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 상당수 1호선 출퇴근..'슈퍼전파지' 우려

오상도 2020. 3. 11.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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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 콜센터 직원들 동선 / 9만명 오가는 신도림역 인근 위치 / 의정부 거주자 구간 31개 달해 / 자택 인근 식당·미용실 등 이용 / 지자체, 머문 장소 긴급 방역 / 동선 지역 상가들 불안 휩싸여
10일 오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한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콜센터 인근의 서울지하철 1호선 구로역 승강장에서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다. 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무더기로 발생한 서울 구로구 손해보험사 콜센터가 수도권의 ‘코로나19 슈퍼전파지’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콜센터 직원인 확진자들의 거주지가 서울을 비롯해 인천, 경기지역에 두루 분포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인천·경기지역 거주자 대부분이 서울 직장까지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대형마트 등 다중이용시설을 자주 방문한 것으로 확인돼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초비상이 걸렸다. 콜센터가 입주한 코리아빌딩은 하루 평균 수송인원이 9만여명에 달하는 신도림역 인근에 위치해 있다.
10일 수도권 지자체와 방역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기준 콜센터와 관련 인천·경기지역 확진자는 28명에 이른다. 이 중 경기 의정부시와 인천 부평구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동선에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의정부시의 첫 코로나19 양성 판정자로 기록된 A(51·여)씨는 지난 6일 오후 퇴근 뒤 구로역에서 지하철 1호선을 타고 회룡역까지 이동한 뒤 마을버스를 타고 신곡동 집으로 귀가했다. 지하철 1호선의 구로역∼회룡역 구간은 역만 31개에 달한다. 그는 주말에 남편과 인근 부대찌개 식당에서 식사를 하거나 근처 상가에서 쇼핑을 즐겼다. 집 근처 미용실도 방문했다.
A씨가 회사로부터 확진자와 접촉했다는 통보를 받은 건 일요일인 8일 오후 6시쯤이었다. 이어 9일 오후 2시 의정부성모병원에서 검사를 받은 뒤 약국에 들렀고, 다시 마을버스를 타고 집에 가는 길에 음식점을 방문했다. A씨와 남편은 현재 자택 격리 상태다. 이들은 발열 등 가벼운 증상만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정부시는 A씨의 이동 경로를 따라 1차 방역을 마치고 해당 상점 등을 일시 폐쇄한 상태다. 의정부시는 시내 거주자 중 구로 콜센터 직원이 한 명 더 있는 것으로 확인돼 감염 여부를 검사하고 있다.
10일 오전 서울 구로구 코리아빌딩 앞에 마련된 선별진료소에서 입주자들이 코로나19(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검진을 받고 있다. 뉴스1
경기 김포에서 파악된 49세 여성 확진자는 풍무동 한 아파트에서 서울로 김포도시철도(김포골드라인)와 서울지하철 2·5호선을 이용해 출퇴근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달 2일에는 직장 근처에서 저녁 식사를 하고 3·5·9일에는 자택 인근 이마트트레이더스 노브랜드, 제과점, 약국, 반찬가게를 잇따라 이용했다. 김포시는 이 여성이 머물렀던 장소를 폐쇄 조치하고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인천에선 집단 감염된 콜센터 직원과 직원의 접촉자 등 14명이 대형마트나 지하상가, 전통시장을 이용한 것으로 확인돼 당국이 긴급방역에 나섰다.
구로구시설관리공단 관계자들이 10일 오전 신도림 코리아빌딩 관련 코로나19 확진자 동선으로 확인된 서울 지하철 1호선 구로역에서 방역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평구에 거주하는 B(44·여)씨는 7일 오후 부평역지하상가를 방문했다. 그는 당일 산곡4동 자택에서 부평역지하상가로 이동한 뒤 30∼40분가량 머물렀다. 또 다른 확진자인 부평구 거주자 C(51·여)씨도 확진 판정을 받기 전인 6일 오후 롯데마트 부평역점을 이용했다. 그는 회사를 나와 구로역과 부평역을 거쳐 롯데마트에 들러 15분가량 쇼핑한 뒤 부평5동 자택으로 귀가했다.
부평구 부개2동 거주자인 D(26·여)씨도 7일 오후 헬스·뷰티 관련 상품 매장인 롭스 부평점에서 30분 정도 머물렀다. 서구 가좌1동에 거주하는 또 다른 확진자는 8일 오후 서구 가좌시장을 방문했다.
10일 오전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무더기로 발생한 서울 구로구 코리아빌딩에 마련된 선별진료소에서 구로구보건소 관계자가 진료를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밖에 연수구에 사는 50대 남성 확진자는 7일 오후 코스트코 송도점, 9일 오후에는 홈플러스 송도점을 방문했다. 해당 지자체들은 역학조사를 통해 이들의 동선을 파악하는 동시에 방문 시설을 대상으로 방역소독을 진행 중이다.

지역 의료계에선 코로나19의 수도권 확산을 경계하면서도 과도한 공포감에 사로잡히거나 구로 콜센터 확진자에 대한 비난이 커지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훈재 인하대 의대 교수는 “콜센터 확진자 두 명을 역학조사했다”며 “이분들은 콜센터 안에선 통화잡음 탓에 마스크를 벗을 수밖에 없었지만 외부에선 철저히 (마스크를) 착용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역사회 전파를 예의주시해야 하지만 밀접접촉자에 대한 비말 감염 외에 지하철, 마트 등에서 불특정 다수에게 옮길 가능성은 낮다”면서 “콜센터 확진자들은 뚜렷한 증상이나 고의성이 없었기에 이들에 대해 비난은 삼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기지역 지자체 관계자도 “확진자가 다녀간 시설이라도 방역을 충분히 하고 환기를 하면 영업을 바로 재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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