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초점] '방법' 하고 '역살' 날리고..작가 연상호 드라마에 빠지다

장아름 기자 2020. 3. 4.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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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 뉴스1

(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속는 셈 치고 1화만 보세요." (연상호 작가)

"흐름상 1부 보시는 분들은 2부를 안 보실 수 없고, 다음 회를 보게 하는 긴장감이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성동일)

'방법' 하고 '역살'을 날리는, 감독 연상호의 영화가 아닌 작가 연상호의 기이한 드라마. tvN 월화드라마 '방법'은 1000만 영화 '부산행'을 연출했던 연상호 감독의 드라마 작가 데뷔작이라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모았다. 드라마 방송 전 제작발표회 당시 주연배우 성동일도 "흐름상 1부 보시는 분들은 2부를 안 보실 수 없고, 다음 회를 보게 하는 긴장감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거나, "사랑과 가족사가 아닌 누구도 상상 못한 오컬트 장르"라고 자신했던 작품은 2.5%(이하 닐슨코리아 전국 유료방송가구 기준)로 시작해 지난 3일 8회 방송이 첫 방송의 두 배되는 수치인 5.0%의 자체최고시청률을 경신했다.

연상호 감독은 당초 "속는 셈 치고 1회만 보시라"면서 "목표 시청률은 3%다. 3%가 넘으면 시즌2 가겠다"고 공약하면서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연상호 감독의 자신감 넘치던 발언처럼, 실제로 3회부터 시청률 3%대에 진입했고 5회부터 8회까지 연이어 시청률 상승세를 탔다. 8회가 자체최고시청률을 경신할 수 있었던 데는 임진희(엄지원 분)와 백소진(정지소 분)이 무당 진경(조민수 분)에게 마침내 정체를 들키고, 임진희가 납치되면서 위기가 절정에 이른 가운데 백소진의 통괘한 반격이 있을 것이라는 시청자들의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8회는 시청자들의 그런 기대를 충족시킨 한회였다. 이날 방송에서 백소진은 진경을 서울의 신도림 역으로 유인해내고, '방법'을 직접 시도하면서 예상 밖 반격과 전개로 시청자들을 통쾌하게 했다. 백소진이 진경을 향한 방법을 성공시키는 과정 자체도 이전 드라마에서 볼 수 없는 볼거리를 보여주면서 큰 화제도 낳았다. 각자 지하철 다른 칸에 탄 백소진과 진경. 진경은 사람이 많은 지하철에서 혼란을 느끼며 빨간 후드티를 입은 백소진을 찾았고, 사람들 사이에 숨어있던 백소진은 진경의 손가락 하나를 잡았다. 그리고는 “내가 물건으로만 방법하는 줄 알았지?"라고 말하며 섬뜩한 표정으로 방법을 시작했다.

백소진에게 손가락을 잡힌 그 순간 진경의 몸이 뻣뻣하게 굳으면서 사지가 뒤틀리기 시작했다. 백소진은 "이렇게 기운이 약하신 데 왜 그런 무모한 짓을 하셨을까?"라며 비웃음을 머금은 채 싸늘하게 말했고, 눈동자가 뒤집힌 채 피 눈물까지 흘리며 온몸을 비틀어 처참한 최후를 맞이한 진경의 비주얼에 시청자들은 충격을 금치 못했다. 앞서 김용완 감독이 "오컬트, 굿이나 이런 부분에 대해 살을 날린다고 했을 때 빌런 쪽에서는 역살을 날리는 반전을 어떻게 보여줄지 볼거리를 중시했다"고 말했던 것처럼, 달리는 지하철에서 온 저주를 쏟아붓는 방법하는 장면은 진경의 굿판 임팩트를 넘는 명장면이 됐다.

평이한 듯 하지만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의미와 다른 뜻을 지닌 제목 '방법'은 저주로 사람을 해하는 주술 '방법'(謗法)을 의미한다. 주인공 백소진은 한자이름, 사진, 소지품 이 세 가지만 있으면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저주 능력을 가진 소녀이자 방법사다. 그가 정의로운 사회부 기자와 합심해 IT 대기업 회장인 진종현(성동일 분), 그리고 그를 보필하는 무당 진경에 맞서 싸운다는 이야기가 주된 줄거리다. 연상호 작가가 "아주 그냥 멋없는, 강속구, 직구를 한 12개 던져보자는 마음으로 썼다"고 했을 만큼, 하나의 단순한 서사로 12부작에 걸쳐 이야기가 전개된다. 임진희의 정의감, 진종현과 진경을 향한 백소진의 복수심이 이 이야기의 강한 추진력으로, 선악의 경계가 단순하고 뚜렷하기에 몰입도도 높다.

'돼지의 왕' '사이비' 등 다수 애니메이션을 연출하고 영화 '부산행'을 흥행시킨 감독이자 '방법'의 작가인 연상호 감독은 자신만의 독특한 장르물로 시청자들을 매료시켰다. 이전에 볼 수 없던 방법, 토착신앙이라는 독특하고 초현실적인 소재를 흥미롭게 풀어내면서 다음 전개를 궁금하게 만드는 흡입력을 보여줬다. 진경이 처참한 최후를 맞이하면서 백소진에게서 왜 진종현과 비슷한 기운을 확인한 것인지, 백소진은 진종현과 진경에게 살해당한 무당인 자신의 어머니가 왜 자신을 방법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인지, 방법 당한 진경이 예고편에서는 왜 다시 등장한 것인지 여러가지 궁금증을 남겨두면서 이야기를 끌고 가고 있다.

물론 대본의 탄탄하고 촘촘하지 못한 전개로, 종종 빈틈이 예리한 시청자들에 지적되기도 한다. 진종현이 엘리베이터에서 제대로 얼굴을 확인 못한 백소진을 '저주의 숲' SNS에 올라온 사진 단 한장만으로 알아본다던지, 임진희가 진경이 거대한 굿판을 벌이려 하는 이유가 진종현에게 붙은 악귀를 다른 이에게 옮기려 하기 위함이라는 사실을 단숨에 알아차리는 장면 등 갑작스럽게 건너뛰는 전개들이 시청자들을 의아하게 만든 부분도 있다.

또한 대결 구도 하나의 이야기로만 끌고 가다 보니 전개가 5~6회에선 늘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하고, 임진희의 대사에선 필력이 아쉽다는 의견도 있었으나, '방법'은 색다른 소재와 더불어 엄지원 정지소 성동일 조민수 이중옥이 빚어내는 연기력의 향연만으로도 충분히 힘을 발휘하는 드라마가 됐다. 종영까지 4회 남은 '방법'이 시청률 5%대를 넘어 어떤 기록을 쓸지 주목되는 시점이다.

aluemcha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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