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배송물량에..죽음으로 내몰린 쿠팡맨
[경향신문] ㆍ새벽 1·2차 배송 ‘트루돈 시스템’ 도입 후 업무 강도 높아져
ㆍ입사 4주 신입에 1회차 70가구…“말도 안되는 물량 압박감”
ㆍ“코로나19 이전에도 과부하 상태”…사측 “인력 충원 해왔다”

“쿠팡맨은 쿠팡카(배송차량)와 다를 게 없단 생각이 들어요. 차가 망가지면 고치고, 고치다 안되면 폐차하고 새 차를 뽑잖아요. 쿠팡맨도 일하다 다치면 병원 가고, 버티다 안되면 새로운 쿠팡맨으로 물갈이되는 거예요. 부속품인 거죠.”
경기도에서 일하는 3년차 쿠팡맨 ㄱ씨는 최근 새벽 배송을 하다 숨진 비정규직 쿠팡맨 김모씨(46)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 김씨는 입사 4주 만인 지난 12일 경기도 안산시의 한 빌라 4~5층 계단에 쓰러진 채 발견됐다.
동료 쿠팡맨들은 김씨 죽음의 배경에 코로나19로 인한 물량 증가, 일상적으로 과도한 배송물량을 요구하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숨진 김씨는 ‘트루돈(true dawn)’ 시스템에서 새벽 배송을 했다. 트루돈은 지난해 10월쯤 쿠팡의 배송 캠프별로 차츰 도입됐다. 기존 야간조 쿠팡맨은 오후 10시 출근해 다음날 오전 8시 퇴근까지 배송을 마쳤다. 트루돈 시스템에선 오후 10시쯤 캠프로 출근해 싣고 나온 70~100가구 물량을 새벽 3시30분쯤까지 처리한 다음, 다시 캠프에 들른다. 그리고 당일 새벽 배송할 신선 상품을 싣고 나와 2회차 배송한다. 쿠팡맨들은 트루돈이 늘어난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도입된 시스템으로 본다.
쿠팡맨들은 트루돈 도입 후 기존 새벽 배송보다 업무 강도가 높아졌다고 주장한다. 트루돈에선 1·2차 물량을 오전 3시, 오전 7시까지 끝내야 한다는 시간 압박이 강해졌다. 한번 배송을 시작하면 오전 8시까지 자체적으로 배송 스케줄을 조정할 수 있던 과거와 다르다. 2017년 입사한 ㄱ씨는 신입 3개월 동안 하루 종일 70가구에 배달했다. 1인당 평균 110가구 정도에 배송할 때였다. 김씨는 오후 10시부터 이튿날 오전 3시까지 1회차에 약 70가구에 배송한 것으로 전해졌다.
5년차 쿠팡맨 정진영씨는 “김씨가 배정받은 물량은 숙달된 5년차가 박스 찾는 시간, 배송지 헤매는 시간 하나도 허비하지 않고, 단 한순간도 쉬지 않으며 걸어야 배송 가능한 물량”이라며 “신입의 물량으로는 말도 안되는 수치”라고 했다. 조찬호 공공운수노조 공항항만운송본부 조합원은 “(유족들은) 김씨 본인이 사는 아파트에서 배송할 때 화장실이 급했는데 너무 바빠서 집에 못 들렀다고 했다. 제시간에 끝내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감이 컸던 것”이라고 말했다.
쿠팡맨들은 무리하게 물량을 밀어넣는 구조가 변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들은 코로나19 이전에도 과부하 상태였다고 했다. 이들은 2017년 초 1인당 매일 110가구에 배송했다면 코로나19 확산 이후 대구·경북 지역은 150~160가구 이상으로 늘었다. 코로나19 영향을 받기 전에도 1인당 최소 130~140가구 이상 물량을 배송했다.
김씨 죽음 이후 일각에선 택배 무게와 개수를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그러나 배달노동자들은 인력 확충과 노동환경 개선 등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물품을 제한하고 소분해도 결국 다른 노동자가 짐을 나눠 져야 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ㄱ씨는 “물량을 캠프에 쏟아내도록 시스템을 만들어놓고 사람을 갈아 끼우는 게 문제”라며 “사람을 뽑으면 다수가 3개월 이내 퇴사하는 시스템을 만들어놓고 새 사람을 뽑는다”고 했다.
쿠팡 관계자는 “쿠팡맨 개개인의 배송 역량과 지역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 해 업무량을 배정하고 있다”며 “코로나19 확산으로 늘어난 주문량은 쿠팡 플렉스 증원으로 감당해왔다. 코로나19 발생 전인 작년 12월과 현재 쿠팡맨의 평균 배송 가구 수는 큰 차이가 없다”고 했다. 이어 “쿠팡은 (코로나19 이후) 쿠팡 플렉스 인력을 약 3배 더 충원해 늘어난 물량을 처리해왔다”고 했다.
김희진·고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다카이치 총리 “내일 의회 일정 있어 술 마실지 고민”···이 대통령 “제가 전화해볼까요?”
- “내일 스벅” “샌드위치 먹어야징”···국힘 충북도당·거제시장 후보, ‘탱크데이’ 논란에
- ‘빠더너스’ 문상훈은 왜 이 코미디 영화를 ‘콕’ 찍었을까
- 김성식 “스타벅스 탱크데이 행사, 정용진 회장 기획작품 아닌가…양심고백할 때”
- “식탁 위 불로초, 양파 사세요”…일일 쇼호스트 변신 송미령 장관, 평소의 10배 팔았다
- “앗 여기 아닌데” 고속도로 잘못 나가도 돈은 안 나간다···15분 내 재진입 시 기본요금 면제
- 계엄 장성들 ‘반란 혐의’ 줄입건···대통령이 ‘수괴’인 반란, 가능할까
- “머그잔 부수고 불매…” 정용진 신세계회장 사과에도 ‘탱크데이’ 뭇매
- 산소 다녀오던 가족 참변···고속도로 추돌 뒤 차량 화재로 4명 숨져
- [속보] ‘노상원에 비화폰 지급’ 김용현 전 국방장관 1심 징역 3년 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