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0원' 상인부터 고사리손까지 십시일반.. "힘내라 대한민국"
지난달 26일 손창용 씨(54)는 대구시의사회에 전화를 걸어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통화가 끝난 뒤 의사회 후원 계좌엔 300만 원이 입금됐다. 손 씨의 지난달 수입 대부분이었다.
의사인 손 씨는 대구에서 20년째 화상 환자를 진료해왔다. 이곳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매일 수백 명씩 늘자 손 씨도 의료 봉사를 하려고 했다. 하지만 심장병 탓에 나설 수 없어 대신 의사회에 돈을 보냈다. 손 씨는 “동료 의사들의 고생을 차마 두고 보기 힘들다. 마스크나 보호 장비 구입 비용이라도 보태고 싶다”고 했다.
코로나19로 전국 곳곳에서 불안과 근심이 만연하고 있지만, 위기를 이겨내려는 시민들의 노력도 멈추지 않고 있다. 감염병 여파로 일부 공공기관까지 문을 닫자 복지 공백을 메우려 직접 봉사에 뛰어든 이도 적지 않다.
○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모두 힘을 모아
서울 양천구 신정동 주민들은 코로나19 전담치료병원인 서울시립서남병원에 130만 원을 기부하기로 했다. 주민 130명이 1인당 1만 원씩 냈다. 중고교생들도 “의사 선생님께 마스크를 사주세요”라며 용돈을 선뜻 내놓았다. 모금을 진행한 이선미 씨(49·여)는 “많은 환자를 돌보느라 지친 의료진에게 위로와 응원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양천구의 청년 행복주택 입주민들도 돈을 모아 서남병원에 생수, 물휴지 등을 보냈다.
충남 천안 서북구청엔 지난달 28일 “조금이나마 마음을 보탠다”는 익명의 편지와 현금 5만 원이 담긴 봉투가 전해졌다. 대구 서구보건소에도 1일 “고생하시는 분들이 끼니를 거를까 봐…”란 글과 함께 도넛 한 박스가 도착했다.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는 대구의료원 주차장은 전국에서 보낸 구호물품이 가득 쌓여 있다. 의료진이 사용할 마스크, 음료수 등이다. 병원 관계자는 “병원이 현금 기부를 받지 않자 시민들이 물품을 보냈다”며 “병원 창고가 꽉 차서 주차장에 일부를 보관할 정도”라고 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사랑의열매)가 코로나19 피해자들을 돕기 위해 모은 특별 성금은 2일 현재 약 270억 원이다. 지난달 24일 시작된 성금 모금은 일주일 만에 200억 원이 넘었다.
○ 봉사에 나선 시민들이 진정한 영웅
코로나19 여파로 문을 닫거나 일손이 부족한 공공기관을 대신해 취약계층 돕기 등에 나선 자원봉사자도 늘고 있다.
동네 공공시설과 시장 등을 자원해서 방역하는 시민들도 있다. 종로구에 사는 전승철 씨(55)는 매주 2번씩 사직동 일대 공공기관과 아파트 등을 소독하고 있다. 전 씨를 포함해 70여 명이나 ‘방역 봉사’를 자처했다. 전 씨는 “내 이웃과 가족을 지킨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동네를 소독하겠다”고 했다.
자원봉사 의료진 16명이 묵는 대구의 한 숙박업소 사장인 허영철 씨(51)는 “시민들이 매일같이 식품과 후원금을 보내온다”며 “한 익명의 시민이 홍삼 2박스와 함께 ‘여러분이 진정한 영웅이다’라는 글을 보내온 게 기억에 남는다”고 전했다.
이청아 clearlee@donga.com·김태성·고도예 기자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국민이 총대 메고 나서야 할 때"..'2주 자발적 격리' 동참 확산
- 대구서 사망자 2명 추가 발생..사후 '코로나19' 확진 판정
- 500만 장 가량 공급했지만..'마스크 대란' 반복, 이유는?
- 文대통령, 국군병원·간호학교 방문..코로나19 의료진 격려
- 진영, 국회 대정부질문서 "정부 방역 성공적이지 못한 부분 인정"
- 이해찬 "저도 마스크 2개로 일주일 버틴다..큰 지장 없어"
- "확진, 20대가 29.3%로 가장 많아..신천지 신도 연관"
- 권영진 대구시장 "코로나 사태 해결, 대통령 긴급명령권 요청"
- 전세계 40%가 한국發 입국자에 빗장..총 82곳, 中 14개 省·市 '격리'
- 이만희 "코로나 대처, 국민께 사죄"..두 번 큰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