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진의 기타신공] 박준수, 유튜브 '월광' 소나타 주인공

조성진 기자 2020. 3. 1.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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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더 어쿠스타소닉 텔레캐스터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박준수. [사진=조성진]
서(Suhr) 기타로 시연하고 있는 박준수.
서(Suhr) 안드레 니에리 시그니처 기타
박준수가 '월광' 버스킹 때 사용했던 LTD-A21
프랙탈 시스템

▶ 5살때부터 클래식 바이올린
▶ 대학 입학때 이미 소속사 계약한 프로 연주자
▶ 박보검·박소담 tvN 드라마 ‘청춘기록’서 O.S.T. 맡아
▶ 현재 메인기타는 펜더 어쿠스타소닉 텔레캐스터
▶ 속주 메틀 버전 파가니니 ‘라 캄파넬라’도 곧 선봬
▶ 뉴에이지풍 인스트루멘틀 솔로앨범 발매 예정

[스포츠한국 조성진 기자] 베토벤 피아노소나타 14번 ‘월광’은, 속주기타가 세계적으로 유행하던 1980~90년대에 이미 눈부신 테크니컬 플레이어들에 의해 리메이크된 바 있다가 근래 프랑스의 여성 하이테크 기타리스트 티나 S가 다시 열연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그 후 한국의 20대 초반 청년이 버스킹으로 ‘월광’을 록버전 속주로 연주하며 유튜브를 뜨겁게 달궜다.

물론 티나 S의 6분이 넘는 연주와는 달리 이 청년은 그 반의 러닝타임으로 호쾌하게 밀어붙이는 월광 속주를 펼쳐 수백만이 넘는 동영상 조회수를 기록했고, 이 영상은 현재까지도 화제가 되고 있다.

‘월광’ 기타 박준수(23)를 처음 만나며 눈에 띈 건 그의 큰 손이었다. 잘 생긴 용모에 작은 체구와는 달리 유난히 큰 손은 기타라는 현악기를 단숨에 커버하기에 최적화된 사이즈였다. 또한 그는 이미 대학에 입학할 때 소속사와 전속계약을 체결할 만큼 이미 프로 연주자(세션)의 길을 걷기 시작한 것이다. ‘월광’ 버스킹도 소속사의 요구로 행해진 것.

박준수는 밴드 ‘도하’에서 기타리스트로서 활동 중이었는데, 소속자 관계자가 “연주자로서의 존재감도 알리는 차원에서 버스킹을 통해 멋진 연주를 보여주는 좋을 것 같다”고 해 2019년 3월 베토벤 월광 소나타를 일레트릭 기타로 연주하게 된 것이다. 박준수 생애 첫 버스킹이었음에도 이 영상이 입소문을 타고 그의 향방을 바꿔 버릴 정도로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킨 셈이다.

또한, 박준수는 박보검·박소담 주연의 tvN 드라마 ‘청춘기록’ O.S.T와 배경음악(BG) 의뢰를 받아 연주 작업 중인데, 그가 맡은 곡이 무려 15편이나 된다. 다수 빅히트작의 음악을 담당했던 거물 음악감독 모 씨가 음악을 총괄하는 tvN ‘청춘기록’은, ‘기생충’으로 가장 핫한 신예로 떠오른 박소담과 빅스타 중의 빅스타 박보검 주연으로 벌써부터 화제가 끊이지 않고 있다.

국내를 대표하는 중견 연주자들이 많음에도 그들을 제치고 박준수가 드라마 ‘청춘기록’의 음악작업에 가세했다는 자체만으로도 음악씬에서 그의 역량에 얼마나 큰 관심을 두고 있는지 잘 알 수 있다.

박준수는 tvN ‘청춘기록’에서 펜더(Fender)의 최근 새 모델인 어쿠스타소닉 텔레캐스터로 아름답고 서정적인 멜로디 위주의 기타 연주를 선보이고자 작업 중에 있다.

또한, 박준수는 오는 7일 파라다이스 호텔 카지노 오프닝 행사에 초대받아 ‘월광’을 연주할 예정이기도 하다.

박준수는 1996년 4월 회사원인 아버지와 클래식 피아니스트였던 어머니 사이에서 외동아들로 태어났다.

박준수는 어머니의 권유로 5살 때부터 바이올린을 배우기 시작해 10년간 연주했다. 명연주자가 되기 위해선 하드트레이닝이 필수라고 여겼던 어머니는 어린 준수에게 혹독할 만큼 맹훈련을 시켰다. 어깨 위에 올려놓고 연주해야 하는 바이올린이란 악기 특성 때문에 어린 준수는 어깨와 팔의 통증을 자주 겪어야 했다. 연습 중 잠깐이라도 어깨와 팔이 너무 아파 잠깐 바이올린을 내려놓으면 어머니가 불호령을 내릴 정도.

물론 이러한 하드트레이닝으로 후반엔 교향악단과 협연할 정도로 기술적인 면에서 돋보였다.

초등학교 6학년 때의 어느 날, 그 날도 팔이 너무 아파 바이올린을 잠깐 내려놓고 쉬던 준수는 책상 위에 내려놓은 바이올린 줄을 튕기며 휴식을 취했다. 그런데 줄을 튕기면서 “어깨에 올리지 않고도 이렇게 연주할 수 있는 다른 현악기는 뭐가 있을까”라고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 얼마후 어머니에게 물어보니 기타라는 악기로 그렇게 할 수 있다는 대답을 듣곤 그때부터 기타를 배우기 시작했다.

어머니는, 바이올린과 기타는 같은 현악기이다 보니 연주하는 방식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여겨 준수에게 기타를 사주면 바이올린 실력도 향상될 수 있을 거라 여겼다. 이렇게 해서 어머니는 준수에게 ‘데임’이란 국산 일렉트릭기타를 사줬다. 어린 준수에겐 어쿠스틱보다 일렉트릭이 더 멋지게 보여 일렉기타를 사달라고 졸랐던 것.

박준수는 중학교에 들어가며 동네 음악학원에서 기타를 배우기 시작했다. 그런데 학원선생은 일반적인 기초 코드웍은 알려주지 않고 메탈리카의 ‘Enter Sandman’ 타브(Tab) 악보를 주며 이걸 완벽하게 카피할 때까지 연습하라고 했다. 이렇게 해서 그는 통상적으로 배우는 기초 코드보다 일렉트릭 기타 리프와 솔로를 먼저 배우는, 대단히 색다른 초보 기타 과정을 겪게 된다.

‘Enter Sandman’을 연습하며 솔로 연주에 관심을 갖게 된 그는 이어 임정현 ‘캐논’ 및 잉베이 맘스틴 ‘Far Beyond the Sun’ 등을 완주하기에 이른다. 기타 초보자로선 놀라운 진전인 것이다. 이외에도 그는 폴 길버트, 에릭 존슨 등 여러 기타리스트의 곡을 카피하며 실력을 쌓아 갔다.

“에릭 존슨의 ‘Cliffs of Dover’는 충격과 감동 그 자체였어요. 완벽하고 자연스러운 최고의 연주력과 아름다운 멜로디는 이후 내가 멜로딕 감성을 중시하게 되는 첫 계기를 만들어 줬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박준수는 아현고(실용음악과)에 입학, 고1 때부터 전인혁에게 개인 레슨을 받았다. 그리고 이때부터 재즈기타의 세계에 눈을 뜨게 된다. 당시 그를 매혹시킨 연주자들이 로벤 포드, 래리 칼튼, 척 로엡 등이다.

박준수는 2015년 백석예술대 실용음악과에 입학했다. 2016년엔 미국의 실용음악 명문 MI 관계자들이 내한해 서울 잠실에서 한국 오디션을 개최했는데 여기에 ‘젊은 인재’로 뽑혀 MI로부터 3개 분야 장학금 지원을 받는 조건으로 그해 MI GIT에 입학하게 된다.

박준수는 GIT에서 공부하며 말로만 듣던 스캇 헨더슨을 비롯해 전설적인 뮤지션의 강의를 들으며 마냥 행복해 했다. 그러나 장학금 지원은 부문당 50% 정도의 금액이었던 만큼 나머지는 집에서 보내오는 돈으로 충당해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집안 형편이 급격하게 기울어 부모로부터 학비 지원이 어렵다는 연락을 받고 학업을 포기하고 귀국하게 된다. GIT 재학 6개월만의 한국행이었다.

2017년 배석예술대에 복학했지만 그에겐 GIT 시절에 대한 그리움은 더욱 쌓여만 갔다.

“GIT를 포기하고 다시 돌아오니 정말 너무 허무했어요. 인생에서 정말로 돈은 꼭 필요한 거란 생각도 다시 한번 절실하게 느꼈고요.”

한편, 박준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드림씨어터, 폴리피아 등의 곡을 연주한 동영상을 올리기 시작했다. 이걸 본 기타유통업체 ‘뮤직포스’도 그에게 연락했고, 이렇게 해서 박준수는 2016년부터 뮤직포스 연주 영상 촬영에 참여한다.

또한, 이즈음부터 개인 레슨도 하기 시작해 현재 월평균 10~13명 정도 1:1 레슨을 하고 있다.

“레슨시 디테일을 강조합니다. 만일 로벤 포드의 곡을 연주한다면 기술적인 면에선 카피는 똑같이 되는데, 그 안에 있는 로벤 포드만의 뉘앙스를 표현하긴 정말 힘들어요. 바로 이런 부분을 레슨에서 강조하는 편이죠.”

얼마 전 박준수는 예전의 학원선생을 우연히 만나게 된다. 기타 초보자에게 메탈리카 ‘Enter Sandman’을 연습하라고 했던 그 괴짜 선생 말이다. 기타리스트로 화제가 된 박준수를 만난 예전 학원선생 왈. “예전에 좋아하던 걸 계속 뚝심 있게 밀고 나갔구나.”

박준수는 현재 펜더 어쿠스타소닉 텔레캐스터와 서(Suhr) 안드레 니에리 시그니처 등을 메인기타로 사용하고 있다.

“펜더 어쿠스타소닉 텔레캐스터는 국내에 처음 입고되던 작년 9월경 구입했어요. 일반적인 어쿠스틱 기타에선 쉽지 않은 다채로운 태핑을 시도하고 싶어 모델을 찾던 중 내가 너무 좋아하는 기타리스트 이치카 니토가 어쿠스타소닉을 연주하는 걸 보고 바로 구입했죠. 어쿠스틱 소리를 잘 담아낼 뿐 아니라 내가 원하던 멜로딕하고 예쁜 태핑 프레이즈를 멋지게 연출할 수 있어 지금은 이 기타를 가장 많이 연주하고 있는 것 같아요.”

“서 기타 안드레 니에리 시그니처는 2016년에 구입했는데, 넥감이 너무 좋았고 빠른 연주하기에도 정말 편합니다. 소리도 하이 쪽에서 특히 잘 뻗어주고 코드웍 할 때에도 명료하게 잘 들려요.”

“LTD-A21은 2015년에 구입했는데, 속주 등 테크니컬 연주에 적합한 모델입니다. ‘월광’도 이 기타로 연주했어요.”

“뮤직맨 존 페트루치 마제스틱 7현도 LTD 기타와 같이 사용했는데, 이 페트루치 마제스틱 7현은 메사부기 앰프에 연결하면 속이 확 뚫릴 만큼 정말 엄청난 출력의 사운드가 나옵니다.”

“고2 때인 2013년에 탐 앤더슨 드롭탑 모델도 샀었는데, 여러 장르에 고루 잘 어울리는 기타였어요.”

“2015년경엔 아이바네즈 앤디 티먼스 시그니처를 샀어요. 역시 멋진 기타였죠. 이치카가 사용해서 아이바네즈 S 모델 7현도 구매해서 연주했는데, 전반적으로 소리가 아주 좋았고 특히 클린 소리가 마음에 들었어요.”

“고3 때 ESP EZ도 구입했는데, 특유의 어둡고 엄청난 출력이 매력적이었습니다. 연주시 넥감도 정말 편했어요.”

박준수는 고1 때 깁슨 레스폴 스탠더드 선버스트도 구입해 고3 때까지 사용했다.

그가 고2 때 산 탐 앤더슨은 당시 480만 원이었고 아이바네즈 앤디 티먼스 시그니처, 깁슨 레스폴, ESP 등등 다수의 고가 기타를 샀던 때가 고등학생 시절인데 그렇다면 무슨 돈으로?

“학생 신분이었음에도 부모님에게 결코 손을 벌리지 않고 거의 모두 내가 직접 벌어 여러 기타를 구매했습니다. 하루 평균 2~3건씩 각종 아르바이트로 번 돈으로 구입한 것들이죠.”

빠르게 유명세를 타고 있는 그에게 이미 이펙터/장비를 생산하는 국내 모 업체가 컴프레서, 부스터 등을 협찬 중이기도 하다.

“펜더 빈티지 스트라토캐스터는 가격대가 워낙 높은 관계로 아직은 ‘넘사벽’ 모델이지만 그럼에도 앞으로 꼭 경험해 보고 싶은 워너비 기타입니다.”

롤 모델을 묻자 순식간에 이치카 니토라고 답했다.

“이치카 니토, 그의 연주에선 기타 보다 오히려 하프나 피아노 소리가 납니다. 때론 몽환적인 소리, 그가 코드를 사용하는 방식도 신기할 정도로 내게 많은 영향을 줬어요. 그리고 예전부터 워낙 드림씨어터를 좋아하다 보니 존 페트루치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앤디 제임스에게도 많은 영향을 받았어요. LTD 앤디 제임스 시그니처를 연주하며 그의 곡을 많이 카피했고 공부했죠. 클라우디오 페트로닉(Claudio Pietronik)의 서사적 사운드도 좋아해서 많이 공부하고 카피했어요.”

최근 박준수는 테크니컬 속주보다 멜로디가 아름다운 연주 위주의 연습 또는 그러한 풍의 곡을 쓰는 쪽에 치중하고 있다.

“지금까지 25곡이 넘는 작품을 완성했는데, 그중 5곡이 공개됐죠. 워낙 멜로디 좋은 곡을 선호하다 보니 기타를 연주하는 풍도 그러한 스타일로 바뀌고 있는 듯해요. 이후에도 멜로디가 살아있는 더욱 멋진 작품을 많이 쓰고 싶습니다.”

‘월광’ 동영상의 빅히트 이후 많은 사람이 그에게 이런 류의 또 다른 클래식 명곡 리메이크를 언제쯤 볼 수 있느냐고 물어온다.

“파가니니의 ‘라 캄파넬라’를 헤비메틀 버전 일렉트릭 기타로 연주했는데 물론 아직 미공개입니다. 조만간 선보일 예정이고 쇼팽 ‘즉흥환상곡’도 메틀풍의 속주 버전으로 해보고 싶어요.”

올해 계획은?
“먼저, 인스트루멘틀 솔로 기타앨범을 발매하고 싶어요. 속주가 주가 되는 게 아니라 예쁜 멜로디라인이 많은 뉴에이지풍의 작품 위주로 꾸미고 싶어요. 그리고 김주혁(세컨드 기타)과의 2인조 팀 ‘도하’ 활동도 열심히 할 예정입니다. 하반기에 재즈클럽 ‘에반스’ 등을 비롯한 여러 곳에서 공연 예정이죠. R&B 네오소울과 로파이 등이 고루 섞인 도하의 첫 앨범도 올여름 발매 예정(유니버설뮤직 배급)입니다.”

“영화도 너무 좋아하는데 특히 SF나 중세풍의 판타지 장르를 좋아합니다. 그러다 보니 기회가 온다면 ‘인터스텔라’와 같은 영화음악도 꼭 만들어 보고 싶어요.”

상당수의 뮤지션, 기타리스트가 그렇듯 박준수 역시 자동차 매니아다. 취미 1순위가 드라이브일 만큼. 독서와 PC게임이 그 뒤를 잇는다.

“중세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판타지 소설 매니아인데, ‘던전 브레이크’를 가장 인상 깊게 읽은 것 같아요. 배틀그라운드, 스타크래프트(테란) 등의 PC게임도 즐깁니다.”

좌우명
“결코, 운 좋게 얻어지는 건 없다.”

박준수에게 기타란?
“최고의 장난감이다.”

사용장비

▶ 기타
펜더 어쿠스타소닉 텔레캐스터
서(Suhr) 안드레 니에리 시그니처
LTD-A21
뮤직맨 존 페트루치 마제스틱 7현
탐 앤더슨 드롭탑 클래식
깁슨 레스폴 스탠더드 선버스트
아이바네즈 앤디 티먼스 시그니처
ESP EZ

▶ 앰프 사용하지 않음.

▶ 이펙터
프랙탈 AXE Fx2 XL+
프랙탈 MFC-101

조성진 기자 corvette-zr-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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