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에서 '양말세트'를 판다고?

김설아 기자 2020. 3. 21.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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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리뷰] 변신하는 마트 '무엇까지 팔아봤니?'

Q. 다음 중 가장 불가능한 일은? 

(1) 대형마트에서 중고차 사기 (2) 편의점에서 에르메스 팔찌 사기 (3) 치킨집에서 햄버거 배달하기

불과 몇년 전만 해도 가볍게 답을 찍을 만한 문제지만 요즘은 고민이 좀 필요하다. 세가지 보기 모두가 가능한 일이기 때문. 유통업계 영역파괴가 가속화되면서 ‘본업’이란 의미의 전통적인 영역 구분이 없어진 지 오래다. 돈이 된다 싶으면 일단 만들거나 팔고 보는 게 임자다. 뺏고 뺏기는 유통전쟁.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 속 유통업계는 ‘영역파괴학’이라는 키워드를 만들어냈다.
제삼기획/ 사진=홈페이지 캡처


제삼기획 론칭… 이커머스 시장 진출 


업계에 따르면 최근 고유 영역의 경계를 해체시키는 영역 침범, 이종 업종 간의 합종연횡 등 유통업계 영역 파괴 현상이 ·오프라인을 넘어 확대되고 있다. 경기불황과 오프라인 매장 침체 등으로 연일 매출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걸 해내지 못하면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대표적인 경우가 삼성그룹 계열 광고대행사 제일기획이다. 제일기획은 지난해 12월 소리 소문 없이 ‘제삼기획’이란 쇼핑몰을 열고 이커머스(전자상거래)시장에 진출했다. 아직까진 시험 단계지만 온라인 이커머스를 새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전략. 

일단 ‘아이디어 상품만 판다’는 게 모토다. 3월 현시점 판매 중인 상품은 세가지. ‘팬톤삭스 푸드라인’이란 이름의 양말 세트와 칼로리를 낮춘 악마의 잼 ‘병아리콩 초콩잼’, 냄새 탈취력과 항균력이 입증된 ‘토일렛 퍼퓸 멜리스’ 등이다. 직장인들을 겨냥해 선보인 ‘2020년 ‘존버(버틴다는 의미의 신조어)달력’은 현재 품절됐다. 

밀레니얼·Z세대 소비자들에게 반응이 좋을 만한 외부 상품을 발굴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 이들의 시선을 끌기 위한 재밌는 스토리도 입혔다. 양말세트는 짜장면, 피자, 순댓국 등 즐겨 찾는 음식에서 각각 일곱가지 색을 뽑아냈고 퍼퓸 멜리스는 ‘똥을 쌌는데 꽃이 피더라’라는 콘셉트로 동영상도 함께 제작됐다. 

제일기획은 앞으로도 트렌드에 맞는 상품을 기획해 팔 계획이라고 밝혔다. 홈페이지에서도 “새로운 것에 대한 강박, 압박, 핍박까지 운명이라 여기고 일해온 광고회사, 제일기획의 프로들이 새로운 물건만 파는 상점을 오픈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삼성이 조용히 이커머스시장에 진출하면서 쿠팡, 티몬, 위메프, 이베이코리아 등 가뜩이나 치열한 이커머스시장 경쟁은 한층 더 가열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로선 삼성의 제품군이 작아 영역이 크게 겹친다고 볼 순 없지만 입점 상점이 늘어나고 자리를 잡기 시작하면 대표 이커머스업체를 따라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새로운 진입자가 속속 등장하면서 이커머스 경계선은 날로 허물어지고 있다. LG전자도 지난달 이커머스시장 진출을 공식화했다. 가전제품과 함께 사용하는 식품, 세제 등을 LG 씽큐앱에서 판매하거나 중개하는 신사업을 통해 통신판매 및 전자상거래까지 사업영역을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온라인 장보기… 새 격전지로


신선식품을 중심으로 한 ‘온라인 장보기’도 영역 파괴의 새 격전지로 부상하고 있다. 카카오커머스는 지난달 27일부터 이마트몰과 결별한 뒤 카카오장보기 서비스를 단독 오픈했다. 온라인 장보기 수요가 늘어나면서 신선식품 판매에 회사가 직접 뛰어든 것이다.

카카오장보기는 카카오쇼핑하기와 카카오메이커스, 카카오스타일 등 기존 카카오가 해오던 커머스와는 분리된 개념의 ‘신선 및 푸드 전문’ 몰이다. 카카오톡 어플에서 접속 가능하다. 따로 앱을 깔지 않아도 된다는 접근성이 강점이지만 최근 신선식품 분야의 경쟁이 치열해 차별성을 얼마나 둘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카카오커머스는 ‘빠른 배송’보다는 톡딜을 중심으로 한 ‘특가’ 부분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카카오장보기/사진=홈페이지 캡처
카카오가 신선식품으로 영역을 확장했다면, 신선식품 새벽배송으로 이름을 알린 마켓컬리는 비식품 영역으로 카테고리를 넓히고 있다. 현재 마켓컬리에선 주력인 신선식품 외 미세먼지마스크, 에어프라이어, 가습기, 기저귀 등 일상생활에 관련된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 말 통신판매중개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하고 가전과 가구 부문을 확대하기 위한 준비도 마쳤다. 

마켓컬리가 비식품에 집중하는 것은 성장세 때문이다. 마켓컬리 비식품 부문 매출은 지난해 2018년 대비 246% 성장했다. 이 중 테이블 웨어와 홈데코 제품 증가율이 314%로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어 유아용품(278%), 생필품(257%) 순으로 매출 증가율이 높았다.

업계 관계자는 “신선식품 강자인 마켓컬리가 마트에서 손쉽게 살 수 있는 HMR(가정간편식)을 파는 것만 놓고 봐도 이제는 ‘주력 제품’, ‘주력 콘셉트’란 개념이 사라지고 있다”며 “전문몰로 이름을 알렸다면 그 아이덴티티를 활용해 종합몰로 변신하는 게 당연한 수순”이라고 귀띔했다. 


‘무신사’에서 판 갤럭시 ‘완판’


온라인 패션쇼핑몰인 무신사 역시 전자기기 및 악세시리 등으로 판매 카테고리를 확대하며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와 손잡고 보급형 중저가 휴대폰 갤럭시 M20를 단독 선발매했다. 론칭 직후 무신사 인기제품 랭킹 1위에 오르며 발매 5일 만에 준비된 수량인 1000대가 완판됐다. 
무신사는 단순 카테고리 확장이 아니라 새 카테고리에 기존 패션 장점을 섞어 협업 시너지를 발산하고 있는 게 특징이다. 갤럭시 M20 론칭에선 인기 브랜드 비바스튜디오, 키르시, 크리틱, 마크곤잘레스가 협업해 갤럭시 M20 스페셜 패키지를 제작했다. 일부 상품은 이틀 만에 소진됐다. 무신사는 스토어 내 전체적인 카테고리 확장을 모색하고 있다는 방침. 영역을 넓히면서 지난해 거래액은 9000억원을 돌파했다. 2018년보다 두배 이상 급성장한 수치. 올해 목표액은 1조5000억원이다.


만물상으로… 편의점의 재발견


‘영역파괴’ 현상은 온라인뿐 아니라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가속화되고 있다. 이미 만물상으로 거듭난 ‘편의점’이 대표적이다. 편의점은 생활밀착형 서비스가 더해지면서 택배 배송, 공과급 수납에 이어 응급의약품, 알뜰폰 구매, 화장품, 의류, 명품까지 판매하며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기존 은행, 약국, 휴대폰대리점의 역할을 전국 4만3000여개 편의점이 대신하고 있는 셈이다.
/사진=CU, GS25
이외에도 사진 인화, 프로야구 티켓 구매, 보험 판매, 중고 휴대전화 수거, 세탁물 수거, 항공권 결제, 차량 공유 등도 그간 편의점업계가 시도했던 생활 서비스들이다. 편의점업계 관계자는 “편의점이 소비자의 생활반경과 가장 근접하게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고객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생활 서비스 경쟁을 치열하게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북카페로 변신한 편의점도 등장했다. 서울 시청역에 있는 세븐일레븐 세종대로카페점은 말 그대로 카페처럼 책도 읽을 수 있는 편의점이다. 2층으로 올라가면 명탐정 코난, 원피스 등 다양한 만화책들이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고 신발을 벗고 들어가 책을 읽을 수 있는 벙커도 마련돼 있다. 한 매장 두 가맹점도 눈길을 끈다. 이마트24는 스무디킹과의 협의를 통해 카운터 내 공간에서 스무디킹을 제조·판매할 수 있는 새 가맹 모델을 내놨다. 

식품 프랜차이즈업계도 메뉴 확장에 나서며 서바이벌 전쟁을 선언했다. 교촌치킨은 햄버거 메뉴로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교촌치킨을 운영하는 교촌에프앤비는 지난달 신규 수제 치킨버거 메뉴 ‘교촌리얼치킨버거’를 시범 출시했다. 당초 동탄2 신도시에 위치한 직영점인 동탄2 영천점에서 2개월여간 판매하며 시장성을 테스트한다는 계획이었지만, 기대 이상으로 반응이 좋아 곧 일부 가맹점에서 햄버거 메뉴를 판매할 것으로 알려졌다. 빙수 브랜드 ‘설빙’도 피자 떡볶이에 이어 최근 크림파스타와 생딸기와플을 선보였다.


“텃밭은 없다”… 변신 불가피


이 같은 다양한 변화 시도는 전반적인 경기침체 지속과 레드오션 문제가 주효하다. 성장성이 보인다 싶으면 여기저기서 경쟁자가 나타나 시장이 커지는데 이때 다른 채널에서 제공하지 않는 서비스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오프라인 시장의 경우는 더 심하다. 가격메리트를 앞세운 온라인들의 공세에 오프라인 매장의 변신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매장에 오래 머물수록 매출이 늘어난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이민훈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업체들이 전략적으로 틈새시장을 찾다 보니 업계 간 영역이 겹치게 된 것”이라고 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시장 포화와 경기 침체로 경쟁사에 없는 새로운 것을 내놔야 생존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며 “단순한 가격 경쟁으로 눈길을 끌기 보다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트렌드가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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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설아 기자 sasa7088@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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