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괴사고 또 재현하나'..사각지대 놓인 건설 현장 감리원

전형민 기자 2020. 3. 8.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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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 B, C씨와 함께 지난 2013년 8월부터 2017년 10월까지로 예정됐던 총액 330억원대 한 공공공사의 현장 감리를 맡았다.

공공공사에서 감리원의 보수는 '건설기술진흥법'에 따라 건설사업관리 대가 기준으로 '실비정액가산방식'이 도입·운영되고 있는데, 정작 공공공사 예산편성은 '공사비요율방식'을 적용해 시설물, 사업기간 등에 따라 유불리 현상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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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기간 늘어도 추가 노무비 없는 '총액계약' 문제
국토부 "지난해 연구용역..기재부와 협의 시작"
© News1 오장환 기자

(서울=뉴스1) 전형민 기자 = #1. A씨는 10년 넘는 경력을 보유한 베테랑 공사현장 감리원이다. 동료 B, C씨와 함께 지난 2013년 8월부터 2017년 10월까지로 예정됐던 총액 330억원대 한 공공공사의 현장 감리를 맡았다. 그러나 공사는 설계변경 등을 이유로 공사기간이 2개월여 연장됐고, 3명으로 시작한 현장 감리원은 예산을 이유로 1명으로 줄었다. 결국 A씨는 셋이 하던 업무를 혼자 떠맡았지만, 일자리를 잃지 않은 것에 만족하며 최종 준공 시까지 2달을 고된 일에 시달려야 했다.

#2. 지난 2017년 경기도 용인의 한 물류센터 공사현장에서 흙막이 임시시설이 해체 중 붕괴해 근로자 1명이 사망하고 5명이 상처를 입었다. 피해 추정 금액은 약 68억원이었다. 사고는 토목감리원이 배치되지 않으면서 흙막이 해체 시공 관련 공정계획과 구조계획에 기술적인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사고 현장은 애초 공사기간이었던 15개월로 계약된 감리계약이 공사기간이 22개월로 연장됐음에도 예산을 이유로 연장되지 않으면서, 토목감리원 대신 타공종 감리원이 겸직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2017년 10월 23일 오전 10시 30분쯤 용인시 한 물류센터 신축 건설현장에서 옹벽이 무너져 처참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News1 구윤성 기자

◇의무·책임 늘었지만…격무 시달리는 감리원 공공공사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현장 감리원의 책임과 의무가 늘었지만, 처우는 여전히 열악해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8일 드러났다.

건설 현장의 감리원은 감리 기술 등을 보유해 공사 현장에서 발주처와 시공사 간의 계약이 적확하게 이행되고 있는지를 관리·감독하는 사람이다.

건설업계에게서는 공공공사의 예산 중 감리 용역이 '총액 계약'으로 진행되는 점을 문제로 꼽았다. 금액이 초기 계약에 고정된 상태에서 공기가 늘어나니 결국 예산에 맞춰 투입 인원을 조정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주장이다.

한국건설기술관리협회는 "'물량의 증가가 없는 공사기간 연장 시에는 예산 증액이 불가능하다'라고 적힌 기획재정부의 '총사업비 관리지침'을 바꿔야 한다"라고 했다.

공공공사에서 감리원의 보수는 '건설기술진흥법'에 따라 건설사업관리 대가 기준으로 '실비정액가산방식'이 도입·운영되고 있는데, 정작 공공공사 예산편성은 '공사비요율방식'을 적용해 시설물, 사업기간 등에 따라 유불리 현상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1월 제주 제주시 노형동의 한 아파트 공사장 11층에서 외벽 거푸집이 붕괴해 근로자 1명이 사망했다.(제주소방서 제공) © News1

◇국토부 "지난해 연구용역…기재부와 논의 시작" 실제로 건설 분야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6월 최종보고를 받은 '건설사업관리 대가 기준 개선방안 마련 연구' 용역에도 비슷한 문제점을 언급했다.

보고서는 "현행 실비정산가산방식으로 인해 발주청이 예산에 맞추어 건설기술자를 축소 배치해 건설사업관리를 운영함으로써 배치인원 부족과 업무 과중으로 관리부실과 안전사고 증가의 우려가 있다"고 했다.

보고서는 기재부의 예산편성 지침상 요율표가 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존의 요율 방식은 동일 공사 금액에 공사 기간이 다른 경우 탄력적 적용이 어렵기 때문에, 요율 방식을 실비방식으로 변경하는 것이 적정하다는 설명이다.

한편 국토부는 이러한 연구용역을 토대로 기재부와 협의를 벌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난해 연구용역 결과를 토대로 용역 기간을 고려한 대가산정방안을 마련해 최근 기재부와 협의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특히 "건설기술진흥법 제39조2는 건설사업관리계획을 지출하게 해서 기간별에 따라 적정인원을 배치하도록 하고 있다"며 "이 부분을 기본으로 기재부와 논의를 이어가겠다"고 덧붙였다.

법무법인 은율의 장혁순 변호사는 "노무 대가가 실비로 지급돼야 하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라면서도 "2018년 대법원판결로 장기계속방식의 공사에서 추가 노무비를 인정해주지 않는 취지의 판결이 나오면서 관련 제도 정비가 늦어지는 모양새"라고 지적했다.

maveric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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