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은 '살아 있는 자의 영혼'..AI·로봇 연구 밑거름 될 것" [Weekend Book]

박지현 2020. 2. 28. 04:0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은퇴할 나이인 60세 무렵에 '새로운 인생'을 다시 시작한 이가 있다.

수십년 간 의류·섬유업계에서 자신이 쌓아왔던 경력과 명성을 뒤로 하고 2004년 다시 대학에 들어가 전혀 새로운 분야인 뇌과학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고, 10년만에 석·박사 과정을 마친 후 700여쪽에 달하는 저서를 발간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예순에 시작한 뇌과학 연구
10년만에 쓴 박사학위 논문
SCI급 과학저널에 게재 돼
의식, 뇌의 마지막 신비 / 김재익 / 한길사
은퇴할 나이인 60세 무렵에 '새로운 인생'을 다시 시작한 이가 있다. 수십년 간 의류·섬유업계에서 자신이 쌓아왔던 경력과 명성을 뒤로 하고 2004년 다시 대학에 들어가 전혀 새로운 분야인 뇌과학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고, 10년만에 석·박사 과정을 마친 후 700여쪽에 달하는 저서를 발간했다.

"공부는 다 때가 있는 것이다" "공부는 어릴 때나 하는 것이다"라는 세간의 고정관념을 깨고 묵묵히 걸어온 시간이 벌써 15년이 넘는다. 바로 김재익 박사(73·사진)의 이야기다. 2004년 한국 나이로 58세에 그는 서울대 자연과학대학원 뇌과학협동과정에 입학했다.

그는 사실 서울대 섬유공학과 69학번으로 어렸을 때부터 "천재과"라는 칭찬을 받기도 했다. 평소에 워낙 책을 읽는 것도 좋아했다. 하지만 아무리 똑똑한 수재였다 할지라도 35년만에 멈췄던 공부를 다시 하기 위해 대학문을 다시 두드리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마음속에 끓어오르는 학문에 대한 열정을 잠재울 수 없었다. 그러던 중 뇌과학을 공부해야겠다고 결심하게 된 것은 우연한 계기였다. "2000년대 초반 독서를 하던 중에 레이몬드 무디 박사가 쓴 '생명 후의 생명'과 1200년 전 티베트 고승들이 이승을 떠나는 49일간의 장면을 서술한 '티베트 사자의 서'라는 책을 읽게 됐어요. 하나는 과학적 관점이고, 하나는 어쩌면 종교적 관점으로 다른 저자가 썼지만 무언가 알 수 없는 공통점이 있었어요. 여기에 기자 출신 이안 스티븐슨 박사가 인도 티벳의 전생을 기억하는 사람들의 사례를 조사해 쓴 '전생을 기억하는 아이들'이란 책을 보면서 '의식'에 대해 과학적인 연구를 해야할 필요가 있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뜨거운 마음에 모교인 서울대의 문을 두드렸다. 그의 열정을 받아준 이는 자신보다 열일곱살 어린 최진영 심리학과 교수였다. "소위 후배들에게 면접을 봤지만 개의치 않았어요. 들어가서도 고생 꽤 했죠. 내가 대학에 다닐 땐 영어 회화 같은 거 배우지도 못했었는데 수업 시간에 영어로 얘기를 하니 도통 알아들을 수가 없어서 녹음기와 카메라를 동원해 집에서 다시 복습하는 등 어려움이 많았죠."

남들이 크게 관심을 갖지 않는 학문 분야를 연구하는 애로도 있었다. 뇌과학 중에서도 순수과학에 가까운 '의식'을 연구하는 데에는 연구비 투자가 이뤄지지 않았다. "당장 실용적 필요가 있는 인공지능(AI)이나 조현병 치료에 대한 연구 투자는 많았어요. 하지만 난 젊은 친구들보다 경제적 여유가 좀 나아서 계속했죠. 근데 이 분야에 대한 동료 연구자가 드물어서 아쉬웠습니다. 깊게 연구하면 노벨상도 받을 수 있는 분야인데 말이죠."

대학원에 입학 후 10년이 지난 2015년에서야 그는 '뇌의 가소성과 노화'란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의 논문은 SCI 과학저널인 '뉴로사이언스 리서치'에 게재됐다. 연구자들이 은퇴하는 60대 중반을 훌쩍 넘긴 나이에 박사를 받는 경우는 전세계 유례가 없다고 주변 사람들은 혀를 내둘렀다.

그러나 그는 멈추지 않았다. 5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박사학위 논문을 좀 더 발전시킨 '의식'을 주제로 한 책 '의식, 뇌의 마지막 신비'라는 책을 세상에 내놓았다. '살아 있는 자의 영혼'인 의식에 대한 연구 결과를 쉽게 풀어냈다.

김 박사는 "의식에 대한 연구는 AI와 로봇, 컴퓨터, 가상현실 등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분야"라며 "이 책을 통해 많은 이들이 이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우리나라의 의식 과학 분야가 발전하는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Copyright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