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이 전하는 '봄의 희망' ..마스크의 벽 넘어 가슴으로 느껴요

문학수 선임기자 2020. 3. 29.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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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바이올리니스트 이성주 “연주 통해 위로 나누고파”

중견 바이올리니스트 이성주(65·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사진)가 베토벤 소나타를 연주한다. 4월25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다. 코로나19 사태로 연주회들이 줄줄이 취소되거나 연기되는 상황이어서 “연주회를 예정대로 진행하겠다”는 그의 결심과 발언이 주목된다. 최근 전화로 만난 그는 “많이 고민했다”며 “코로나가 잠잠해질 때까지 가만히 있을 건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대에 올라 ‘힘내자’는 메시지를 전할 건지, 두 가지 사이에서 갈등하다가 후자를 택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후배들, 제자들의 연주회가 줄줄이 취소되면서 우리 음악가들은 이미 마음이 많이 무너진 상태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거의 ‘멘붕’입니다. 상황이 이러니 연주회장에 많은 관객들이 찾아올 거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비록 적은 숫자일지라도, 또 저와 청중이 연주회장에서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는 상황이더라도, 음악을 통해 위로와 희망을 나누고 싶습니다. 그냥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습니다.”

1994년부터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쳐온 그는 생전 처음 겪는 작금의 상황이 “이상하고 어색했다.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당황스러움에 나도 학생들도 쩔쩔맸다”고 말했다. 이제야 정신을 차리고 “영상으로 제자들을 만나고 있다”고 했다. “1주일 전에 영상 강의를 시작했어요. 일종의 화상회의 비슷한 방식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학생이 연주를 하고, 저는 연주를 영상으로 보면서 지도하는 거죠. 사실 미국 뉴욕의 맨해튼 음악학교에서는 오래전부터 이런 방식의 수업을 해왔어요. 바이올리니스트 핀커스 주커만이 이렇게 영상으로 학생을 지도합니다. 덕분에 멀리 떨어져 있는 학생도 가르칠 수 있죠.”

올해를 마지막으로 정년퇴임하는 이성주는 “그렇다고 해서 스승과 제자가 직접 만나는 것만 하겠냐”면서 “나나 학생들이나 빨리 정상화되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라고 했다. ‘그동안 스승을 못 만난 제자들이 이번 연주회에 많이 올 것 같다’고 말을 건네자, “아마도 그럴 것”이라고 답했다.

애초 올해 계획은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10곡)을 연주하는 것이었다.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기념하려는 뜻에서였다. 이성주는 10년 전에도 베토벤 소나타 전곡을 서울 금호아트홀에서 하루에 모두 연주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그는 10년 전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30년 넘게 베토벤 소나타를 공부했는데 이제야 두려움 없이 연주할 수 있게 됐다”고 말한 바 있다. 당시 함께 연주했던 피아니스트는 올리버 케른이었다. 이성주는 독일 피아니스트 케른과 10년 넘게 ‘음악적 파트너’ 관계를 유지해왔고, 올해 연주회도 당연히 케른이 함께한다는 계획이었다.

“아…. 그런데 문제가 생겼어요. 지금 케른은 이탈리아에 있어요. 아내가 이탈리아 사람이거든요. 지난주에도 케른과 통화했는데, 그는 지금 독일로 돌아가지도 못하고 한국에도 못 들어오는 상황이죠. 다행히 아비람 라이케르트가 일정이 맞아 함께 연주하기로 했어요.”

라이케르트는 서울음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이스라엘 출신 피아니스트다. 전곡(10곡)을 모두 연주하려던 애초 계획도 세 곡을 하는 것으로 축소됐다. 이번 무대에서는 1번 D장조, 5번 F장조 ‘봄’, 7번 c단조를 연주한다. 로망스 2번 F장조도 함께 연주한다. 이성주는 “꼭 마스크를 착용하고 와달라”면서 “조용히, 가슴으로 베토벤을 느끼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알려왔습니다> 바이올리니스트 이성주의 매니지먼트사에서 4월 16일 다음과 같이 공연 연기 사실을 알려왔습니다. ‘반드시 공연을 하려고 했으나 반주자 사정에 의해 부득이하게 취소함을 알려드립니다. 기다려주신 분들께 송구합니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는 대로, 다시 대관을 받아 공연을 준비하겠습니다.’ 』

문학수 선임기자 sachi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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