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희 앞두고 박사학위 이어 '의식, 뇌의 마지막 신비' 출간한 김재익씨
[경향신문] ㆍ“살아 있는 자의 영혼인 ‘의식’…인간의 내면에서 가장 본질적인 것”
예순이 다 되어 시작한 공부를 17년째 이어간 학자가 있다. 고희를 앞두고 박사학위를 받은 데 이어 이번에는 700쪽 가까이 되는 책을 내놨다. 주제는 ‘뇌과학’ 그중에서도 ‘의식’이다.
김재익 박사(73)는 25일 서울 중구의 복합문화공간 ‘순화동천’에서 열린 <의식, 뇌의 마지막 신비>(한길사)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의식이 인간 내면에서 가장 본질적인 것”이라며 “한국에서는 이 분야가 상당히 뒤처져 있는데 빨리 다른 나라를 따라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 박사가 뇌과학에 관심을 가진 것은 2000년대 초반이다. 임사체험을 다룬 레이몬드 무디의 <잠깐 보고 온 사후의 세계>를 읽은 것이 계기가 됐다. 김 박사는 원래 영혼이나 귀신, 성령 같은 것들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으나 이 책을 접한 뒤로 ‘어쩌면 육체와 분리된 의식이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어 이안 스티븐슨의 <전생을 기억하는 아이들> 등을 읽으면서 관심이 커졌고 2004년 서울대 자연과학대학 뇌과학협동과정에 들어갔다. 김 박사는 “다행히 학부 3~4학년 학점이 ‘올A’라 좋은 평가를 받았고, 영어는 문법과 독해만으로 간신히 커트라인을 넘겼다”고 말했다.
김 박사는 1969년 서울대 섬유공학과에 입학했다. 졸업 후 의류회사에 입사해 경험을 쌓았고 현재는 의류사업을 하고 있다.
워낙 책읽기를 좋아했지만 본격적으로 공부를 하기는 꼭 30년 만이었다. 김 박사는 “내가 대학에 다닐 때는 ‘영어회화’도 배우지 못했는데 (대학원에서) 외국어 강의를 하니 도통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며 “녹음기와 카메라를 동원해 간신히 공부를 이어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 박사는 2015년 ‘뇌의 가소성과 노화’란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지도교수는 김 박사보다 17살이 어린 최진영 심리학과 교수였다. 이번에 낸 책은 박사학위 논문에서 더 나아가 ‘의식’을 주제로 삼았다. ‘살아 있는 자의 영혼’인 의식에 대한 연구 결과를 최대한 쉽게 풀어 정리했다. 김 박사는 지상에서 최초로 나타난 의식은 어떤 의식이고, 어떤 동물에게서 의식이 처음 나타났는지를 탐구한다. 이어 의식이 있다는 것은 곧 살아 있는 존재임을 증명한다.
김 박사는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이제 한국 나이로 75세니 내가 새로운 이론을 만들기보다는 후학들에게 넘기고 싶다”며 “이번 책을 계기로 ‘의식’이란 분야에 대해 학생들이 더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홍진수 기자 soo4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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