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 개학연기 땐 대입 일정도 순연해야".. 목소리 커진다

김승환 2020. 3. 16. 19:1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교육계 안팎 '연기론' 대두 / 중대본 "교육부 중심 추가 휴업 논의 / 국가·사회적 파장 감안 숙고 후 결정" / 방역당국 "개학 땐 슈퍼전파지 우려" / 시·도 교육청도 추가 휴업 필요성 강조 / 전문가 "중간·기말고사 늦춰질 상황 / 학생부 준비기간 절대적으로 부족" / 설문결과 학생 36% "수능 연기 필요" / 교육부선 "입시 일정 아직 검토 안 해"
교육당국이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 3차 개학 연기 관련 발표를 17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추가 휴업 시 대입 일정을 순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개학이 무려 한 달 이상 늦춰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중간·기말고사 일정이 미뤄질 수밖에 없어 학생·학부모 입장에서 당장 수시 등 대입 준비가 촉박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교육부가 개학을 더 연기할지 고민하고 있다. 확진자 증가세가 꺾이긴 했지만 지역사회 감염 유행 양상이 나타면서 23일 개학은 시기상조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개학을 추가 연기하면 대구지역에 맞춰 2주 더 연기할 가능성이 높아 사상 초유의 '4월 개학'이 현실화할 것으로 보인다. 뉴스1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1총괄조정관은 16일 정례브리핑에서 “개학 연기와 관련해 교육부 중심으로 추가 논의가 진행 중”이라며 “국가·사회적 영향이 큰 사안이라 교육부 등 핵심부처의 집중검토와 중대본 논의를 통해 결정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17일 오전 중대본 정례브리핑이나 오후 교육부 주관 브리핑을 통해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개학연기 관련 내용을 발표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영향으로 학교 개학 시점을 지난 9일로 1차 연기한 데 이어 오는 23일로 2주 추가로 연장한 바 있다.

방역당국은 3차 개학 연기가 현 시점에서 불가피하다는 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산발적 집단감염이 잇따르는 상황에서 학교가 ‘슈퍼전파지’가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김 총괄조정관은 “학생은 비교적 코로나19 치명률이 낮은 상황이지만, 이 학생들이 집이나 지역사회로 돌아갔을 때 고령 주민이 많은 지역사회에서 감염을 확산시킬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시·도교육청도 추가 개학연기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이날 본인 페이스북을 통해 “국가적으로 선포한 ‘심각’ 단계에서 자칫 집단감염 가능성이 있는 학교의 문을 연다는 것은 아주 위험스러운 일”이라며 “적어도 2주 이상 더 휴업을 연장할 것을 건의한다”고 밝혔다.

현재 19세 이하 확진자는 조금씩 증가 추세를 보이는 중이다. 방역당국 공식 집계상 이날 0시 기준으로 국내 19세 이하 확진자는 517명이다. 전날(510명)보다 7명 늘었다. 0∼9세는 85명, 10∼19세 432명이다.

이런 상황 때문에 3차 개학 연기가 단행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 교육계 안팎에선 2주 추가 휴업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 경우 전국 학교 개학일은 오는 4월6일로 늦춰지게 된다. 김승환 전북교육감은 이날 확대간부회의에서 이런 상황을 감안해 “정부가 조만간 3차 개학연기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추가 개학연기에 대비해 교육과정 운영을 비롯해 생활기록부 기재, 시험 등의 평가, 내신 등 학사일정 전반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사상 초유의 ‘4월 개학’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교육계에선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포함한 대입 일정을 순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당장 개학 연기로 중간·기말고사가 예년 대비 1∼2주 늦춰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수시 전형에 큰 영향 미치는 학생부 준비 기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학교 진도를 감안하면 4월 말∼5월 초로 예정된 중간고사가 5월 중순 이후로 미뤄야 하고 기말고사도 자연스레 7월 말로 순연될 것”이라면서 “학생부 마감일인 8월 말을 기준으로 보면 학생부를 기록하고 점검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분석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자료에 따르면 학생부 마감일은 8월31일, 수시모집 원서접수는 9월 7∼11일, 수능시험은 11월 19일이다.

지난 두 차례 개학연기로 보름 이상 줄어드는 여름방학 또한 수험생 부담을 키우는 요인이기에 수능 연기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교육부가 최근 마련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평일 기준 15일(3주일) 이내 휴업하는 경우 학교들은 여름·겨울방학을 줄여 법정 수업일수(유치원 180일, 초중고 190일)를 맞추도록 하고 있다. 허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수시를 준비하는 수험생은 여름방학 동안 수능에 대한 투자도 함께 해야 하기에 짧아진 방학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며 “교육부가 수능 등 대입 일정을 순연하면 이런 문제가 완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고등학생들 사이에서도 수능 연기가 필요하단 의견이 나온다. 고등학생 1∼3학년 3명 중 1명이 수능을 연기해야 한다고 본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최근 나왔다. 이날 진학사가 공개한 고등학생 1∼3학년 회원 233명 대상으로 벌인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6·9월 학국교육과정평가원 주관으로 진행되는 모의평가와 수능을 연기해야 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36.1%(84명)로 나타났다. 또 이들 중 76.8%(179명)은 ‘코로나19 탓에 학업계획에 차질이 있다’고 답했다.
대학 비대면 온라인 강의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16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에서 비대면·온라인 강의가 진행되고 있다. 이날부터 전국의 주요 대학이 온라인 강의로 봄 학기를 시작했다. 연세대 제공
이런 입시전문가·학생 의견과 별개로 교육부는 현재 논의 중인 3차 개학 연기와 관련해 수능 등 대입 일정 연기에 대해선 논의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수능 연기 등 대입 일정에 대해선 이번에 검토하지 않고 있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실제 그간 수능이 긴급 연기된 경우는 포항지진이 있었던 2017년이 유일하다. 그밖에 2005년, 2010년 각각 에이펙(아태경제공동체)와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때문에 수능이 일주일 밀린 바 있다. 다만 당시엔 연초에 연기 계획을 발표한 터라 혼란이 없었다.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