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에 집 파느니, 차라리 물려주자" 강남 증여 180% 급증

정순우 기자 2020. 4. 8.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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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6 대책 이후 올 1~2월 증여 증가
전세 낀 집 부담부 증여로 세금 아껴
"강남 불패 믿음 여전하다는 의미"

올 1~2월 서울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의 아파트 증여가 지난해 같은 기간의 배(倍) 이상으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지난 연말 ‘12·16 대책’을 통해 다주택자의 양도소득세를 낮추며 집을 팔도록 유도했지만, 강남 다주택자들 사이에선 집을 팔기보단 자녀 등에게 물려주기로 결정한 사람이 많은 것이다. 정부 규제에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여파로 집값 상승 기대감은 꺾였지만 ‘강남 불패’에 대한 믿음은 여전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일대 아파트 전경./조선DB

8일 본지(本紙)가 한국감정원 통계를 분석한 결과, 올 1~2월 서울에서는 총 2979건의 아파트 증여가 이뤄졌다. 지난해 같은 기간(2073건)에 비해 43.7%, 직전 2개월(2244건)에 비해 32.7% 늘었다.

집값이 상대적으로 비싼 강남 4구에서 증여가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이들 지역의 올 1~2월 아파트 증여는 1456건으로 서울 전체의 48.9%를 차지했다. 증가 폭도 크다. 지난해 1~2월(700건)과 비교하면 108%, 직전 2개월(523건)과 비교하면 178.4% 폭증했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 대치동 일대 주상복합 및 아파트 전경./조선DB

부동산 업계에서는 최근 강남 고가(高價) 아파트 시세가 수억원 떨어지는 등 집값이 조정 국면에 접어든 점과 대체 투자처가 없다는 점을 증여 급증의 배경으로 꼽고 있다. 어차피 팔 생각은 없으니 집값이 떨어졌을 때 증여해 증여세라도 줄이려 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올해 서울의 아파트 공시가격을 20% 넘게 올려 다주택자의 보유세 부담이 커졌다는 점도 증여를 부추긴 요인으로 꼽힌다.

세무사들에 따르면 최근 강남 다주택자들 사이에선 전세 낀 집을 증여하는 ‘부담부 증여’가 늘고 있다. 부담부 증여에서는 전세 보증금만큼은 증여가 아닌 양도로 규정하기 때문에 세금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예컨대, 전세 5억원에 세입자가 살고 있는 10억원짜리 집을 자녀에게 증여했다면, 5억원은 증여, 5억원은 양도로 계산된다. 양도소득세와 증여세 모두 과세 금액이 높을수록 세율이 높아지는 누진세여서 분산하면 낮은 세율을 적용받는다. 부모와 자녀가 세금을 나눠 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정부가 올 6월까지 한시적으로 다주택자의 양도세를 낮췄기 때문에 그 안에 부담부 증여를 하면 더 이득이다.

서울 강남의 한 공인중개업소에 매물 전단지들이 붙어있다./조선DB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세무팀장은 “부담부 증여는 집을 남에게 팔지 않으면서 세금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며 “부담부 증여가 늘어난다는 건 집값이 앞으로도 계속 오를 것이라 믿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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