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걸린 줄도 몰랐는데..알고보니 내가 '숨은 감염원'?

백지수 기자 2020. 3. 12.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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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콜센터에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90명으로 늘어난 11일 콜센터가 위치한 서울 코리아빌딩 앞 버스정류장에서 구로구시설관리공단 관계자들이 방역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전국적으로 최초 감염원을 알 수 없는 코로나19 집단 감염 사례가 늘고 있다. 확인되지 않은 감염자들이 곳곳에 있는 상황이 이미 오래됐기 때문이란 관측이 나온다.

불특정 다수의 '미확진 감염자'들이 가벼운 증세를 앓다가 자신의 면역력으로 낫는 사이 다른 곳에 바이러스를 전파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12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전날 0시 기준 코로나19 확진 환자 수는 7755명으로 누적 집계됐다. 이중 60.7%는 신천지 관련 확진자이고 20.1%는 신천지 외 집단감염 사례다. 산발적으로 발생한 확진환자 비율은 19.2%다.

집단감염 사례들 중 최초 감염원이 뚜렷하지 않은 사례들이 여럿 있다. 서울에선 △구로구 콜센터(11일 오후까지 96명) △은평성모병원(14명) △성동구 주상복합아파트(12명) 등의 사례가 최초 감염원 추적이 미스터리다.

국내 코로나19 2차 확산의 시발점이 된 신천지도 최초 확진자만 있을 뿐 최초 감염원과의 상관관계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다. 경북 청도 대남병원 장례식장에 최초 감염원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현 시점에서는 추정만 가능하다.

이외에도 곳곳에서 최초 감염 경로가 미궁에 빠진 사례들이 잇따른다. 100명 가까운 연관 확진자가 발생한 충남 천안의 줌바댄스 워크숍도 아직 최초 감염 경로가 모호하다. 13명이 확진 판정 받은 경기 성남 분당 제생병원도 병원 내 첫 확진자(74세·남)와 동선이 겹친 또 다른 확진자(77세·여) 중 1명이 최초 감염자였을 것이라는 추정만 나온다.

시골 작은 마을인 충북 괴산군 장연면 오가·거문마을(오가리)의 집단 감염 사례도 '미스터리'로 꼽힌다. 이곳에서는 지난 4~8일 닷새 동안 코로나19 확진자가 10명 확인됐다.

대부분 노인인 이들 확진자들 중 7명은 지난달 24일 마을 경로당에서 함께 식사했다. 대구나 청주 등 다른 지역에 사는 확진자 자녀들이 전파자로 추정됐지만 자녀들은 모두 코로나19 검사에서는 음성 판정을 받았다.
모르는 새 코로나19 감염…최초 감염원들 이미 완치했을 가능성
지난 10일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코리아빌딩 한 보험사 콜센터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집단으로 발생해 건물 폐쇄 안내문이 입구에 붙어 있다. /사진=김창현 기자
지역사회 전파가 시작된지 한 달 남짓 된 만큼 최초 감염원이 미궁에 빠진 사례가 늘어나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코로나19에 감염됐더라도 증상이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경미한 사람들이 일상이나 공공장소에서 불특정 다수에게 퍼트리는 일들이 비일비재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현 시점에서는 최초 감염원을 찾아내는 것보다 확산 방지에 노력을 더 기울이는 것이 방역에 적합하다고도 조언한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머니투데이와 통화에서 "지역사회에 '확진자' 통계에 잡히지 않는 환자가 존재한지 오래이기 때문"이라며 "코로나19처럼 감염 초기 바이러스 배출량이 많고 전염력이 높은 질환은 본인이 감염됐다는 것도 인지하지 못한 상태로 타인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호흡기바이러스성 감염은 인체 면역력으로 낫기에 병원에서도 면역 과정에 몸이 버틸 수 있게 하는 처치를 한다"며 "경미한 증상인 환자들은 본인도 모르는 새 그냥 낫기도 한다"고 말했다.

구로 콜센터 사례 역학조사 과정에서 서울시가 신천지와 연관 가능성을 찾다가 혼란에 빠진 것도 이 때문일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최초 확진자가 등장한 뒤 검사를 받았을 때 이미 코로나19에 걸렸다 완치돼 검사 반응이 '음성'으로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전날 보건당국은 구로 콜센터 종사자 중 신천지 신도 5명을 확인했지만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들이 코로나19 감염 이력이 있는지 없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이들 외 제3의 '미확인 감염자'가 이미 완치했을 가능성도 적잖다.

보건당국에서도 이같은 상황을 인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질병관리본부 한 역학조사관은 "전국 31번 확진자 발견 전까지는 사례마다 감염원 찾는 것이 의미가 있었지만 방역단계가 '심각' 단계에 접어든 후로는 최초 감염경로를 찾는 것이 무의하다"며 "이제 더 전파되지 않는 데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무증상 전파' 뇌관 대중교통
구로구 신도림동 콜센터에서 발생한 '코로나19' 확진자가 90명으로 늘어난 11일 오전 서울 신도림역에서 시민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
코로나19 미확진 상태의 '무증상 감염자'들의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이 늘면서 출퇴근길 버스나 지하철, 택시 등 대중교통이 뇌관으로 떠오른다. 무증상 감염자들의 불특정 다수 접촉자들이 본인은 증상이 없더라도 역학적 연결고리가 모호한 집단 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도 전날 브리핑에서 "(대중교통에서) 접촉자를 가려내기는 사실상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백재중 녹색병원 호흡기내과 과장도 통화에서 "야외 길에서 옆사람과 스쳐지나가는 것만으로 옮길 확률은 낮지만 대중교통 내 감염은 중국 등 외국에서 확인된 사례"라며 "중국에서는 4.5미터 떨어져 앉은 사람이 옮았다는 사례도 확인된다"고 말했다.

출퇴근길 콩나물시루 같은 만원 버스나 만원 지하철 등은 물론이고 택시에서도 불특정 다수의 감염이 있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타인의 비말과 직접 닿지 않더라도 밀집되고 밀폐된 공간에서 손잡이나 문고리 등에 남은 바이러스가 손을 타고 전파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집단감염이 일어난 구로 콜센터 사무실도 이용자 수가 많은 지하철 1·2호선 환승역 신도림역 근처에 위치했다. 콜센터 확진자들이 신천지 등 그간 주목해 온 주요 감염 경로가 아닌 대중교통을 통해 옮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콜센터 내 '미확진자'들이 대중교통에서 감염됐다 낫는 사이 다른 감염을 발생시키는 연쇄 감염이 발생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백 과장은 "이 신천지 외에도 중국이나 이탈리아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사람들이 모르는 사이에 감염 집단과 파생 감염 집단을 만들 수 있다"며 "전세계에서 코로나19가 평정되기 전까지는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특히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는 가능한 떨어져 앉고 집에 가서 손을 씻기 전까지는 절대 얼굴이나 입에 대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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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지수 기자 100jsb@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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