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주도학습의 핵심은 노트 정리

2020. 3. 2.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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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ㅣ 고수들의 필기엔 원칙이 있다
'필기=줄글' 아냐, 열쇳말 정리 중요
암기·문법, 예·복습에 강한 필기법부터
동그라미·선 활용한 마인드매핑까지
필기만 잘해도 학습 이해도 쑥쑥 올라
노트 필기는 학습 내용을 요약하고 예·복습하는 학생들의 성적 비법이다. 게티이미지뱅크

고교 공부의 핵심은 자기주도성이다. 내신과 수능을 함께 준비해야 하는 고등학생 입장에서는 ‘무조건 암기한다’만이 능사가 아니다. 한정된 시간에 교과 단원의 흐름을 파악한 뒤 핵심 내용을 골라 반복·응용하는 게 ‘전교 1등’의 공부법이다.

스마트폰 터치 한번이면 인터넷 강의에 접속하고, 학습 누리집에 들어가 마우스만 몇번 클릭하면 교과별 핵심 정리가 내 눈앞에 뜬다. 이른바 떠먹여주는 식의 학습이다. 부모 세대에게는 손에 연필 쥐고 굳은살 생길 때까지 필기하는 모습이 모범생의 전형이지만 터치와 클릭, 남이 해준 요약에 익숙한 요즘 학생들에게는 노트 필기 자체가 고역이다.

■ 노트 필기는 과연 ‘구식’일까

하지만 학습법 전문가들은 핵심어와 도식화를 통한 노트 필기가 습관이 되면 학습 이해도가 자연스레 높아진다고 입을 모은다. 최귀길 한국학습클리닉센터 대표는 “공부를 잘한다는 것은 결국 교과 주요 개념 사이의 연결고리가 탄탄하다는 것”이라며 “교과서를 눈으로만 읽은 학생과, 읽은 뒤 손으로 직접 정리해본 학생의 성적 차이는 상당하다”고 말했다. “노트 필기는 배운 것을 되새기며 스스로 소화하는 과정입니다. 선생님이 하는 말을 전부 다 적으며 ‘팔 아프다’고 하는 건 필기가 아니지요. 암기면 암기, 풀이면 풀이 등 과목별 특성에 맞는 필기법을 우선 따라 해보세요.”

수업 및 자습 시간에 두서없이 적고 또 까먹는 건 이제 그만. 필기에도 방법이 있다. 코넬식·다빈치 필기법, 마인드맵 등 학생들이 자기주도학습에 적용할 수 있는 다양한 필기법을 살펴본다.

■ 암기·문법 정리에 강한 코넬식 필기법

코넬식 노트 필기법은 국어·영어 문법 암기, 공식 외우기 등에 최적화된 필기법이다.

코넬식 노트 필기법은 1950년대에 미국 코넬대학교의 월터 포크 교수(교육학)가 개발한 것으로, 공책 안의 속지를 네가지 영역으로 나누는 게 핵심이다. 여러 과목을 한꺼번에 공부하며 내신과 수능을 대비해야 하는 학생들에게 적합하다.

공책 윗부분을 제목 영역, 왼쪽 부분을 단서 영역, 오른쪽을 필기 영역, 하단부를 요약 영역으로 나눠보자. 필기 영역에는 수업 시간에 선생님이 강조한 부분이나, 내용상 꼭 정리해둬야 하는 것을 기록한다. 가급적이면 정확하고 간단명료하게 정리하는 습관을 들이자.

단서 영역에는 노트 필기 해놓은 것을 토대로 복습하면서 머릿속에 떠오르는 열쇳말을 몇 단어로 정리해본다. 이 영역은 시험 보기 전이나 모의고사 치르기 전 한번씩만 훑어봐도 자신이 무엇을 공부했는지 알 수 있는 ‘공부 단서’들의 모음이라고 보면 된다.

공책 하단부의 요약 영역을 통해서는 수업에 대한 이해도를 스스로 평가할 수 있다. 수업을 마친 뒤 ‘필기 영역’을 다시 한번 참고하면서 전체 수업 내용을 2~3줄로 간략하게 요약하는 공간이다.

코넬식 노트 필기법은 철저한 학습 내용 정리 및 암기가 필요한 탐구 영역이나 국어·영어 문법 등에 적합하다.

코넬식 필기법에는 다섯가지 원칙이 있다. 기록, 단서, 암기, 숙고, 복습이다. 기록은 학생이 수업을 듣는 동안 가능한 한 많은 내용과 아이디어를 필기란에 읽기 쉽게 적어두는 것이다. 단서는 수업이 끝난 뒤 쉬는 시간 등을 활용해 가능한 한 빨리 키워드를 찾아내는 것이다. 예를 들어 국어 시간이 끝난 뒤에는 ‘음운 변동이란?’ ‘음절의 끝소리 규칙’ 등을 단서 영역에 적는 것이다. 공책 왼쪽 부분의 단서 영역은, 방금 수업 시간에 자신이 무엇을 배웠는지 상기시켜주고 기억의 연속성을 더해주는 구실을 한다.

암기란 단서 영역에 메모해둔 내용을 뿌리 삼아 수업의 핵심 내용을 외워보는 것이다. 숙고와 복습은 공책 하단부의 요약 영역에서 담당하며, 이번 수업 시간과 다음 시간의 학습 연결고리가 무엇인지를 빠르게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코넬식 노트 필기법에서 중요한 건 약어와 기호다. 자주 반복해 사용하는 단어나 말은 자신만의 약어와 기호로 나타내는 게 효율적이다. 이를테면 = [같다], ≠ [같지 않다], e.g. [예], vs [대], c.f. [비교], ☆ [강조], ∴ [따라서], ∵ [왜냐하면] 등을 활용하면 더욱 신속하고 보기 쉽게 기록할 수 있다.

<서울대 합격생 노트 정리법>을 쓴 김진경씨는 “처음에는 이런 필기법이 어색할 수 있다. 하지만 과목별로 몇번 시도해보면 자신만의 약어에 금방 익숙해지고 효율적으로 공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과목별로도 정리할 수 있지만, 자신이 취약한 파트만 골라 코넬식으로 필기해도 좋다. 예를 들어 문학 가운데 ‘현대시’가 어렵다면 ‘시인 노트’를 만드는 것이다. 노트를 네 영역으로 나누고 시인 이름을 가나다순으로 정렬한 뒤 주인공이 처한 상황, 화자의 심리를 나타내는 핵심 단어, 주제 등을 제목, 단서, 필기, 요약 영역에 정리해보는 것이다.

시인 이육사의 <광야>를 보면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 놓아 부르게 하리라’ 등 구절이 있는데, 이때 ‘초인’과 ‘광야’ 등 핵심어만 단서 영역에 적어놓는다. 그다음 모의고사에서 이육사의 시 <절정>이 나오면 마찬가지로 ‘강철로 된 무지개’ 등 핵심어를 이어 기록한다. 공부하면서 각 시의 핵심어를 단서 영역에 적은 뒤 파생하는 의미 등을 1~2줄씩 정리해 살을 붙여 요약 영역에 적어보는 걸 추천한다. 김씨는 “고교 시절 동안 차근차근 노트를 채워보면 ‘저항시인’이라는 개념을 외우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몸의 중심이 허리라면, 필기의 중심은 핵심어”라고 강조했다.

이 밖에 코넬식 노트 필기법에서는 범례도 중요하다. 과목별 단원과 성취 목표, 부제 등을 (1), 1), a), ① 등 기호를 적절히 활용해 들여쓰기 하면서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습관을 들여보자. 시험 치르기 전 학습 내용과 흐름이 한눈에 들어와 큰 도움이 된다.

■ 예·복습, 질문에 강한 다빈치 필기법

자신만의 풀이 방법이나 의문점 등을 비교적 넓은 칸에 쓸 수 있어 수학, 사회, 한국사 내용 정리에 적합한 필기법도 있다. 바로 다빈치 노트 필기법이다.

코넬식 필기가 정통 학습법에 가까운 방법이라면 다빈치 노트 필기법은 좀 더 직관적인 성격을 지녔다. 공책 두 면을 펼쳐 작성하기 때문에 예·복습 내용을 한눈에 훑어볼 수 있고, 복습하다 떠오른 질문 및 의문점 등을 비교적 자유롭게 적어볼 수 있다. 코넬식 필기법보다 도표, 그래프, 연대표 등을 그릴 수 있어 사회와 한국사 내용 정리에 적합하고 수학 공식을 적은 뒤 관련 문제를 타래로 엮어 적을 수도 있다.

다빈치식 노트 필기법은 단원별 전체 내용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자신만의 풀이 방법이나 의문점 등을 비교적 넓은 칸에 쓸 수 있어 수학, 사회, 한국사 내용 정리에 적합하다.

노트 영역을 나누는 건 간단하다. 사진과 같이 왼쪽 위엔 제목과 부제를 쓰고, 오른쪽 위엔 핵심 요약한 것을 적는다. 노트 중간엔 강의 내용이나 정보를 적으면 된다. 하단부와 왼쪽, 오른쪽에 넉넉히 자리잡은 공간에는 수학 문제 풀이 과정 정리, 도표 및 그래프의 의미와 질문 사항 등을 기록했다가 선생님에게 질문할 때 활용할 수 있다.

다빈치 필기법의 여섯가지 원칙은 △한눈에 보기 쉽게 단원별 한장으로 정리하기 △학습 내용을 총괄하는 제목 달기 △목차 작성하기 △학습 내용과 내 생각 구별하기 △색깔 펜을 이용해 나만의 필기 규칙 만들기 △요약할 땐 참고서의 문장을 그대로 적지 말고, 나만의 언어로 풀어서 정리하기 등이다.

특히 색깔 펜을 이용할 때 학습 내용은 검은색 볼펜으로, 나만의 풀이 과정은 파란색 볼펜, 강조할 점은 빨간색 볼펜 등 내용마다 색을 다르게 쓰면 배운 내용을 분류하고 기억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 단원별 핵심 볼 수 있는 마인드맵

전체적인 흐름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마인드맵은 공부를 정리하는 마지막 단계에서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영문법 가운데 ‘to 부정사’를 정리한다고 해보자.

‘to 부정사의 용법’이라는 동그라미를 노트 중앙에 그려 넣은 뒤 ‘선 잇기’를 시작한다. ‘to 부정사’의 부사적 용법, 형용사적 용법, 명사적 용법 등을 선으로 이어 그려 나가면서 주요 구문도 2개씩 적어본다. 부사적 용법이라는 말에서 ‘부사’를 이해하지 못하겠으면 또 선을 그려 넣어 부사의 정의를 써보는 방식이다.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선을 이어나가다 보면 ‘to 부정사’에 관한 하나의 네트워크가 완성되는 식이다.

마인드맵은 도형이나 화살표 등을 이용하기 때문에 교과서 지문을 구조화하기 편하다. 국어 교과서 지문을 문단별로 분석할 때 핵심 단어 및 복선, 필자의 주장이나 근거를 네모, 동그라미, 세모 등으로 표시한 뒤 이어지는 문단의 핵심어와 화살표로 연결하는 식이다. 지문 안에서 반의어, 유의어 등이 나오면 역시 선을 하나 그린 뒤 도식화하면 된다. 최 대표는 “필기하고 정리하는 시간을 아까워하면 안 된다”며 “노트 정리는 검증된 학습 방법이다. 자신이 취약한 과목부터 위의 필기법을 적용해보면 충분히 효과를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김지윤 기자 kimjy1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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