜 잘 맞는 거 같아요. 할 것도 많고 놀 것도 많고 동네마다 다른 매력 가지고 있고 진짜 저 같은 사람 심심할 수가 없어요. 제 고향은 약간 작아서 할 게 별로 없는데 서울은 친구도 많이 만날 수 있고 진짜 좋고 만약 영국에 있는데 그런 생활을 하고 싶으면 런던 가야 하는데 런던이랑 서울 물가를 봤을 때 서울이 조금 더 저렴해요. 런던에 잘 살기가 힘들 것 같은데 서울에 잘 살 수 있어서 너무 좋아요. 그런데 이상한 게 제가 영국에 있을 때 제가 활동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오 : 저도요. 집에서 아예 안 나갔는데.

Q. 자국으로 돌아가면 가장 그리운 것?

오 : 일단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게 음식인 거 같아요. 한국에서 되게 오래 살면 한식에 많이 길들여지잖아요 사람이. 근데 진짜 한 번 한식에 길든 사람은 평생 한식만 먹고 살아야 돼요. 그래서 저는 처음에 한국 왔을 때도 카자흐스탄 음식 그리울 줄 알고 그랬거든요. 근데 하나도 안 그리웠고 오히려 한식이 너무 맛있고 카자흐스탄으로 돌아갈 때 한 2주 정도 지나면 슬슬 인터넷에 들어가서 닭갈비, 된장찌개... 하면서 조금씩 리스트를 만들기 시작해요.

캐 : 저도 그래요!(웃음)

오 : 그리고 한국에서 오래 생활하다 보니까 밥 먹고 나서 카페를 안 가면 뭔가 찝찝하고 특히 매운 음식 먹고 카페 가서 달달한 거 먹으면 '단짠단짠'의 매력. 그 맛에 사는 거 같아요 요즘.

캐 : 저도 아무래도 음식인 거 같아요. 특히 진짜 영국에서 찾을 수 없는 순댓국이라던가 닭발, 빙수 이런 거요. 한 번 영국에 있었는데 호떡 레시피를 찾아서 만들었어요. 저희 엄마가 진짜 진짜 좋아하셨어요. 근데 만드는 데 진짜 오래 걸려요 한 네 시간? 반죽을 만들고 부풀리는 걸 한 세 번 해야 돼요. 근데 진짜 맛있었어요.

Q. 그래도 한국에 와서 적응하기 어려웠던 것?

오 : 시험 기간 때 벼락치기로 2주 전에 꼬박꼬박 밤새워서 공부하는 게 저는 진짜 못 하겠더라고요.

캐 : 저도요.(웃음)

오 : 저는 진짜 불안만 안고 '아 나 진짜 이러다가 떨어지겠지' 'F 맞겠지' 이러면서 '에프니까 청춘이다'라고 (위안을 했어요.) 아무튼 한국 사람들의 성실함에 반하긴 했지만 너무 성실해서 살짝 놀라웠던 기억이 있어요.

캐 : 저도 처음 왔을 때 어학원에 다녔는데 선생님이 공부하다가 코피 나는 그런 얘기를 하셨어요. 근데 저는 그런 얘기를 처음 들었어요. 어떻게 공부하다가 코피가 나요? 무슨 상관인지?

Q. 독도까지 다녀오셨다고?

오 : 예전에 '독도 사랑 말하기 대회'라는 대회에 나간 적이 있어요. 팀으로 독도를 주제로 해서 예술 작품이라든지 발표라든지 연극이라든지 그런 걸 해야 돼요. 그래서 저희는 처음으로 독도가 조선의 땅이라는 걸 일본에서 인정을 받아오신 안용복 선생님의 일화를 저희가 현대적으로 해석하면서 연극을 했어요. 1차, 2차 붙은 팀들은 대구에 가서 연극을 하고 독도까지 갈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거예요. 울릉도에 한 2박 3일 있다가 그다음 독도로 빨리 갔다 왔는데 그때가 정말 최상의 날씨였고 날씨 운이 진짜 대박이었어요. 그래서 그때 독도에 들어가서 정상까지 올라갔어요. 근데 거기 가보니까 진짜 일본의 땅이라는 감정이 정말 요만큼도 없었어요. 그냥 다 한글로 다 독도라고 되어있었고 일본 사람들이 거기로 가려면 여권을 갖고 가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정말 직접 가보니까 여기가 진짜 한국이구나 한국 특유의 땅 모양새가 있었고, 독도가 '안녕? 나 한국이야~'라고 말하는 것 같았어요.

Q. 아직 한국에 와보지 못한 한국 덕후들에게

캐 : 한국에 와서 진짜 좋은 경험을 많이 했고 많은 꿈을 펼칠 수 있었어요. 한국을 좋아하는 마음이 있으시면 기회가 될 때 꼭 와 보시는 게 좋을 거 같아요.

오 : 한국을 좋아하시면 정말 좋은 선택을 하셨다고 말씀드리고 싶고요. 저도 한국에 올 생각도 못 했어요 사실은. 근데 어쩌다 보니 한국이 너무 좋아지고 너무 좋아지다 보니까 한국을 좋아하는 마음을 유지하다 보면 언젠가는 '성덕'(성공한 덕후)이 되시지 않겠냐는 생각이 듭니다.

YTN PLUS 문지영 기자(moon@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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