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용·성도 2억 떨어진 급매물.. 강남에 냉기 퍼진다
강남은 4억~5억씩 하락.. 서울 전체 집값 상승도 멈춰
"본격 하락장은 아니다" 반론도
서울 성동구 행당동 '서울숲리버뷰자이' 전용면적 84㎡(34평형)가 최근 14억8000만원에 매물로 나왔다. 이 아파트는 입주한 지 2년이 채 안 되는 데다 단지 규모도 1000가구가 넘어 이 지역 사람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지난해 연말 실(實)거래가가 최고 16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최근 매도 호가(呼價)가 15억원대로 떨어진 데 이어 14억원대 매물까지 나온 것이다. 주변에서 영업 중인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정부 규제로 대출이 막힌 데다 코로나 사태까지 겹쳐 급매물이 나와도 사겠다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에 이어 마·용·성(마포·용산·성동) 부동산 시장에도 냉기가 퍼지고 있다. 직전 고점(高點) 대비 1억원 넘게 떨어진 급매물이 나왔고, 일부 단지에서는 낮은 가격에 거래가 이뤄지기 시작했다.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규제에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더해진 영향으로 해석된다. 이런 와중에 정부는 부동산 보유세로 직결되는 아파트 공시가격을 최근 대폭 인상하며 집을 팔도록 압박하고 있다. 서울 부동산 시장이 대출규제, 코로나, 공시가격 급등이라는 3중 악재 앞에서 휘청거리기 시작한 것이다.
◇멈춰 선 서울 집값
서울 마포구를 대표하는 대단지 아파트 '마포래미안푸르지오'도 최근 84㎡ 중층 매물의 호가가 15억원대 중반까지 떨어졌고, 저층은 14억원대 후반에도 나오기 시작했다. 1월만 해도 같은 면적이 16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성동구 '래미안옥수리버젠'은 이달 4일 14억3000만원에 거래가 성사됐다. 지난달보다 2억원 떨어진 것이다. 지난달은 9층, 이번 달은 2층이 거래됐기 때문에 가격 차이가 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도 2억원은 큰 하락 폭이다. 용산구 이촌동 한가람아파트 84㎡도 작년 11월 17억5000만원이던 실거래가가 이달 16억2500만원으로 떨어졌다.
마·용·성 집값 하락은 강남의 냉기가 확산된 것이다. 정부가 지난 연말 '12·16 부동산 대책'을 통해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을 전면 금지하자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등 재건축 아파트들의 호가가 가장 먼저 빠졌다. 여기에 코로나 사태가 더해지면서 주택 매수 수요가 줄어든 영향으로 잠실동 '리센츠', 서초구 반포동 '반포리체' 등 재건축 대상이 아닌 아파트도 실거래가가 전고점(前高點) 대비 4억~5억원씩 떨어졌다.
집값 하락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23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이달 16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주간 변동률은 보합(0%)을 기록했다. 작년 6월 24일 이후 38주 만에 서울 집값 상승세가 멈춘 것이다. 강남 3구는 0.08~0.12% 내렸고, 다른 지역도 모두 상승 폭이 0.1%를 밑돌았다. 민간 정보업체인 부동산114 통계로도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 아파트값이 1년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6월이 변곡점… 변수는 코로나
공인중개사나 부동산 전문가들은 최근 나온 급매물 중 상당수가 올 6월로 종료되는 다(多)주택자 양도소득세 감면 혜택을 받기 위한 '절세(節稅) 매물'인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연말 12·16 대책을 발표하면서 10년 이상 보유한 주택을 파는 다주택자에 한해 양도세율을 최대 20%포인트 낮춰주고 1주택자에게만 주어지던 '장기보유특별공제'도 적용해 주기로 했다.
부동산 보유세가 늘어나는 점도 집값을 떨어뜨릴 요인으로 꼽힌다. 정부가 올해 시세 9억원 이상 아파트의 공시가격을 21%나 올렸기 때문에 세금이 부담스러운 사람은 보유세 과세 기준일인 6월 1일 전에 집을 팔려고 할 가능성이 높다. 양도세 절세 매물에 보유세 절세 매물까지 더해지는 셈이다. 이처럼 매물은 늘어나는 반면 집을 사려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적은 탓에 KB국민은행이 집계하는 서울 아파트 매수우위지수는 지난주 91.8을 기록하며 약 6개월(23주) 만에 100 밑으로 떨어졌다. 100보다 낮으면 집을 팔려는 사람이 사려는 사람보다 많다는 뜻이다.
김성환 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코로나 사태가 단기적인 경기 하강에 그친다면 부동산 시장은 큰 영향을 안 받겠지만 경기 침체가 장기화·가속화된다면 결국에는 집값도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자영업자가 생계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집을 팔기 시작하면 충격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부동산 시장이 본격적인 하락장(場)에 접어들었다고 속단하기 이르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보통 하락장이 시작되면 집주인들이 경쟁적으로 매도 호가를 낮추는데 최근 상황은 극소수 급매물만 나올 뿐, 호가 경쟁은 일어나지 않고 있어서다. 이상우 인베이드투자자문 대표는 "대다수 실수요자, 투자자들은 아직 집을 팔 생각이 별로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부동산 외에 대체 투자처가 없다는 근원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금리 인하로 늘어난 유동성이 다시 부동산으로 흘러들어가 집값을 오히려 자극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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