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꾸는 꿈, 그 꿈들을 기록으로 남긴다면..

정승욱 2020. 3. 12.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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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해욱 시인의 장편소설 '해몽전파사'
신해욱 작가는 소설에서 “꿈을 글감으로 삼는 대신, 꿈을 꿈으로서 존중하며 이쪽 세계로 옮겨와 다른 이들과 공유하고 싶었다”고 소개했다.
정제된 언어와 독창적인 시세계로 사랑받아온 젊은 시인 신해욱이 처음으로 장편소설을 선보였다. 세계일보 신춘문예(시)를 통해 등단한 이래 20여년 만이다.
‘해몽전파사’(창비)라는 제목의 소설은 미스터리하면서도 형형색색 꿈의 이미지를 고스란히 언어로 옮겨놓은 것 같다. 꿈을 교환하고 공유하고픈, 그래서 그들을 보듬어 주고픈 이들의 내밀한 속내를 담았다. 작가는 지난 12일 기자와 전화인터뷰에서도 “온통 꿈 이야기를 내고 싶었다. 버스를 타고 지나다 왕십리 거리에 내걸린 간판 ‘해몽전업사’를 보고 퍼뜩 떠올랐다. 가상 공간을 만들어서라도 꿈을 모아 꿈을 서로 공감하고 싶었다”고 했다. 소설의 제목은 그렇게 해서 정해졌다.
누구나 꿈을 꾼다. 기억하지 못할 뿐 꿈이 없는 밤은 없다. 그 꿈들을 모두 기록으로 남긴다면, 날짜와 시간을 적어서, 위도와 경도를 붙여서, 꿈의 지표면으로 이루어진 다른 지구, 꿈의 대륙, 꿈의 절해고도, 꿈의 등고선, 꿈의 해안선….

소설 속 주인공 즉, 소설에서 꿈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은 신선생, 흑진주, 설아씨, 삼월씨다. 꿈의 동료들이다. 이들은 각자 꿈을 꾸다가, 각자 삶에 영향을 받으면서 새 꿈을 꾼다. 꿈 이야기를 나누는 행위에는 전파력 또는 감염력이 있다. 꿈 이야기와 삶의 이야기를 공유하면서 그것을 재료로 꿈꾸기를 지속한다. 꿈에는 아름다운 것, 추한 것, 공포스러운, 부끄러운 것 등 형형색색이다.

해몽전파사에 모인 사람들은 거의 여성이다. 이들은 심각하거나 가벼운 병에 연루되어 있다. 흑진주는 유방암 판정을 받았고, 신선생은 독감에 취약하고, 설아씨는 어머니가 뇌졸중으로 쓰러졌다. 해몽전파사에서 키우는 알로카시아에는 응애가 끓는다. 응애는 아기의 울음이다. 모두 적절한 의료적 개입과 건강 회복이 필요한 연약한 생물체들이다. 유모차의 아기는 이목구비가 얼굴 한가운데로 쏠려 함몰하는 클라인씨 병을 앓는다. 모두가 약지와 중지가 달라붙은 나나핑거 병에 걸렸다. 굴다리 아래 아이들은 입에 하얀 거품을 물고 쓰러졌는데, 그것의 병명은 구강탁본이다. 작가의 독백이다. “청색증은 꿈속의 풍토병이다. 그런 병이라면 기꺼이 감염되기 위해서라도 나는 언젠가 네 꿈의 영토에 잠입해야만 하겠다.”

병은 불안과 염려를 야기한다. 또는 불안과 염려의 보다 깊숙한 원인이 병을 외피로 하여 꿈에 등장한다. 그렇지만 염려 위에 한 겹 더 짜인 정서는 의욕이다. 의욕은 나은 미래를 꿈꾸는 경쾌한 마음이다.

신 작가는 2017년 봄, 서울 문래동에 있는 재미공작소에서 강독회 제안을 받았다고 했다. 소설책 한 권을 놓고 참석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그램이었다. 처음엔 나쓰메 소세키의 ‘몽십야’를 염두에 두었는데, 이참에 직접 기록한 꿈 일기를 읽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고 소개했다. 작가는 “친구 세 사람에게 공동작업을 하자고 연락을 했고, 나를 포함한 네 명의 꿈을 모아 부랴부랴 책을 만들었다. 그 모임으로부터 해몽전파사가 출발했다”고 소개했다.

작가는 “웹 소설 ‘문학 3’에서 연재 제안을 받았을 땐 꿈만 줄줄이 늘어놓을 생각이었다. 막연히 나는 꿈을 모으고 정리하는 작업을 이어가고 싶었다. 오랫동안 꿈 일기를 써왔고 몇몇 꿈은 내 시의 모티프가 되었지만 그것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았다”면서 “꿈을 글감으로 삼는 대신, 이쪽 세계로 옮겨와 다른 이들과 공유하고 싶었다”고 했다. 작가는 “아직 954개의 꿈을 더 모아야 하니 목표까지는 한참 멀었다”고 했다.

휴대전화를 통해 기자에게 들려온 작가의 목소리는 여느 여성과 달리 다소 질박했다. 꿈을 통해 이웃과 공감하고, 꿈을 통해 사회와 소통하고 싶은 소박한 마음씨의 소유자가 분명했다. 결코 남의 뒤통수를 치지 않는, 순수하고 열정어린 여린 마음을 사회와 주변에 전하고 싶다는 목소리였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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