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스페셜] 몽글몽글한 바다의 맛, 강릉 초당순두부

이세영 2020. 3. 5.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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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연합뉴스) 이세영 기자 = 첫맛은 다소 밍밍하지만 먹을수록 깊고 오묘하다. 강릉 경포호 남쪽에 있는 초당순두부 마을은 4계절 내내 손님들로 장사진을 이룬다.

강릉의 아침을 가장 먼저 깨우는 곳도 순두부마을이다. 이곳에서 가업을 대대로 이어 15년째 새벽마다 두부를 만드는 초당두부보존회 김규태(47) 사무국장을 만났다.

김씨가 일어나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밤새 불려 놓았던 콩을 갈고 콩물을 빼는 일이다. 콩을 갈 때 생기는 콩물의 양이 엄청나게 많다. 곱게 간 콩에 뜨거운 물을 부어 콩물을 내리는 일이 만만치 않다.

핵심은 두부가 속 빈 강정처럼 되지 않게 하기 위해 끓이는 중에 계속 거품을 걷어내야 한다.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다.

이 동네 이름이 초당인 것도 여러가지 설이 있다. 조선시대 문필가 남매인 허균과 허난설헌의 아버지인 허엽이 강릉 부사로 부임한 후 처음으로 바닷물로 두부를 만들어 이곳이 그의 호를 따라 초당(草堂)이 됐다는 것이다.

다른 한 가지는 6·25전쟁 직후 좌·우파 대립으로 인해 이 지역 많은 장정이 몰살당해 여성들이 먹고살 길이 막막해 두부를 만들어 내다 파는 집이 많아져 초당두부라고 불렸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농사짓기 어려운 강릉의 지리적 환경에서도 콩은 잘 자라는 곡물이었기에 청정한 바닷물과 결합한 두부야말로 이들의 생계이며 운명이었을 것이다.

두부의 기원은 중국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학자들이 보는 두부 탄생에는 세 가지 학설이 있다.

BC 640여년 전에 중국 북구 지역인 회남 왕 류안이 불로장생의 비밀을 찾던 중 콩으로 두부를 만들었다는 설과 쓰촨성의 한 여성이 우연히 콩을 끓이던 중 바닷소금을 쏟아서 탄생하였다는 설이 그것이다. 마지막으로 고대 몽골인들의 치즈 만드는 것을 보고 중국인들이 따라 하다 두부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두부가 한국에 전해진 것 역시 정확한 연대를 알 수 없다. 고려시대 승가를 통해 전해졌다는 설이 있고 고려 말 '목은집'에 두부 관련 기록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 이 시기 중국을 지배하던 원나라로부터 전해졌다는 추정도 있다.

초당두부보존회는 이러한 내용의 두부 관련 학술자료를 수집해 전시하고 강릉시와 함께 '몽글몽글 초당두부 페스티벌'이라는 축제도 개최하는 등 초당두부 알리기에 힘쓰고 있다.

김규태 사무국장은 제작진에게 초당순두부 제조과정의 전 공정을 공개했다. 콩물에 간수를 부어 '초(初)'두부를 만드는데 이것이 그릇에 담으면 순두부가 된다.

그 순두부를 나무틀에 채워 넣고 누른 것이 시중에서 볼 수 있는 모두부다.

초당두부마을은 평창동계올림픽 전후로 더욱 업그레이드 된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정성과 인내는 기본이며 맛은 오랜 기다림에 대한 확실한 행복일 것이다.

s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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