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화된 고가아파트 공시가 급등.. "버티자 심리 꺾일 가능성"

허지윤 기자 2020. 3. 18. 14:1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고가주택의 2020년 공시가격을 크게 올리면서 집을 파는 다주택자가 많아질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는 정부의 보유세 인상 기조에도 ‘집값이 오르니 버티자’는 다주택자가 많았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가 커졌고, 예고됐던 보유세의 큰 폭 인상까지 실제로 진행돼 분위기가 바뀔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가 18일 발표한 2020년 1월 1일 기준 공동주택 1383만호의 공시가격안에 따르면 전국 9억원 이상 주택(66만3000호)의 공시가격 인상률은 21.15%다. 공시가격은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의 기준이 된다.

이에 따라 최근 2년간 집값이 크게 오른 서울 강남권과 마포·용산·성동구 아파트 등의 보유세 부담은 매우 커졌다.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의 공시가격 인상률은 각각 25.57%에 달한다. 양천구의 인상률이 18.36%인 것으로 비롯해 송파구 18.45%, 성동구 16.25%, 용산구 14.51%, 마포구 12.31% 등도 많이 올랐다.

부동산업계에서는 보유세 부담에 따른 매도 압박이 1주택자보다는 다주택자에게 더 크게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9억원 이상 고가 아파트를 소유한 1주택자 역시 수백만원대의 보유세 부담이 추가됐지만 실거주라는 점에서 매도 가능성이 작은 반면, 고가 아파트를 2채 이상 소유한 다주택자의 경우 각종 규제의 영향으로 세 부담이 훨씬 커졌기 때문이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전문위원은 "1세대 1주택자의 경우 종합부동산세 세액공제를 통해 실효세율이 낮아지는 반면, 2주택 이상 다주택자(주택임대사업자 미등록)의 경우 고가 아파트 기준 실효세율이 0.7~0.8% 수준에 이르게 된 것이라 다주택자와 전세를 끼고 산 갭투자자들의 세 부담이 훨씬 큰 구조"라고 했다.

올해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84.43㎡)의 공시가격은 작년(11억5200만원)보다 4억원 가량 늘어난 15억9000만원이 됐다. 보유세는 419만8000원에서 610만3000원으로 오른다.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84.99㎡)의 공시가격은 작년 15억400만원에서 21억1800만원으로 올랐다. 보유세 부담도 작년 695만3000원에서 올해 1017만7000원이 된다.

1세대 1주택자라면, 종합부동산세 세액공제 70%를 적용해 래미안대치팰리스 거주자의 종부세 부담은 작년 547만3000원에서 795만7000원이 된다. 약 250만원이 오른 것. 은마아파트 1주택자의 경우 작년 372만9000원에서 540만1000원으로 약 170만원 오른다.

하지만 은마아파트와 래미안대치팰리스 두 채를 가진 사람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번 공시가 인상으로 지난해 3047만여원이던 보유세가 12·16 대책에 따른 규제 적용에 따라 6144만원으로, 3097만원 가량 느는 것이다. 세 부담을 느끼는 다주택자들이 소유했던 집을 매도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작년말 발표한 12·16 부동산 대책에서 3주택 이상 보유자와 조정대상지역 2주택 이상 보유자에 대해 주택분 종합부동산세 세율을 최고 4%로 중과하고, 조정대상지역 2주택 이상 보유자에 대한 세 부담 상한도 200%에서 300%로 올렸다.

부동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오는 6월 전까지 9억원 이상 고가아파트 시장에서 큰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5월 31일까지 주택을 처분하지 못하면 양도세를 더 부담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를 오는 6월까지 한시적으로 유예했기 때문에 보유세 부담에 따른 급매물이 좀 더 나올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서울 성동구 한 공인중개업자도 "5월31일까지 잔금을 치르고 등기 이전을 완료하는 조건으로 집값을 낮춰 거래하려는 사람이 더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매물이 늘면 집값이 내릴 가능성도 커진다. 특히 코로나 19 사태가 발생한 이후 서울 강남에서는 시세보다 가격을 낮춘 급매물이 잇달아 나오면서 집값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던 상황이기도 하다.

함영진 랩장은 "코로나 사태로 인한 경제위기 우려와 구매력 감소로 매입시기를 미루는 사람들이 늘면서 집값이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어 그는 "다만 3월 한국은행의 제로금리 수준(0.75%)의 기준금리 인하조치가 단행된 상태라 투매수준의 급격한 매물 출회 양상으로 전이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채상욱 전문위원은 "커진 보유세 부담, 코로나 사태로 인한 경기 위축 등으로 집값이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당장 급매로 집이 나와도 집값이 더 내릴 때까지 지켜볼 것이란 심리가 커졌다"면서 "가격 조정 심리에 따라 당분간 일부 급매 위주로 거래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보유세 인상의 여파가 중장기적으로 임대료 상승으로 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단기적으로는 보유세 부담 등의 영향으로 집값이 내릴 수 있으나 임대주택의 경우 세후 임대소득이 감소했기 때문에 이를 보상받기 위해 가능한 범위 내에서 임대료를 인상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그럼에도 보유세를 더 올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실효세율 관점에서 이번 공시가격 및 보유세 인상을 보면, 15억원이 넘는 초고가 아파트의 경우에도 1주택자 세액공제 혜택을 줘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에 대한 실효세율이 0.3%에 그친다"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실효세율이 1%에 가깝다는 점을 감안하면 보유세를 더 현실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